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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un 22. 2020

농산물 유통의 필수, 멘탈관리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싶은 이야기


제주에 살고 있는 #후룩쥔장 입니다.

오늘은 농수산물을 판매하면서 알게 된 내용중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내용으로 이야기해보려 해요.


제주에서 #농수산유통 을 하고 있는 저는 제주에 입도하기 전까진 농사와는 거리가 먼 도시생활을 해 왔어요. 당연히 농작물 구분도 잘 못했고_지금도 잘 못합니다만.._ 농작물의 제철시기도 잘 몰랐고, #농산품의유통과정 도 몰랐어요. 다른 도시인들처럼 집에서 가까운 마트나 슈퍼에서 진열되어 있는 야채나 과일, 고기나 생선을 필요에 의해 구입했고 맛에 대해서도 그리 민감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주부경력으로만 따진다면 2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요리를 하고 즐기게 된건 10년 정도 될까말까, 요리에 관심을 두기 전까진 아마 그랬던 것 같아요. 음식에 맛이 없으면 양념과 조리법에 문제가 있다 여겼지 원재료의 문제를 따져볼 생각은 못했던 그냥그런 도시생활자였던거죠. 

도시는 복잡하고 존재는 퇴색되는 곳이죠._unsplash

제주에 와서 농작물마다 제철이란 것이 있고,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친단 걸 알게 되면서 사시사철 진열될 수 있는 농작물의 저장시스템도 알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제철음식 이란 것이 얼마나 맛있는지 제주에 살며 농수산유통을 하면서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 맛에 반해 제철일때 보다 많은 분들께 맛있는 상품을 보내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 제게 가장 큰 판매 플랫폼은 #농산물직거래카페 예요. 

#스마트스토어 나 #오픈마켓 과는 달리 이 카페는 충성고객이 참 많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반응도 빠르고 판매량도 많은 반면, 그만큼 후기도 날카롭고 그에 따른 반응 또한 무서우리만큼 파급력이 큽니다. 농산물 직거래를 표방하며 카페가 잘 관리된 덕분에 공급하는 생산자들도 많고 따라서 가격경쟁도 못지않게 치열합니다. 때론 '어떻게 저 가격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농부들에겐 가격의 지표가 되는 농협 수매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판매량이 크다 보니 마진을 최소한으로 하고 박리다매식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엔 사실 살아남을 방도가 없는 치열한 곳이기도 하지요.



unsplash

여러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플랫폼이 있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판매글을 올리는 과정이 간편하고 별도의 큰 기술이 없이도_포토샵을 못해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_ 휴대폰 촬영만 가능하고 자판만 익힐 수 있다면 나이드신 분들도 할수 있는 게시판 형태거든요. 오히려 전문화된 상세페이지는 소비자들에게 생산자 직거래에 대한 의심을 주는 면도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사진과 정제되지 않은 글들에 오히려 소비자들은 열광하는 것도 같으니까요. 

때문에 시시각각 달라지는 농산물의 상태와 가격등을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알리기 편하고 반응도 빨라서 기획상품을 테스트하기엔 더 없이 좋은 창구입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주문을 받고 상품을 잘 발송한 이후의 처리작업이 고강도의 일이예요. 

이건 꼭 발송하는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_실제로는 보내지 말아야 할 상품을 보내는 곳도 있겠습니다만_ 생물이 가지는 특성상의 문제가 가장 큽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사는 자식과 같습니다. 
내가 정성들여 키우고 가꿔도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갖고 자라납니다. 같은 지역, 같은 땅, 같은 나무에서 열린 작물이라 해도 맛이 절대 똑같지 않습니다. 햇볕을 받는 각도에 따라 위 아래가 다르고, 안과 밖이 다르며 그 모습과 형태와 맛이 모두 다릅니다. 


제각각 다른 맛, 감귤나무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들처럼 똑같이 규격화된 상품을 농작물에서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량유통을 하는 경우는 선과기가 있어 어느 정도 크기를 골라내는 기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 손으로 다시 일일이 선별하는 과정을 몇번은 거쳐야 합니다. 과일가게에 진열된 선물상자를 보면 사실 실감이 안나기도 해요. 크기별로 똑같이 구성된 아이들을 보면서 저 한 박스를 선별하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고로움을 거쳤을까, 골라내어진 아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기준이 있어야 하기에 어느정도 크기나 중량별로 구분을 지어 판매글을 올리게 되는데요. 과일이나 야채 같은 경우 중량에 의해서 구분을 하고 하나씩 저울에 올려놓고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도 그 편차가 크다보니 박스에 담으면서 몇번을 가늠하며 적당히 섞어 보내게 됩니다. 고생해서 박스에 담고 택배차에 실어보내면서도 가는 동안 다치지 않기를, 도착해서 오래 기다리지 않기를, 무사히 소비자 손에 당도하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되지요. 


