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룩쥔장 Jul 09. 2020

제주에서 아이 교육하기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싶은 이야기


제주에 살고 있는 #후룩쥔장 입니다.

오늘은 #제주에서교육 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제주에서할거리 와 관련된 교육이 될 수도 있겠고, 저처럼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제주의교육현실 에 대한 내용이 될 수도 있겠네요.




제주에서 중학교 다니기


제가 첫 입도를 했던 10년전, 큰아이는 한창 민감한 사춘기에 들어선 중2였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무섭다는 중2를 데리고 제주행을 감행한 저도 참 모진 엄마였다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고 낯선 제주가 싫어 오지 않겠다는 아이를 우격다짐으로 전학시키고 배에 태웠으니 말이죠.



그렇게 부모의 결정으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강제로 전학을 하게 된 아이는 두달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오로지 핸드폰만 손에 쥔채 밤낮으로 육지의 친구들과 교신만 했습니다. 제주에 도착한 때가 한겨울이었기에 그 고립감과 고통은 더 컸던 것 같아요. 방학이 끝나고 한달 후 시내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신청을 하고 새로운 교복을 맞춰입고 새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다시 밝은 아이가 되었지요.  


제주로 이주하기 전, 아이의 학교 문제로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제주의중학교 는 생각보다 정보가 참 없었어요. 아직 어린 초등학교 정보와 경험담들이 많았던 데 비해 상대적으로 중학교 정보는 없다는 걸 발견했지요. 당시에는 의아했지만, 제가 제주에서 살아보니 이해는 되는 부분이예요.


아직 순수하고 놀기 좋아하는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들을 위해서는 많은 부모들이 제주행을 보다 손쉽게 결정하지만, 친구들이 전부고 학업이 늘어나는 중,고등학생 때는 전학이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어찌보면 참 짧은 그 시간 안에 학교나 동네를 옮긴다는건 여러모로 예민한 아이들에겐 조심스런 부분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자유로운 아이들을 위한 제주살이의 선택_unsplash


어쨌든 전학수속을 밟으면서 취합한 정보에 의하면, 제주는 중학교부터 치열했어요.

아직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제주였고 출신학교에 의한 학연이 이후 제주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났기 때문에 어디 중고등학교를 나왔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어요. 지역에서 좀 인정해주는 학교들은 대다수가 제주시내에 집중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엄마들에게 평판이 좋은 학교들은 입학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일명 '뺑뺑이' 라 불리는 지원에서 인기있는 학교들은 지원자가 몰렸고 결원이 생기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전학 당시 결원이 없다면 다른 학교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큰 아이는 다행히도 운이 좋아 첫번째 지원한 중학교에서 마침 1학년이 끝나고 미국으로 유학간 아이의 결원에 의한 충원으로 전학이 받아들여졌어요.


이후 큰아이의 중학생활은 치열해졌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의 수가 많지 않고 대다수의 학교들이 제주 시내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중학생들에게 거는 학업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예요. 제주의 중2,3들은 육지의 고2,3처럼 밤늦게까지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합니다. 학교수업이 끝나고 난 후에도 소규모 그룹과외나 학원에서 12시까지 공부하는 일이 일상사였어요. 그렇게 힘들게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후, 대학입학 시기가 되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육지로 갈것이냐, 제주에 남을 것이냐,


unsplash


많은 아이들이 육지 대학을 선호합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안에서의 갑갑함 같은 거겠죠. 아이러니한 건, 어렵게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택해서 들어가도 제주의 대학에 입학하면 특성화고던 인문계고던 다 거기서 만난다는 겁니다. 지역사회가 좁고 대학에 입학할 아이들은 한정되어 있으며, 육지대학에 합격해도 생활비까지 지원해줄 부모의 여건이 그리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큰 아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육지에서 다니겠다고 고집하여 저희 가족은 모두 터전을 육지로 옮겼어요. 저나 아이아빠는 대학은 선택이고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주의였지만, 어쨌거나 본인이 원해서 대학을 갔고 그 과정이 좀더 수월했던 건 육지 고등학교에 대한 선택이 분명 도움이 컸습니다.




다시 10년이 흘렀고, 열한살 터울의 작은 아이가 일년후면 중학교 입학을 하게 됩니다.



