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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un 02. 2020

제주에선 뭐해먹고 살지?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제주에 사는 후룩쥔장이예요.


제주 이주민들은 뭘로 먹고 사나요?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제 이주 5년차인 저도 계속 진행중인 문제이기에 누군가와, 또는 어딘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동안 제주에서 음식점도 운영해보고, 농수산물 온라인 유통도 해보고,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남편을 통해서나 알바를 통해서 제주 관광업을 간접 경험해 보기도 했어요. 

제주로 이주해 오신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주의 숙박업, 공방, 건축쪽도 살짜꿍 보게 되었구요. 


얼마전, 방송에서 '제주를 떠나는 사람들'이란 주제의 뉴스를 보았어요. 


https://youtu.be/Y50Lj9-rzX0


제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저는 10년전, 2010년 겨울 제주에 첫 입도를 했어요.

따뜻한 남쪽나라를 생각하며 깊은 겨울, 1월 중순임에도 나름은 제주의 로망이 있었던가 봐요. 

좀처럼 내어주지 않는 햇살에 망연자실하며 눈 내리는 중산간에서 사십해동안 눈은 수직으로 내리는 줄로만 알고 살았던 저에게 눈은 수평으로도 올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려준 곳이었답니다.  



정확히 2년, 다시 육지로 이사했어요. 

그동안 제주 시내로 이사해서 작은 음식점도 열고 나름 자리잡는 듯 했지만, 사춘기를 지나 고입을 앞둔 큰딸아이 앞에서 방향을 수정했어요. 고등학교는 죽어도 육지로 가야겠다는 딸아이의 확고한 고집에 또다시 인생 리셋이다 하고 정리하고 올라갔었죠. 


아주 좋아서 온 제주도 아니었고, 아주 싫어서 떠난 제주도 아니었지만, 제주를 떠날땐 그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연고도 없는 이주민이 살기엔 힘든 곳이다.
자연은 너무 아름답지만, 사람은 그리 아름답진 않더라.
물려받을 땅도 없고 가진 돈도 없는 사람에겐 실로 척박한 땅이다. 
인간관계를 펼치기엔 너무 좁다.
도서지역 추가배송금액,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


운영하던 음식점은 첫 자영업치곤 잘된 편이었지만, 건물주와의 소소한 문제들로 스트레스도 있었고 당시에는 그 모든것이 텃세처럼 느껴지기도 했었구요. 

자영업자의 생각보다 빡쎈 노동과 근무시간에 사실 제대로 된 제주를 보지 못하고 일에 매여 있었던 점도 컸던것 같아요. 


그렇게 다시 살던 육지로 돌아갔어요. 딸아이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요.

그리고 또 가게를 열고 운영을 하고 분점을 내고 백화점에 입점도 하고.

여전히 건물주와는 매번 사이가 좋지 않았고,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는 힘들었죠.

사어비 조금은 잘되어가는 걸 볼땐,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역시 일은 서울에서.
사람은 나면 서울로, 말은 나면 제주도로란 말이 달리 있는게 아니지.

사진_동아일보


유동인구부터 압도적이었어요.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주말의 백화점, 출퇴근시간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가득 메운 사람과 차들을 보며 다시 오자 보챘던 딸아이 말을 들은건 참으로 잘한 결정이었다 안도했었지요.


사업이란게 잘되는 때도 있으면 또 안되는 때도 있는 거라지만, 그 시간이 너무도 짧았어요. 

이런저런 확장과 시도로 돈을 잃고 사기도 당하고, 결정적으로 필리핀 사업에서 모든걸 정리하고서야 깨달았어요. 또다시 리셋이란걸.

뭐, 월급쟁이도 아니고 크던 작던 사업이라고 시작하게 되면 다 그런거죠. 


지하철 매장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해가 뜨는지 지는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맑은지 흐린지 모를 지하생활을 6개월 정도 겪고 나니 도시가 싫어지더라구요. 

그렇지 않아도 잿빛 시멘트 건물들만 보면 머리가 아팠는데 정도가 점점 심해진거죠.



사진참조_NEWSIS


제주의 하늘과 바다만 생각났어요. 

꽃만 안 꽂았다뿐이지 정신나간 여자처럼 머리를 헝클허지게 만드는 제주의 바람도 그리 그리울 수가 없더라구요.



제주살이가  싫어 떠난 사람도
 결국은 제주의 자연 때문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


제주살 때 그런 말을 들었어요. 

이삼년 살다 육지가 그리워 떠났던 사람도 결국은 제주의 자연을 잊지못해 다시 돌아오더라는 얘기였어요. 

전 사실 믿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다시 돌아왔네요.

제주의 자연을 잊지못해서요. 

맞아요. 자연이 너무도 그리웠어요. 



날이 좋을뿐_일상의 제주하늘


다시 돌아온 제주는 그전엔 미처 몰랐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며 많은 위로를 받고 있네요.



그런데, 먹고 사는 문제는 여전히 어려워요.


여전히 제주의 물가는 높고,

이동거리는 길어 자동차 유지비는 많이 들고,

제주의 인건비는 여전히 전국 최하위예요.

배송비는 육지의 두배고, 일자리는 없어요. 

농사지을 땅을 물려받을 수도 없고, 농사짓는 방법도 몰라요.



제주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답고 
저는 이제 이 자연을 떠나선 살수 없을것만 같은데 말이죠.



저처럼 제주가 좋아 살러 오신 많은 분들이 계실거예요.

그 분들 중에는 이제 자리잡고 성공한 도민으로 잘 살고 계신 분도 계실 거구요.

아니면, 예전의 저처럼 실망하며 다시 육지행을 고려하는 분들도 계실 거구요.

또는, 삭막한 도시생활에 지쳐 제주행을 꿈꾸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제주에서 뭐해먹고 살까?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화두일거예요.

제가 겪은 경험들, 주변의 이야기들을 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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