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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un 04. 2020

제주에도 정부지원사업이 있어요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싶은 이야기

제주에 사는 후룩쥔장입니다.



오늘은 #제주의정부지원사업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어느 지역이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사업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이 #정부지원사업 을 이용할 수 있을텐데요.


초기 사업 구상하고 설립하고, 이런저런 셋팅하다보면 경황이 없죠. 당장의 수익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고민만으로도 몸과 맘이 바쁠 때이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제주에 재입도하면서 #제주농수산물유통 으로 사업방향을 잡고 기획하면서 자금이 많이 부족했어요.

제가 다시 제주에 입도하게 된 계기는 다음글을 참조하실수 있어요.

https://brunch.co.kr/@soccumi/122



당장 홈페이지는 #스마트스토어 로 무료구축 해볼 수 있다해도, 재고의 부담 없이 농가와 협약을 맺고 그때마다 상품을 공급받는다 해도,(경험해보니 사실 이건 현실적으론 어렵더라구요.) 일단 주문이 들어오면 담을 상자 정도는 필요하잖아요.


시중에 파는 일반적인 박스보단 좀더 아이덴티티가 있는 박스제작을 원했고, 그러려면 소량제작으론 타산이 안맞더라구요. 천원짜리 팔면서 배송박스값만 800원이 들순 없으니까요. 시작부터 모든걸 갖춰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사업 초기 만든 브랜드명과 디자인을 알리고 싶고, 이왕이면 보내는 곳곳에 브랜딩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정부지원사업을 알아봤어요.



이미지_서울시청



급하게 알아보다 보니 이미 마감된 프로젝트가 상당수였고 진행중인 지원사업도 마감이 코앞이었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사업에선 내가 가진 아이디어가 유일무이해 보였고, 이건 안될 수가 없는 아이템이니 어떻게든 들이밀기만 하면 선정될것만 같았죠.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되는데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관련된 서류를 갖춰 응모했어요. 당시 지원한 사업이 여성사업가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이었는데, 여성인 저로서는 그런 면에서도 일단 확률적으로 선정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한마디로, 뭘 몰랐던거죠.

결과는 예상대로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메일과 함께 불합격 소식이었어요.





준비가 너무 안돼 있었고,
지원자들을 너무 만만히 봤고,
관련한 경험이 너무 없었어요


무엇보다, 저처럼 신생업체인 경우 레퍼런스가 없는데 그걸 보완할 아이템의 참신성, 구체성, 전문성이 부족했죠.






육지에서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 교육컨설팅 업체가 생각났어요.


정부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시험을 대행해주는 회사였는데, 주력사업이 정부의 공공사업 수주였어요.

워낙 지원자가 많고 시험문제 출제부터 시험지 출력, 시험장 섭외, 시험관리와 이후 채점과 결과안내까지 일이 많다보니 한정된 공무원들이 하기엔 어려운 게 현실이었어요.

제가 있던 곳은 그런 전반적인 일들을 대행해주는 회사였는데 업무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이 #나라장터 등에서 정부수주사업을 보고 서류를 갖춰 지원하는 일이었어요.


정부기관들도 워낙 사업이 많고 다양한 참여업체들이 있다보니 어찌보면 서류라는 것은 형식적일수 있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레퍼런스 였죠. 이 회사가 그 동안 관련 경험이 얼마나 있는가를 보는 거죠. 이미 그 전전 기업교육업체에서 근무할 때도 B2B 사업의 핵심은 #레퍼런스 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사기업들도 그랬지만 공기업은 그 의존도가 훨씬 더 높았죠.


한정된 공무원 수로, 게다가 업무가 로테이션 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을 가지기 힘든 점도 있을 거구요. 해결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의 제한이 많다보니 '어디는 여기랑 이걸 했다더라'하면 그냥 주루룩 다 따라가는 성향이 강했어요.



어쨌든 그런 점에서 보면 저같은 신생업체들은 초기 진입하기가 정말 힘들다는 결론이 나요. 그만큼 더 치밀하게 공부하고 준비하고 경험을 쌓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죠.



제주에 입도 후 2년 정도 되니 제주의 정부지원사업을 찾게 되더라구요. 여전히 자금은 늘 부족하고 약간의 경험이 더해졌으니 지원받을 가능성은 좀더 높아진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던 거예요.


알아보니 제주에도 다양한 정부지원사업이 있었어요. 대부분 4월 정도 상당수의 지원사업 공고가 떴구요. 한해 사업을 생각해볼때, 준비해서 봄에 알리고 여름에 선정해서 가을에 진행하고 겨울에 결과보고하는 흐름을 보면 3,4월에 공고가 많을 때인게 이해가 가죠. 무엇보다 공기업에선 이 결과보고가 중요한 거니까요.


