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제주에 사는 후룩쥔장입니다.
오늘은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제주농산물유통 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정확히는 #제주농산물온라인판매 라고 할수 있겠네요.
제주에 다시 재입도하면서 육지에서의 그간의 생활들을 정리하고 온 터라 돈의 여유가 정말 없었어요.
제가 제주에 입도와 재입도를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을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soccumi/122
이미 첫입도때 #제주에서음식점 운영을 경험했었기에 이번에는 시간과 노동에서 좀더 자유로울 수 있는 일을 찾고싶었어요.
제주 첫입도 전에 남편을 통해 #제주수산물유통 을 했던 경험이 떠올랐어요.
2009년경이었으니 그때는 스마트스토어도 없었고 자제홈페이지를 돈 주고 제작했었지요.
그렇게 지인들에게 만들어진 사이트를 알리고 상품소식을 문자로 보내면서 첫 사업을 시작했었어요. 문자 보낼때마다 받는 이들이 불쾌해하진 않을까 움찔거리는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전송버튼을 누르곤 했었네요. 당연히 지인들을 상대로 한 문자는 별 효과가 없었어요.
문자보고 전화주신 분들은 물건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보다는 오랜만에 반갑다는 인사정도, 뭐 그 정도도 사실 감지덕지한 일이었지요. 그땐 물건도 안 살거면서 이런저런 안부를 묻는 지인이 서운했는데, 지금와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고마운 분으로 느껴지네요. 그만큼 무관심은 더 큰 서러움이니까요.
지인 상대나 사이트 홍보는 매출에 변화를 주지 못했어요.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당시 공략한 쪽이 커뮤니티였어요.
각종 #맘카페 #지역커뮤니티 등이었지요. 당시에는 그곳에 #공동구매 라는 코너가 꼭 있었고 직거래를 통한 판매가 활발했었어요. 게다가 #현금거래 로 이루어지는 정산시스템은 그야말로 꿀이었죠.
물건 신선하고 가격 싸면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금새 퍼졌어요. 상품 올리기가 무섭게 주문과 함께 통장으로 입금되는 금액들을 보면서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파워블로거들로 인한 문제가 야기되면서 커뮤니티를 통한 직거래 판매에 제동이 걸렸어요.
말이 많아지면서 커뮤니티내 공동구매 코너는 하나둘씩 사라졌고 몇년 후 농수산물 직거래 전문 커뮤니티가 그 자리를 대신해 생겨난거죠.
제주에 재입도하면서 계획했던 유통은 지인판매, 스마트스토어판매, 밴드판매 순이었어요.
직접 생산하진 않더라도 좋은 물건을 보는 안목은 있다 여겼고, 내 마진을 적게 남기고 싸게 팔면 안 팔릴순 없다 자신했죠.
1년정도 해보니 생각이 좀 달라지더라구요.
일단, #스마트스토어판매 가 생각보다 경쟁이 엄청났어요.
무료 입점이 가능하단 건, 그만큼 판매자가 많다는 의미겠죠. 그 수많은 스토어 중에 내 스토어를 상단에 올리기란 '그냥 열심히'만 해선 불가능한 일이란걸 인정해야했죠.
결국은 자본의 문제 였어요.
사실 오프라인 상에서 가게 하나 오픈하려면, 가게 얻는 임대료와 내부 장식하는 인테리어비용, 시스템 비용까지 들잖아요. 게다가 가게를 알리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비용을 생각해보면, 온라인이라고 해서 무료로 다 된단 생각자체가 너무 순수했던 거죠. 오프라인 주요상권 투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온라인도 어느 정도는 투자를 해야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이었던 거예요.
여러 마케팅 방법 중에 시간과 돈이 투자되지 않는 건 없던 것 같아요.
빠듯한 예산안에 유통을 한다는 자체도 무리였나 싶어 자괴감도 많이 들었어요.
대표적인 농산물로는 감귤, 한라봉등의 과일과 콜라비, 당근등의 야채, 그리고 최근 떠오르고 있는 초당옥수수, 미니밤호박 등이 있는데요. 생산과 출하되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 제철이 지나면 저희같은 영세업자들이 취급하긴 어려워져요. 별도의 저온저장고등이 있어야 하니까요.
