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garettes after sex
요즘 꽂힌 음악이 있다면 바로 이 밴드의 음악.
#cigarettesaftersex
처음 우연히 이 음악을 들었고 어김없이 귀에 꽂히는 그 느낌에 바로 음악을 검색했다. 그리고 밴드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
'진짜 이 이름이라고?'
대놓고 이런 이름을 밴드명으로 쓰기엔 음.. 뭐랄까...
만감이 교차했지만, 결론은
'대.다.나.다'
이후로 그들의 음악을 줄지어 들어보곤 밴드명을 이렇게 지은 이유가 너무나 합당하게 다가오더라는..
언제나 그렇듯이 너무 마음에 쏘옥 들어오는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때면 그들이 궁금해지는 터라, 그들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보곤 훗. 난 웃지 않을수 없었다.
국내에 많은 그들의 팬들이 붙여준 이름은 #섹후땡
와우~ 너무 센스 있는 작명이 아니던가.
남자들이 우굴거리는 대학을 나온 내겐 익숙한 '식후땡'.
담배를 피지않던 신입생땐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게 된 이후엔 그 단어가 주는 묘미에 충분히 납득이 되던 대학시절이었다. 식후땡에 이은 '섹후땡'이라.
훗.. 그 느낌을 모르진 않았다. 먹는 행위던 섹스던 어쨌든 그것들은 모두 '배설'과 연관되어 있으며 배설후에 오는 그 허전함과 후련함을 담은 담배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쾌감을 주는 행위이므로. 거친 숨소리와 땀방울로 얼룩진 행위 후 나눠피던 담배 한까치의 맛을 나 역시 잊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석양'과 '허무함'을 연상시킨다. 시크하면서 시니컬하고, 그러면서도 묘하게 섹시하다. 듣기엔 더없이 편안하며 한곡을 들어도 전곡을 들은것 같은 그들만의 진한 색깔을 드러낸다. 그러기에 그들의 음악을 듣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사람은 없으리라 감히 단정지어 본다.
처음 그들의 음악을 접했던 'sunsetz',
내 석양 음악목록에 당장 추가시켰다. 그리고 해질녘이면 어김없이 그들의 음악을 들었다. 물론 일할때도 밥할때도 청소할 때도 줄곧 들었지만 그들의 진가를 배가시키는 때는 역시 불타는 듯 아름답게 노을지는 저녁 무렵이다.
오늘처럼 불타는 석양을 보며 그만큼 빠알간 레드와인 한잔을 곁들인 때는 그 음악이 주는 효과는 배가된다. 알코올로 인해 진해지는 그리움, 과거에 대한 회상, 해내지 못했던 것들과 사람들에 대한 회한, 현실에 대한 허무함, 허상에 대한 자각등 그 모든 것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거대한 자아성찰이 되는 순간..
내가 있는 이 곳이 제주도인지, 불타는 석양에 목놓아 울던 필리핀인지, 낯설었던 이국의 땅 미국인지, 자유를 만끽했던 영국 런던이었는지...
그 모든 것이 뒤범벅 되어 마치 10년, 20년도 지난 그 날들이 어제처럼 선명하게 손에 잡힐듯 와락 안겨지는 해지는 이 저녁..
'섹후땡'의 음악이 있어 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며 흔들리듯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