농산물유통의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맛있는 제철재료 찾기-> 샘플 사진작업 -> 판매글 작성하여 올리기 -> 주문접수와 입금확인,  송장출력 -> 물건포장작업 -> 택배발송


보통 이 과정을 마치면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리게 되는데요. 오후 1시 정도면 끝나는 택배작업 이후 소비자가 물건을 받아보는 다음날 아침 이전까지가 어찌보면 판매자에게는 가장 황금같은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면 물건이 도착하기 시작하는 다음날이 되면 연달아 휴대폰이 울려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잘 받았다는 인사부터 물건이 생각보다 작거나 크다는 얘기, 일일이 무게를 재어 계산한 사진, 흠집난 상품사진이나 배송중 터진 박스사진, 도착할때가 되었는데도 받지 못했다는 얘기, 주소가 잘못된것 같다는 택배기사님의 전화까지 휴대폰이 쉴틈이 없는 겁니다. 


카페에 판매한지 얼마 안 되었던 초기에는 이 사후처리가 너무 스트레스여서 휴대폰 문자 수신알림만 울려도 가슴이 벌렁거렸어요. 몇번의 컴플레인 이후에는 징그러운 벌레라도 되는 냥 질색하며 휴대폰을 저 멀리 던져놓기도 했습니다. 마치 나만 휴대폰을 안 보면 될 일이라는 것처럼 말이죠. 그 정도로 멘탈관리가 어렵더라구요. 


차라리 오픈마켓 같은 경우는 고객게시판에 후기를 적고 또 여러사람이 올리다보니 좀 안좋은 후기도 밀릴 수 있고 답글을 늦게 달아도 크게 문제가 안 되는데, 카페의 경우는 바로바로 응대를 해줘야만 하거든요. 주문을 문자로 하는 경우도 많고, 발송 안내도 톡으로 보내고,  후기도 게시판에 사진과 함께 자세히 적다보니 좀더 개인적인 관계가 된다고 할까요? 



후기가 이후 판매량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워낙 크고, 주 소비층이 주부들이다 보니 좀더 친절하고 세심하게 챙기는 판매처가 아무래도 평판이 좋습니다. 



카페고객이든, 오픈마켓 고객이든, 지인을 통한 고객이든 사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모두가 소중한 고객이고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선 최대한 좋은 것들로 골라 보내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판매 이후 사후처리가 유난히 더 힘든 곳이 카페인 것 같아요. 판매 전에 시달리는 것과 판매 이후에 시달리는 건 그 차원이 다르거든요. 


다들 이유가 있으니 연락을 하시겠지만 사실 이걸 다 들어주다간 가뜩이나 최소마진의 수익조차도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니까요. 돈도 돈이지만 속도 상하고 상처도 많이 남습니다. 저는 판매시기만 되면 유독 예민해져서 아이들과 남편에게 별일 아닌 일에도 버럭 성질을 내곤 합니다. 





농수산유통을 했던 처음이 생각나네요.

10년전, 한 지역 커뮤니티에서 공동구매로 수산물 판매를 했었어요. 워낙 저렴하게 판매를 했고 맛도 좋아서 처음치곤 정말 많이 팔았어요. 고마운 마음에 이벤트를 열어 무료 증정을 하기도 했고, 후기도 빠짐없이 찾아보며 정성스레 감사의 댓글도 달았죠. 


몇번의 판매글 이후 좀 안 좋은 후기가 하나 달린 거예요. 다 좋을 수는 없으니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고 기대에 못 미쳐드려 죄송하다는 답글과 함께 환불 원하시면 말씀해달라고도 했죠. 문제는 그 다음이었는데요. 

정작 불만후기를 올린 분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는데 다른 분들의 댓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거예요.


'그쵸? 저도 여기꺼 별로더라구요. 댓글이 많아  주문해봤는데 저는 한번 먹고 냉동고에 그대로 쳐박아 뒀네요. 돈만 버렸어요.'

'다들 좋은 얘기만 올리셔서 저만 이상한가 했는데 저와 같은 분이 계셨군요. 저도 맛이 없었어요.'


기다렸다는 듯이 줄지어 올라온 댓글에 저는 아연해졌어요. 

당시에는 물량이 소진되어 판매를 거의 접을 때였는데 적어도 댓글을 단 사람들은 구매한지 한참 되었단 얘기였거든요. 그럼 받아서 먹어보고 왜 아무말 없다가 다른 사람이 글을 올리자 그때서야 글들을 달기 시작한건지 이해가 안됐어요. 적어도 제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한 사람에게 단 한번도 책임을 회피하거나 무례하게 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충분히 얘기를 듣고, 공감하고, 원하는 데로 사후처리를 해줬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직접 아이스박스에 담아 차를 몰고 한시간 거리의 집까지 가서 전달해준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적어도 때 지난 불만은 저로서는 몹시도 억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야말로 배신감에 더이상의 댓글 달 힘도 없이 자리에 누워버렸습니다. 그리도 속이 쓰렸습니다. 온라인상임에도 그 카페 근처에는 얼씬도 하고 싶지 않았죠. 그 지역이라면 치를 떨 것 같았습니다. 

