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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an 14. 2016

들었다 놨다 요식업의 교훈

작은식당 후룩쥔장의 경험을 통한 조언..

지난 4년여동안 짧은 시간이었다해도 이래저래 여러 아이템을 시도하고 벌려봤던 요식업계의 선배로서

온몸으로 부딪쳐 뼈저리게 얻어낸 깨달음이 있으니

향후 이쪽으로 발을 디딜 분들을 위해 저의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수중에 많지 않은 돈을 가지고 시작할 경우의 이야기라고 우선 선을 그어볼께요. 규모가 커야 할 것들은 또 나름의 요구사항들이 다를 테니까요.


1. 대중적인 아이템이어야 한다.


   음식이라는 것이 각자 나름의 입맛과 경험, 습관을 통해 형성된 '다름'이라 하나 세세한 그 모든 이들을 충족시킬수는 없는 것이기에 결국은 가장 대중적인 부분들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첫 가게였던 아일랜드에서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아이템은 좀더 실험적인 것이었지만 초보사장의 어정쩡한 판단보류과정중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돈까스와 파스타를 넣게 되었는데요. 사실 돈까스는 몰라도 파스타는 지금이라면 저는 그쪽 분야에 문외한이라 못한다 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게 없던 시절-저의 무지를 인정할수도, 저의 가능성을 예견할수도 없는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이라 파스타라는 메뉴에도 시도를 했고 결과적으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메뉴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번째 아이템이었던 '제주고기국수'는 나름 잘될거란 느낌도 있었고 판단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참담한 실패를 가져왔습니다. 일단 아이템이 주는 생소함이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색으로 현지 관광객들에게는 먹힐수 있는 토속음식이었으나 서울이라는 곳에 끌어오기에는 메뉴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먹어보지 않은 이들에게 생소함이란 그 음식이 주는 거부감이 없을 때까지 먹어보거나 주변의 긍정적 권유등이 작용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아이템을 홍보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시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시도한 아이템은 '꼬마김밥'이었는데 김밥이라는 아이템이 주는 친근함, 대중적 입맛은 역시 무시할수 없었습니다. 한국인에게는 분식하면 떡볶이와 김밥, 튀김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으니까요. 역시 사업을 함에 있어 아이템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 초기투자비용이 적어야 한다.


 머니머니해도 사업에는 '머니'가 중요하지요. 가지고 있는 돈은 늘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눈높이는 그보다 조금은 높게 마련이고, 눈높이를 낮춘다해도 일을 벌리다보면 항상 오버되는 것이 돈인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돈때문에 안할수는 없으니 수중에 있는 돈 이외에 항상 외부에서 돈을 끌어오게 되죠. 100% 자기 돈만 가지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친인척의 돈이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든, 신용을 보증으로 대출을 받든, 투자자를 끌어들여 수익을 분배하든 내 돈 아닌 돈이 들어가게 되죠.

그런데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투자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면 막상 뚜껑을 열었을때 감당해야할 몫이 너무나 커집니다. 일은 벌려봐야 아는 것이긴 하지만 가게문을 열자마자 수익이 발생하기는 사실 힘들거든요. 특히나 내 땅, 내 집이 아닌 다른 사람 건물에서 조물주보다 높다는 건물주에게 월세를 내가며 움직일수도 없는 그 가게안에 인테리어비용으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게 될때는 나중에 그 비용을 어떻게 거둬들일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인테리어 비용뿐만 아니라 초기에는 주방집기 및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는 공간에는 시설비까지 투자해야 하는데 장사가 잘 돼 매출에서 뽑아낼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후 가게를 넘길때 권리금을 받는 정도로 마무리가 될 수 있을텐데요. 이 경우도 목이 좋아 바닥권리금이 형성되어 있다면 모르지만 그 외로는 사실 시설권리금이라고 요구할만한 합리적인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물론 사업영역에 따라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투자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까페나 레스토랑, 고급바 같은 분위기가 중요한 가게의 경우는 사실 원재료비 대비 단가가 높아 마진률이 높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커도 회수할수 있는 시간이 짧은 편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식이나 분식, 선술집등은 가격에 마진률이 높을수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투자비용을 줄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3. 소스, 재료수급 등에서 믿을 수 있는 거래처가 있어야 한다.


