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아짐의 한계에 대하여.
그랬다.
한때는..
면접의 달인이라 하여 왠만한 면접에는 거의 떨어지는 법이 없었던 이 아짐.
오죽하면 대학을 갓 졸업한 어린양들에게 면접스킬 강의까지 자신만만하게 했을까.
물론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때 그런 용기와 자만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기고만장함에 부끄러움만이 밀려들 뿐.
어찌됐든.
그리하여 사십삼년동안을 살아오면서 대학졸업 이후 바뀐 직장만 해도 줄잡아 8개는 족히 넘는듯..
직장만 갈아치운 것이냐 하면 과감히도 바뀐 직업만해도 다섯번은 넘고.
여러 직업과 직장을 전전하던 끝에 자영업을 시작한지 이제 5년차가 되어가던 차.
자영업을 시작하고도 바뀐 가게와 아이템만도 4개니 거의 한해에 한번꼴로 시도하고 접고 또 시도했다가 정리하는 광속의 수순이랄까?
대책없는 이 무모한 도전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싶은 생활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이 아짐.
자영업을 하다보면 잘 될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어..
잘 될 때는 '그래, 이 맛에 내 사업하는 거지. 왜 눈치보며 직장생활을 해?'였다가
안 될때는 '아이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하는감? 다 때려치고 어디 알바라도 남 밑에 가서 하란대로 하는게 낫다.'라는 궁시럼..
생각대로 잘 안됐던 가게를 하던 한여름에는
잠시 가게문을 닫고 지나가던 커피숍을 한없이 부럽게 쳐다보며
그 시원한 곳에서 냉방비 걱정없이 일하는 알바가 그리도 부럽더니..
'내 이 가게만 때려치면 그냥 동네 커피숍 가서 알바하련다.
내가 걱정안해도 되는 시급 따박따박 나오는 종업원을 할 테닷!' 주먹을 불끈!
그 가게를 때려치고 이후에도 몇개의 가게를 더 들었다놨다한 이후 현재의 백수상태에서
앞으로 모해먹고 살아야할까의 고민이 또 스멀스멀 기어나오던 차,
이참에 다시 그때 못다한 월급쟁이의 한을 풀어볼까하여
이곳저곳의 채용공고를 보고 ,
슬며시 구미가 땡기는 한 대기업의 온라인 입사지원서를 작성해보고자 하니
아 젠장. 뭐 이리도 작성하라는 것이 많은지.
고등학교 입학과 졸업도 까마득한 이 아짐으로썬
년도뿐만 아니라 입학월일과 졸업월일까지 가물가물 겨우 쥐어짜봐도,
그 수많은 지난날의 경력사항을 일일이 열거할수 없어 가장 최근순으로 기재하는 것조차
입사년도와 퇴사년도 또한 먼 곳의 기억일뿐...
이거하라 저거하라 온라인 폼이 정해진 대로 하려니
스멀스멀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시작하고,
어차피 새파란 젊은 청춘들도 못 들어가 안달인 곳에
이 아짐까지 미련한 엉덩이를 밀고 들어가보겠다고 하는 것도 갑자기 우스워지고,
이런 형식들이 싫어서 지난날 숱하게 직업과 직장을 바꾸고 내 사업을 실험해본것일진대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이 죽일놈의 미련..
알량한 월급과 조직의 단맛을 아직도 잊지못해
준비한 것도 없이 들이밀려하는 양심없는 이 아짐은
더 이상은 직딩이 될 수 없는 단계에 왔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조용히 노트북 뚜껑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