많은 지원사업중에 제가 추진하고 있는 유통에 적합한 사업을 찾아보았고 마감에 맞춰 준비를 했어요. 회사 생활한지도 오래되다 보니 보고서 작성하는 일도 낯선데 신청서를 채우는 일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어떤식으로 시작할것인지 초안 잡는데만도 족히 이주는 걸린 것 같아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마감은 다가오는데 머릿속은 멍해지고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드는 시기. 핑게삼아 책상엔 앉지도 않고 산책만 다녔던거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머리를 맑게 해야 한다면서요.




어쨌든 나름 심사숙고해서 어찌어찌 마감맞춰 마지막날 응모를 했어요. 반신반의하면서요. 이미 한차례 쓴 잔을 마신 경험이 있으니까요. 혹시나 했는데 이틀만인가 메일이 왔어요. 1차 프리젠테이션이 있으니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기대없이 열어본 메일에 전 사실 내색은 안했지만 많이 흥분했어요. 프리젠테이션을 해볼수 있다는 거잖아요.

별도의 서류심사 없는 응모한 모든 이들에 대한 발표기회라 해도 어쨌든 너무 감사하더라구요.


다음날 구체적 일정이 왔는데..

아구야. 총 발표팀이 44팀. 헉.

이틀동안 이 팀들이 모두 발표를 하는 건데 한 팀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딸랑 5분, 질의응답시간 10분, 총 15분만이 주어지는 거였어요.


게다가 더 쇼킹했던 건, 제가 그 마흔네팀중 첫번째 발표자라는 거였죠. 참가팀들의 명단을 보니 익히 들었던 쟁쟁한 회사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이미 언론에서 회자될만큼 알려진 회사들도 있었고 다른 정부지원사업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 회사들도 상당수 있더라구요.


솔직히, 명단만으로도 쫄았어요.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지요. 가서 괜히 무시만 당하는 거 아닌가.. 저는 아직도 개인사업자이고 업력도 짧고, 저라는 사람 자체도 제주도에서 인지도도 없는 사람이고 뭐 하나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영세기업 대표인거예요. 하루 이틀 고민하다 그냥 가기로 했어요.




어쨌든 경험이 중요하다.



사실 별로 준비를 안했어요.

기업교육 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그래도 있어 이런저런 프리젠테이션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많은 편이었는데요. 너무 준비를 많이 하면 오히려 머릿속이 새하얘졌던 경험이 있거든요.


어쨌든 내가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맞으니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고, 시간도 한정적이라 키워드만 얘기해야겠다 생각했죠. 발표장으로 가는 차안에서 혼자 운전하며 처음 입을 떼보았는데 5분이란 시간이 엄청 짧은걸 그때서야 알았어요. 그래서 준비한 페이퍼 다 집우치우고 그냥 친근한 옆집 사람에게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얘기하듯이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발표장에 도착하니 너무도 친절하게 맞이해줘요.

이런 환대가 또 없을 정도로 서너명의 정장입은 담당자들이 줄을 서서 제게 명함을 주며 인사를 해요. 안내해준 자리는 노트북이 셋팅돼 있고 필기도구까지 정갈히 갖춰진 가죽의자예요. 차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물어보는데 전 기분이 좋아져 뜨거운 커피까지 주문했죠.


발표연단에 펼쳐진 프로젝터 스크린엔 이미 첫번째 발표자인 제가 보낸 PT자료가 떠 있었구요.

"아, 요즘 공무원들 정말 친절하구나."


팀장이란 분이 와서 또 한껏 미소를 장착한채 말해요.

"일찍 오셨네요. 기다리시는 동안 밖에 구경도 좀하세요. 여기 경관이 정말 좋아요. 오늘 날씨도 좋아 한라산도 다 보여요."


입고 온 정장과 구두신은 발을 한껏 힘을 주며 통창으로 된 밖을 바라보니 정말 눈이 부셔요. 제주에서 흔치 않은 고층 빌딩이라 저 밑으로 제주시내가 다 내려다보이고, 눈부실만큼 청명한 날이라 그야말로 한라산이 온통 선명하게 보여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풍경이었죠.

'역시, 좋은 자리는 다 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구만.' 소리없는 미소가 나왔어요.


예쁜 미소를 장착한 젊은 여직원이 결제서류를 들고와 싸인을 해달래요. 보니 어디 소속인지 적고 싸인을 하게 되어 있는데 아무리 봐도 제 이름은 없는 거예요.