 매력적인 아이템이 있고 레시피가 있다해도 좋은 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 거래처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가능하다면 믿을 수 있는 거래처와 더불어 가격경쟁력을 갖추면 더이상 바랄게 없겠지요. 저의 경우 첫 가게 아일랜드는 남편이 운영하던 흑돼지 가공공장이 있었기에 질과 가격면에서 빽이 있었구요. 두번째 흑돼지고로케의 경우도 제주 현지에서 조달해주는 지인이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한 아이템이지만 제주고기국수의 경우도 제주의 지인을 통해 고기와 돼지뼈까지 받을 수 있었기에 차별화된 맛을 서비스할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재료를 똑같은 가격으로 받아서는 내 가게 매뉴의 맛도, 가격도 차별화될수 없어 운영은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4. 1인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요식업은 사실 인건비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움직여야 가능하지만 요식업은 특히 사람없이는 매출이 일어날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뛰어난 핵심인력이 있다 하더라도 한사람이 할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 인원투입이 일어날수밖에 없습니다. 요식업의 또하나의 특징은 수요시점이 몰린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다들 배꼽시계가 일정하다는 말입니다. 몰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이면 좋겠죠. 서빙과 계산 정도는 기본으로 다들 할줄 안다고 치면, 조리과정일텐데 이 부분에 있어 어렵지 않고 프로세스가 간편화되어 있다면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이 가능해집니다.


5. 테이크아웃(T/O)이 가능해야 한다.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더라군요.

매장이 크다면 크게 상관이 없을수도 있지만 매장이 크다는 건 그만큼 자본이 많이 들고 인건비가 많이 투입된다는 거니까요. 작은 매장에서 보다 큰 효율성을 노린다면 방문고개과 더불어 가지고 나갈수 있는 테이크아웃이 매출에 있어 상당한 부분을 기여하게 됩니다. 특ㅎㅣ 요즘처럼 1인 거주자가 많고 가족구성원이 바쁜 때에는 포장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게 됩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바로 조리되어 즉석에서 먹는 것이겠지만 그럴수 없는 이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된 테이크아웃 용기와 메뉴의 고민이 있다면 분명 차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6. 반조리 상태에서 즉석조리후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내가내가병'이란 것이 있다고 하더군요. 재료손질부터 소스와 조리 모든것을 내가 해야만 한다는 고집인데요. 사실 저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오래된 맛집을 소개한 방송만 봐도 그렇잖아요. 손이 두툼한 할머니나 요리사가 칼국수 반죽부터 양념, 깍두기까지 다 버무리고 볶고지지고 며느리한테도 안 알려주고 그래야 맛이 유지된다고요. 저도 처음에는 나름 고집으로 모든 소스를 다 만들고 담그고 재우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가지 않는 음식에는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아 부끄럽기도 했구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과정을 통해 자부심은 커졌을지언정 체력은 바닥나고 관절에는 무리가 왔으며 지속할 열정도 에너지도 남아있질 않게 되었습니다. 지긋지긋해지더라구요. 아 이래서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구나 이해가 되더군요. 그렇다고 너도나도 프랜차이즈를 할순 없잖아요. 다만 프랜차이즈도 가게마다 맛이 다 다른걸 알고 계신가요? 나름의 손맛과 정성은 무지할수 없는 것이겠죠. 가능하다면 어느정도 조리된 상태에서 서비스되기 전에 뜨거운 건 뜨거운대로 차가운건 차가운대로 조리후 서비스할수 있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7. 깔끔해야 한다.


 오래된 맛집이라며 허름한 음식점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역시 대중적으로 본다면 깔끔함과 위생은 대세인것 같습니다. 뭐 깔끔함은 기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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