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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Feb 04. 2016


​발효의 시간들 #1_최종회

작은 식당주인의 좌충우돌 창업일기 #6

제주와의 이별, 그리고 다시 시작된 도시생활..


 제주 아일랜드의 새로운 주인은 운명처럼 그해 겨울에 나타났습니다.

평소 가입해서 활동했던 제주이주 모임 까페에 올린 글을 보고 온 부부는 당시 제주에서 식당을 해보고자 했던 자신의 지인에게 추천해주고자 가게를 찾았더랬습니다.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가진 그들은 단박에 넓은 창가와 창을 통해 보이는 한라산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실은 지인에게 추천할 요량이었으나 이내 그들이 한번 해보자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고 저는 서둘러 건물주인과 이들을 연결시켜 주었지요.


 아마도 건물주와의 첫번째 트러블이었을 겁니다.

이후로도 이어지는 건물주와의 관계는 항상 '드러워서 건물 하나 사든가 해야지. 그지같은 건물 하나 같고 유세란 유세는 다 부리는구나'의 생각을 갖게한 시작이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의 1층으로 입주하면서 그녀가 원한 까페가 아닌 식당이란 사실에서부터 삐그덕거렸던 건물주와의 관계는..

돈까스와 덮밥의 기름냄새를 빼내기 위한 닥트설치에서 자신의 아름다운 건물외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로 닥트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이 벽을 타고 흐른다며 정기적으로 닦을 것을 요구하셨으며,

자주 주문해먹는 음식에 대해 친절하게도 주변인들의 반응을 전해주며 끊임없는 컨설팅을 해주시었고,

결국은 1년만에 가게를 팔고 나간다는 소식에 그것도 권리금을 받고 판다는 소식에 못마땅함으로 입을 굳게 다문채 족히 일주일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제 속을 태웠습니다.

가게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판단하겠다는 조건으로 저는 마음을 비우며 그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었습니다. 다행히도 서로 호감이 있어해서 일사천리로 양도를 진행했고 그해가 가는 12월 말일까지 꼬박 날을 채워 영업을 한후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 모든 것을 넘기고 다음해를 맞게 되었죠.


 이사날짜와 큰 아이의 졸업식이 남아있는 한달동안 몸과 마음도 쉬고 서울나들이도 다녀오고 그렇게 정리를 하며 제주아일랜드와 이별을 했습니다. 물론 건물주와는 잔금을 받을때까지 건물 외벽의 기름때를 책임져야 한다는 공방이 오갔고 금액에서 제하시라는 제 이야기에 자기가 한 것이 아니니 똑같은 자재를 서울에서 주문하여 인부를 붙여 벽타일을 교체하고 가라는 통에 결국은 언성까지 높이며 싸우고 말았습니다. 결론은 그 금액만큼 정확히 계산하여 제하고 남은 금액을 입금했더군요. 어차피 그럴거면서 억지를 부리고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계산 정확했던 그녀를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래도 자신의 건물에 든 첫 가게로서 잘되기를 바랐던 마음임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여러모로 힘들었던 그 당시 저에게는 그녀의 간섭이 아침저녁 시간에 얼굴 마주치는 것조차도 징글징글하게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이후로도 몇개의 가게를 운영하고 넘기면서 매번 건물주와는 한번도 좋게 헤어진 적이 없습니다.

제 성격의 문제인건지, 아니면 만났던 건물주마다 성격이 문제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이 이유가 가장 근접하다고 보여집니다만) 세입자와 건물주라는 관계가 결코 좋을 수 없는 한국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

가게를 하기 전에는 작은 공간이라도 '내 가게'가 하나만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만,

막상 가게를 해보면 거지같은 건물이라도 '내 건물'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가게를 한다는 건, 특히 몇년 동안 오랫동안 한 곳에서 가게를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건

내 건물이 아니고서는 정말정말 힘들다는 걸, 또한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겠다고 하는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영세한 자영업자로서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렇게 저의 첫 가게였던 아일랜드와 이별을 하고 제주에 내려가기 전에 살던 곳으로 다시 올라온 저와 아이들은 다시 도시생활을 시작합니다. 작은 아파트 월세를 얻어 이사를 하고, 짐을 풀지도 못한 상태에서 큰 아이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원서를 접수하고, 그럼과 동시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게터를 물색하고, 작은 아이의 유치원에 등록신청을 하고...

언제나 들소처럼 달렸던 제 인생이었지만, 그때가 가장 치열하게 한치의 빈틈도 없이 달렸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네요. 제주에 남아 일하겠다는 남편을 두고 두 아이와 살기 위해 강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독하게 마음을 먹었던 시간..  이사온지 보름만에 살던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가게를 얻고 황학시장으로 주방집기를 사러가고, 옷가게였던 곳에 도시가스 설치를 하고 더불어 작은 아이와 큰 아이를 입학시키고...

그 당시 저의 뇌구조는 '모든것을 다시 리셋한다'라는 명제아래 치열하게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2년만에 다시 올라온 도시의 봄은 황사로 뿌옇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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