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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Apr 27. 2023

제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안녕? 육지인!


어느 감귤체험밭에서 본 이 문구가 저에겐 무척 신선하면서도 정겹게 다가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현재 제주에 살고있는 제주로 이민온, 제주생활 10년차 육지인입니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해지는 노을이 아름다운 제주의 서쪽, 애월입니다. 이곳 애월에서 저와 남편, 이제 중학생이 된 둘째아이는 중산간 정원이 예쁜 주택에 년세로 살고 있으며 해수욕장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농가주택을 개조한 매장은 주방으로 쓰고 있는 작은 돌창고와 손님들이 음식을 드실수 있는 별채, 그리고 숙소로 쓸수 있는 본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선 제주 흑돼지를 튀겨 패티로 만든 특별한 버거를 드실수 있으며 한겨울 귤철에는 아침 귤농장에서 갓 따온 귤로 짠 신선한 감귤주스를 운 좋으면 맛보실 수도 있습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오래된 담쟁이 덩쿨이 담벼락을 뒤덮고 파도가 거칠지 않은 날이면 어김없이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까맣게 그을린 몸으로 해안가에서 파도를 타는 소리가 마당까지 들려옵니다. 오래된 구옥답게 제주 특유의 정취가 남아있는 실내는 낮은 서까래 아래로 옛날벽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지금은 돌아가신 집주인 할머니가 혼수물품으로 해왔다는 손때 묻은 자개장과 낡은 미싱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주문과 함께 조리되어 나오는 버거는 레트로 감성을 살린 옛날 식기와 쟁반에 담겨져 있습니다. 눈에 띄는 간판도, 안내문구도 없고 해지기 전에 문을 닫아버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수 없는 이곳의 이름은 '애월감성'입니다. 



오래된 제주의 구옥, 손때 묻은 자개장, 정겨운 담쟁이와 돌담을 보며 관광객들은 '갬성'을 느낀다 하지만, 사실 이 공간은 가진것 없는 절박한 부부의 부족한 예산에서 퍼올린 궁여지책의 산물입니다. 투자한 사업이 쫄딱 망해 육지에서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제주로 온 저희 부부는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 사실 많이 난감했습니다.  제주살이를 동경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듯 구옥의 정취를 살리면서 편의성을 더해 번듯하게 개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소요되는 자금에는 턱 없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갱신없는 한시적 임대였기에 그 고민은 더욱 깊었습니다. 그럼에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것은 우리 역시 그곳에서 '제주의 감성'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니다. 


엄청난 양의 짐과 쓰레기들을 폐기물로 실어나르고 주방으로 쓸 창고에는 땅을 파고 수도관을 연결했으며 화장실이 없던 내부에 정화조를 묻고 화장실을 만들고 씽크대와 욕조까지 들여놨습니다. 방안에는 기울어진 천장과 벽면의 곰팡이가 핀 벽지를 뜯어내고 신문지에 풀을 발라 불였으며 흰색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흰색 샤시로 창문을 달고 창가에는 예쁜 레이스 커튼을 달았으며 바닥에는 오일장에서 사온 멍석매트를 깔았습니다. 

완성과는 거리가 먼 미완의 상태, 우리는 그 상황을 '감성이라 쓰고 거지라 읽는다'로 요약하며 그렇게 오픈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애월감성'은 10년전 첫 입도 때 운영했던 제주시내 레스토랑 이후 우리에겐 제주에서의 두번째 식당이 되었으며 그 또한 이제 3년이 되어갑니다.  





제주살이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있으나  '그곳에선 뭐해먹고 살지?'는 늘 현실적인 문제가 됩니다. 대기업이나 제조업이 있는 곳이 아니기에 육지에서 온 많은 분들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연고도 없이 제주라는 섬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건, 특히 말만 통했다 뿐이지 관습도 문화도 많이 달라 '말통하는 외국'으로 불리는 이곳 제주에선 현실적으로 참 어려운 일입니다.

2010년경 첫 입도를 했고 다시 육지로 갔다 2018년 다시 재입도 하여 지금까지 살며 10년전 제주보다 더 많아진 집들과 사람과 북적이는 동네를 접합니다. 첫 입도와는 달리 재입도는 너무도 간절했고 그만큼 감사했으나 어디든 사는건 다 비슷하여 시간이 흐른 지금은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제주는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젠 아름다움보단 탐욕의 민낯이, 로망에 가려진 호구의 그림자가, 나만 살자는 안하무인의 이기주의가 아른거립니다. 어디든 사는 건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럼에도 제주라는 특성상, '제주살이'라는 낭만의 가면에 누군가는 또 다시 몸과 마음을 다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생활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연재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제 글은 대략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진행해 보려합니다. 글 목록의 내용 외 혹시 궁금한 내용이 있는 분들은 댓글 달아주시면 추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주에서의 입지 정하기_제주시 vs 서귀포시, 중산간 vs 바닷가, 시내 vs 시외

-제주에서 아이 교육하기

-제주에서 농수산물 유통하기

-제주에서 식당, 카페하기

-제주에서 숙박업하기

-제주에서 소품가게 하기

-제주에서 상가와 집 얻기

-제주 자영업에서 홍보가 가지는 의미

-제주 현지인과 소통하기

-제주의 코로나와 코로나 이후 상황 

-제주 자영업의 미래

-텃세 아닌 텃세 이야기

-그럼에도 제주에서 살고싶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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