게다가 가장 어려운 점은, 생물이다 보니 그해의 기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가격도 예측할 수 없어진다는 거예요. 출하시기에 맞춰 동일한 품목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가격은 떨어지고 마진률은 줄어든다는 거구요.
반면, #제주수산물 시장은 가격이 균등한 반면 진입장벽이 엄청 높아요.
대부분 중매인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 중매인 자격을 따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거죠.
맡겨야 할 보증금의 금액도 금액이지만, 돈 있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게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해야 하고 무엇보다 기존에 형성되어 있는 조직이 견고해서 새로운 멤버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해요.
가장 유력한 건, 부모세대에서 세습해주는 방식인데 출생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제주수산물 은 가장 많이 알려져있는 갈치, 고등어, 조기, 옥돔이 주력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잡어취급을 해요. 주력어종들은 손질해서 급속냉동하여 일년내내 판매할 수 있지만, 나머지 잡어취급을 받는 어종들은 생물로 쳐내야 하는데, 생물이다 보니 대량구입 문제와 배송 중 신선포장 문제를 해결하는게 사실 쉽지 않죠.
#제주축산물 은 가장 많이 알려진 흑돼지가 있는데요.
이 흑돼지도 육지에서 많이 판매되는 부위는 #오겹살 #목살 이예요. 나머지 앞다리, 뒷다리, 안심과 등심, 등뼈와 족, 기타 부산물등은 상대적으로 쳐지기도 하죠. 삼겹살과 목살만 구워먹겠다 해서 돼지를 부분만 자를수는 없잖아요. 엇. 너무 잔인한가요?
어쨌든 잡을 때 돼지는 한마리를 기준으로 잡을 수 밖에 없고, 이때 나오는 여러 부위들도 함께 판매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지는 거죠. 돼지고기 역시 얼리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신선할 때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제품의 특성이 있다보니 생물이 가지는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좋은 상품을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게 참 어려워져요. 그리고 식품의 특성상 먹어보기 전엔 모르다 보니 품질유지도 어렵구요. 판매 이후 AS를 하는 범위에 있어서도 다툼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경제활동이 그렇듯 심플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놓고 보면,
맛있고 싼 상품을 확보할 수 있고
이걸 알아주는 충성고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해요.
그런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죠. 역시 참 어려운 문제죠.
이건 내가 자신있게 농사를 짓는다 해도 공장에서 찍어내는 동일한 제품이 아닌 이상 맛이 조금씩 다를 수 밖에 없구요. 또 충성고객이라 해도 언제든 더 맛있고, 더 싼 곳을 찾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
결국, 제주 농산물 유통을 하다보면 그런 결론이 나요.
이건 참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이구나.
그렇다고 낙담할 수는 없겠죠.
어떻게 하면 좀더 부가가치를 높일수 있을까?
여러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죠.
요즘은 포장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특색 있는 포장,
보다 기능성 있는 포장,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을 수 있는 디자인,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의 연구,
어울리는 다른 품목과의 콜라보 등등.
또 요즘처럼 #스토리 가 중요한 때도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먹는 식품이라 해도 그 스토리를 잘 입혀서 보여줄수 있다면
제품의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지더라구요.
매일 고민해야겠죠. 물론, 이 고민만 계속할 순 없구요.
맛있는 제철 재료를 찾아 부지런히 발품 팔며 다니면서,
또 그 아이들을 싸게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다니면서,
또 그 예쁜 아이들을 기꺼이 사주실 분들을 찾고 또 찾으면서,
주문도 받으면서,
포장도 하면서,
발송문자도 보내면서,
후기도 체크하면서.
와우! 정말 바쁘겠죠?
딱 서너시간만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줄 알았던 유통일이 사실은 택배시간에 맞춰 물건 내보내고 나면 이 모든 것들을 하기에도 벅찬 시간들로 그렇게 하루가 저무는 일이었답니다.
아주 바쁜 철에는 가위들고 농장가서 귤도 따고, 콜라비도 뽑고, 당근을 캐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영세한 업자라 시스템이 없고 두서가 없어 그렇겠지요.
좀더 확장하고 깊이가 생기면,
동선에 맞는 공간도 생기고,
손이 덜 가는 시스템도 생기고,
팔아달라 찾아오는 분들도 생기겠죠.
그러기 위해선 함께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