그 흔한 학원 하나 가지 않고 너무나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작은 아이의 중학교 입학을 생각하면 살짜쿵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10년전처럼 여긴 제주시내도 아니고 중학교까지 통학하는 교통편도 마땅치 않은 곳이며 별도의 학원을 다니려 해도 여의치 않은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 때가 되면 결국은 제주시내로 가야하지 않을까 앞선 고민도 됩니다.


육지살 땐 다른 아이들처럼 아파트 앞이나 학교 근처 학원들을 전전하던 아이였어요.

일하는 엄마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했고, 국영수 보충이 아니더라도 운동이나 악기등 어렸을 때 소질을 발견해주고 싶은 욕심에 이런저런 학원들을 권했었습니다. 다들 다니는 곳이었으니 아이도 크게 불평이나 불만없이 으레히 학교 끝나면 학원 한두개 들렀다 저녁에 집에 오는 일이 일과였지요.



하지만 이곳 #제주살이 에서 아이는 자유롭습니다.




원하지 않는 학원은 멀기도 하고, 마땅치도 않아 패스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과목이 형성되어 있는 방과후 수업도 원치 않아 모두 패스입니다. 두세시간 끝나는 학교수업 이후엔 그저 집에서 쉬거나 고양이와 놀거나 휴대폰을 하거나 숙제를 합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거나 댄스커버를 따라 하거나 게임을 합니다. 옥상에 올라가거나 동네 한바퀴를 돌거나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줍니다. 육지 아파트처럼 친구집이 지척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친구랑 노는 일도 잘 없습니다.


오롯이 아이의 시간을 가지는 걸 보면서 처음엔 걱정도 됐습니다.

'내가 너무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러나, 젊었을 때 잠시 살았던 영국을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이민간 가족이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며칠 지낸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집 큰 딸이 고등학생이었어요. 오후 3시면 학교수업이 끝나고 이후론 집에서 혼자 공부를 하거나 어쩌다 친구와 만나 놀뿐, 한국의 아이들처럼 학원은 다니지 않는걸 보고 좀 신기했었지요. 거기선 다들 그러니까 그게 당연한 거였고, 전혀 이상한게 아니며 대학은 본인의 선택일 뿐 강요사항이 될수 없다는 그분들의 말씀에 수긍이 됐습니다. 저 역시도 고등학교 때 학교 수업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 대형학원에 가서 바글바글 모여든 다른 학교 학생들과 영어, 수학 수업을 들었지만, 그때 얻은 거라곤 피곤함 뿐이었거든요. 각자의 공부 스타일이 있는 거고, 또 너도 나도 다 공부만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_unsplash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내 아이를 키워보고자 선택한 제주살이이기도 했기에 지금 생활에 사실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마 작은 아이가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가더라도 전 아이가 원치 않는다면 학원은 보내지 않을 것 같아요. 작은 아이가 다니는 이 작은 시골학교를 선택한 대다수의 육지맘들이 아마 저와 같은 맘일 거예요. 정말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고 조용히 살고 싶어 온 사람들이란 걸 알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또 한편으론 학교가 끝나고 난후 한두시간 정도는 공부방이 있어 수업도 하고 친구들과 놀수 있는 환경이면 그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이사온 처음엔 작은 공부방을 해볼까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전 역시나 제도권 교육에 대한 반감이 크고, 성적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기 때문에 좋은 공부방 선생님은 못 될것 같더라구요. 아이 친구 엄마 중엔 육지에서 했던 일을 경험으로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적성에 맞는 분이라면 #제주에서교육 사업도 해볼만 할거예요.
알고보면 섬사람들이 교육열은 더 높기도 하거든요. 육지에서 좋은 선생님이었다 하면 처음부터 신뢰를 갖고 바라보는 시선들도 있구요. 다만, 교육사업 역시 이곳에선 큰 욕심없이 작게 시작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인구가 많지 않고 저처럼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 온 부모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그 시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육에 주관을 갖긴 참 어려운 게 한국의 교육현실이고, 이미 큰아이 때 한번 경험하여 면역력이 생겼다 생각하는 저도 막상 작은 아이 때가 되니 또 다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자녀교육은 모든 부모의 오랜 고민임이 분명합니다.


아이들에겐 스승이 중요하여 보다 좋은 선생님이 있다면 좋겠다 하는 욕심이 없지 않아요.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 다시 방임주의로 돌아오긴 하지만요. 어쨌든 지금 작은 아이는 그 누구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으며 저는 그런 점에서 지금의 제주살이에  만족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농산물 유통의 필수, 멘탈관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