"여기 그냥 적고 싸인하면 돼요?"

방긋 웃는 친절한 여직원은 말해요.

"네. 적고 싸인해주시면 됩니다."


굳이 없는 제 이름과 소속을 싸인펜으로 하단에 적고 싸인까지 마쳤어요. 그리고 혹시 몰라 가져온 USB를 꺼내들며 말했죠.

"미리 보내드렸어야 했는데 참조자료를 좀 가져와봤어요. 필요할지 몰라 그런데 발표시간에 이걸 쓸수 있을까요?"

순간 방긋 웃던 여직원의 동공이 흔들려요.

"무슨 발표..요?"

"아, 어제까지만 가능했던 건가요? 뭐 시간이 짧아 안쓸수도 있긴 한데 혹시나 해서요. 참조자료예요."

"...?"


저쪽에 있던 팀장이 다가와요.

"발표자세요?"

"네. 저기 저 회사 대표로 왔어요."

저는 화면에 떠있는 자료 첫장의 프로젝트명과 회사이름을 가리켰어요.


그 이후의 일은 좀 당황스러웠어요.

그 전까지 화려하고 빛났던 저는 초라하게 쪼그라들었어요.

그들은 제게 주었던 명함을 싹 수거해갔고, 여기는 들어오시면 안된다며 저를 발표장밖으로 나가달라 했어요.

품위를 유지하며 걸어나온 제 뒤로 철커덕 잠기는 문소리가 들렸어요.







이 모든 상황은 그날따라 정장을 입고 간 면접관처럼 보였던 제게 책임이 있어요. 그들은 당연히 제가 심사위원인줄 알았던 거예요. 정확히는 첫번째 발표자로 선정된 강씨인 제 성이 문제였던 걸수도..


어쨌든 기분 참 뭐했지만 갔으니 발표는 해야했죠.

5분이란 시간은 정말이지 너무도 짧았어요. 보낸 자료만 파워포인트로 22장이었는데 말이죠. 발표때 보니 제가 처음 안내받았던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은 모두 어린 친구들이었어요. 그때서야 이해가 되긴 했어요. 그냥 겉모습으로만 보면, 저들과 내가 자리를 바꾸어 앉아도 더 그림이 됐을것 같단 걸.


하나의 웃긴 에피소드였고 결국 결과는 불합격했어요.

기대는 없었네요. 44팀에 5분간의 스피치라. 꽤나 형식적일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래도 기회가 주어졌다는 거엔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마 서류에서 다 걸러졌다면 저같은 이에겐 발표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생각해보면,



제가 낸 사업아이템은 새로울 것 없는 것이기도 했고,
심사위원들을 사로잡을 강렬한 뭔가도 없었고,
무엇보다 경험면에서 레퍼런스도 부족했어요.



나랏돈이라 해도 공무원들 입장에선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낼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이후 결과보고서 작성에서도 유리할 꺼구요.  아마 가장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싶은 곳이 정부기관일수 밖에 없겠죠.


조금 무모한 도전이긴 했지만 나름으로는 오랜만에 계획서도 구상해보고 PPT도 만들어보고, 게다가 제가 언제 또 까만 정장에 구두신고 공무원들 앞에서 발표해 보겠냐구요. 이번 한번으로 포기하진 않으려구요.


#정부지원사업 에 한번 맛들이면 중독성이 있다는 말도 이해되고_예전 다녔던 회사들은 정부사업만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고 최고의 브래인들이 최고의 퀄리티로 제안서를 작성했었어요. 나중에는 다들 원하는 자료들이 비슷하다보니 모듈식으로 구분해서 기본자료를 만들어놓고 그때마다 커스터마이징해서 갖다 쓰곤 했죠. _


어찌보면 약이 아닌 독이 될수도 있다고는 해도


언제나 자금에 목마른 사업가들에겐 분명 큰 기회가 될수 있으니까요.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이쪽도 제안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와 컨설팅이 많더라구요. 여유가 되면 그런 분들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이고, 아니면 자료를 통해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해보고 다시 도전해 보려 해요.



제주는 좁은 곳이죠.

그 안에서 기업하는 사람들도 서울에 비하면 많지 않을 거구요. 그러니 준비하는 자에겐 언젠간 기회가 오겠죠.

다양한 제주의 정부지원사업을 잘 살펴보시고 기간에 맞춰 응모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상 리치노마드의 제주에서의 정부지원사업 경험담이었습니다.


#제주에서농산물유통 하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글이 조금 참조가 되실 거예요.

https://brunch.co.kr/@soccumi/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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