기운없이 누워있는 저를 본 남편은 혀를 끌끌 차며 마트에서 와인을 한병 사들고 왔습니다


unsplash

"뭘 그걸 갖고 그래? 그동안 너가 판 걸 생각해봐.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 만족할수 있겠어? 더구나 먹는 건데. 우리도 입맛이 다 다른데 맛 없다고 느낄수도 있지. 그렇게 다 반응하다간 너가 죽겠다. 너 사업할꺼라며? 그런 멘탈로 어떻게 사업을 해? 자. 이거 한병 먹고 잊어버려. 팔 곳이 거기뿐이야? 다른데 또 팔면 되지. "


저보고 힘내라고 제가 좋아하는 와인을 사들고 온 거예요. 툴툴거리면서도 일어나 와인 한병을 다 비우고 나니 그제서야 홀가분해지더라구요. 뭐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내가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남편 말처럼 이곳 아니어도 팔 곳은 많을 것 같았어요. 실없는 농담을 지껄이며 그렇게 자고 나니 다음날은 좀 잊혀지더라구요.


그럼에도 한동안 그 지역카페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제 닉네임만 봐도 누군가 나쁜 말을 할 것만 같았거든요. 다시 그 카페를 찾기까지 10년은 걸렸던 것 같아요. 첫 정을 준 곳이었고 그만큼 애정이 컸던가 봐요. 또 그만큼 상처를 받았던 곳이기도 하구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기일이 아닌건 금방 잊는다는 걸 깨닫기까진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악플을 보고 상처받았을 연예인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죠. 



온라인 유통을 하는 분들은 그런 면에서 멘탈관리가 정말 중요해요.



unsplash


'글은 말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차라리 얼굴보고 말로 하면 당시엔 속상해도 상처가 덜할텐데 글은 오래도록 가슴에 꼭꼭 새겨지더라구요. 무엇보다 당사자의 불만 글은 이해하겠는데 동조하는 댓글들에 더 심한 상처를 받습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당사자끼리 해결하면 될 일을 잘 모르고 한마디씩 거드는 댓글들이 두고두고 상처가 됩니다. 그것 때문에 농산물직거래 카페 게시판에도 싸움이 일어나고 강퇴까지 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더라구요. 카페 운영진들도 정말 피곤하겠단 생각도 들어요.


제철농작물은 계속 나올거고, 판매할 아이템들은 계속 이어지겠죠. 

제철판매라는 특성상, 판매할 상품이 없는 비수기때는 철저하게 멘탈도 휴식에 들어갑니다.

까페에는 얼씬거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와 예민함들이 사라질수 있도록 오름도 오르고 영화도 보고 바다에도 가지요. 판매시즌이 될때도 되도록이면 동종판매자들의 글은 보지 않으려 합니다. 시장조사 차원이라며 보다보면 자꾸 비교하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지고, 최소마진임에도 가격을 더 내리게 되고, 그로인한 짜증만 늘게 되니까요. 그저 확신을 갖고 내 고객과 소통하며 꾸준히 하나씩 해나가는 장기전. 모든일이 그러하겠지만 농산물유통의 일은 신뢰를 얻기위한 장기전에서의 멘탈관리싸움입니다. 


불만고객도 있겠지만 정성을 다하다 보면 충성고객도 못지않게 늘어나요. 고생 많으시다며 잘 먹겠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에게 받는 위안은 말로다 할수 없을 정도입니다. 때론 뭉클해져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니까요. 그렇게 말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또 불만의 사유를 찬찬히 듣다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처리하는 과정중에 서로 마음이 통해서 그 분들이 충성고객이 되기도 해요. 그러다보면 신뢰라는 게 쌓이는 거죠.



생물의 특성상 조금 안좋은 게 섞여 갈수도 있음을 이해해주시고, 좋은 말로 후기를 보내주시죠. 선별에 좀더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포장에 좀더 주의를 해주면 좋을것 같다 이런 얘기들을 해주시면 참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남편은 항상 얘기해요.

'세상 안 무너진다. 지금 큰일 같아도 지나면 다 별일 아니야? 그냥 잊어버려.'

처음엔 무책임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무대포 같은 투박한 그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해요. 세상 안 무너지는데 그리 속상해 할 필요 없지 않나요? 

그럼에도 농산물이란 생각보다 조금씩 더 다를수 있음을 좀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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