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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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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Aug 30. 2022

저는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싶은 이야기

제주에서는 대체 뭐해먹고 살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제 경험을 기반으로 자세한 정보를 기록하겠다며  구구절절 얘기하려니 참으로 지루하고 구차해집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먹고사는 건 어디든 다 똑같습니다.


가방끈이 길다고 다 돈 많이 벌고 잘 사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라고 미국이라고 영국이라고 잘 사는 것도 아니더군요. 미국 1년, 영국 1년 유학겸 이민생활도 해보고, 필리핀에서 몇개월간 사업차 살아도 봤지만, 참 산다는 건 어디든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주 이민을 떠올리시는 건, 지역적 특색_외국같은 곳이죠.

비행기나 배를 타고 와야 하는 지리적 거리감_아직도 비행기를 탄다는 건 묘한 설레임을 동반하니까요.

산과 바다를 모두 아우른 흔치 않은 환경_한라산과 주변을 감싼 바다는 큰 섬만이 가질수 있는 지리적 잇점이죠.

문화의 낯설음_제주 방언은 아직도 들을수록 신기하고 생소하고 때론 프랑스어같기도, 스페인어 같기도 합니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말이 통하는 외국' 같은 곳이니까요.


현실에서 사실 'happily ever after'는 없죠. 

저희 역시 제주에서의 환상같은 한달살이 이후론 먹고 사는 문제로 고군분투해야만 했습니다.


귤농장에서 귤을 따서 팔아도 보고-처음엔 재밌지만 몸은 힘들고 돈은 안되고요,

한림 새벽시장에서 갈치를 떼와 택배로 배송해 보기도 하구요_한짝을 사야하는데 팔땐 한짝 팔기도 어려운게 현실이죠.

만감류라 일컬어지는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도 팔아보고_개별단가가 과일중에선 꽤 쎈편이라 매입자금이 턱없이 부족함을 경험해야 했지요.

잡초와 농작물도 구분 못하는 농사 무지랭이들이 철마다 콜라비, 비트, 양배추, 옥수수, 단호박, 마늘쫑등 맛좋은 아이들을 찾아 온 제주를 쏘다니기도 했습니다. _이것저것 떼고 나닌 소량판매는 기름값도 안나왔던 거 같아요.


















어디든 가진게 없으면 먹고사는 일은 공포가 됩니다.

한 철이 지나고 또 새로운 계절이 되면, '이젠 무얼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그런 고민을 몇년간 계속해야 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본을 들고 오거나 걱정없이 한달살이, 일년살이 온 분들을 부러워 하면서요.



농산물이란 것이 제철이 있으니 비수기엔 또 걱정이 됩니다.

손빨고 살순 없으니 -아이도 키워야 하고 빚도 많으니까요, 제주에서 일자리를 찾아 기웃거립니다.

호텔 조식 알바도 해보고,

수학여행온 단체급식 알바도 해보고,

펜션 청소도 해보고,

부동산 중개보조원으로 취업도 해봅니다.


호텔 일은 최저임금에 시시때때로 추가수당도 없이 필요할때 불러쓰면서 그 나이에 써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줄 알란 식으로 나오고,

정규직으로 들어간 골프장도 어디 호텔 출신들인지부터 따지는 텃세에 견디질 못했고,

부동산 중개보조원은 주말도 없이 한달내내 근무하는 대신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댓가로 월 사십씩 3개월을 버티라 하는 말에 귀를 의심했고,

그나마 짧은 시간안에 시급도 좋았던 펜션 청소는 일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 않아 생활이 되질 않았습니다.


년세로 있던 집은 그나마 창고가 딸려있어 유통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었으나,

주인의 사업상 필요한 자금을 위해 매매가 되면서 나가라는 통에 상가임대로 계약한 부동산과 집주인을 대상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나와야 했습니다.

파트너십을 가지고 생산과 영업을 나눠 판매하기로 했던 현지 농부는 우리에게 준 귤값이 헐값이라 여겼던지 술만 마시면 전화를 걸어 꼬장을 부려댔고,

소개로 들어간 낡은 농가주택을 개조하는 조건으로 무상임대로 사용하게 된 바닷가 집은

주변에서 싸게 줬다는 동네사람들 말에 흔들린 주인아저씨의 뜬금없는 주기적 꼬장으로 역시 늘 불안 상태입니다.


사업자를 등록하고 네이버에 스마트스토어로 입점하고 판매활동을 하고 있던 상호는 어느날 생면부지의 낯선 이가 같은 유통업으로 사용하고 있었구요.

제주에 사는 저희와 같은 육지 이주민이었는데 얼굴도 본적 없는 그쪽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미 상당수의 인지도를 쌓아놓은 상태였고, 뒤늦게 상표권을 등록하려고 보니 이미 그쪽에서 먼저 등록을 해버려 억울한 맘을 부여잡고 상호를 바꿔야 했구요.

새로 이사한 집의 집주인은 집에 물건 쌓아놨다고 득달같이 달려와 치우라 난리였구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라는 말에도 갈데가 없어 꿋꿋이 버티는 중이구요.

없는 건 다들 어쩜 그리 귀신같이 아는지 바로 눈빛부터 달라지는 곳, 이곳이 제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어디든 늘 어렵지요. 일도 맘같질 않아 늘 어렵습니다.

나이가 들고 돈이 없으니 더 서럽구요. 아이들은 커가고 생활은 하루하루 공포로 다가오는 저는 중년입니다.

잠이 안 오는 한밤중엔 sns를 보며 '나만 이렇게 쳐박혀 불행하게 살고 있구나' 우울함에 눈물 흘리다가도

아침이 되면 내리쬐는 햇살에 그저 감사해지고,

핸들을 잡고 달리는 제주의 풍경은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그 아름다움에 갑분싸 눈물이 나는,








'그래, 이대로 죽어도 좋아' 기분이 드는 자연의 충만함이 있는 곳..



10년전 첫 입도때 제주에 이주해 살고 계신 분은 말씀하셨습니다.


"제주를 떠나도 결국은 자연 때문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요.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저에게 상처를 주지만,

제주의 자연은 그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해 줍니다.


'토닥토닥'ㅡ" 너무 애쓰지 마."

저는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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