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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Aug 22. 2016

백종원 vs 홍석천 vs 장진우

요즘 가장 핫한 이들에 대한 시선 1 - 백종원편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 견해의 글이다.

세 분 다 요즘 요식업계에서 핫한 분들이다 보니 여러 말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이 글 역시 요식업에 종사한 한 사람으로서 책과 tv를 통해 바라본 한 사람으로서의 시선일뿐이다.



#1. 식당의 맛을 알려주마. 백종원


 새마을 식당의 7분 김치찌개를 통해 백종원이란 사람을 처음 알았다.

예전 회사 근처 식당들 사이에서도 모퉁이 좋은 자리에 70년대식 인테리어에 둥근 탁자가 놓여있던, 이름도 촌스러운데 근처를 지날때마다 어릴때나 듣던 새마을운동 노래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던 그 식당은 모던함을 추구하던 나에겐 낯설고 어색함으로 다가왔다. 고기를 먹을 때도 왠만하면 회사 회식때나 갈수 있을법한 깔끔하고 정갈한 반찬이 나오는 고깃집, 아니면 횟집을 선호하고 지인들과도 패밀리레스토랑 아니면 와인바를 좋아라하는 취향이라 허름한 밥집이나 고깃집, 술집을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당시 회사 근처에 점심때가 되면 마땅히 먹을 곳이 없어 항상 그날의 점심메뉴를 고민해야 했던 우리로서는 한 집을 고집하기보다는 입맛에 맞는 몇 집을 골라 순회하듯 돌아다녔던 것인데, 친한 여자후배가 어느날 새마을식당을 추천했다.

"아. 거기. 보기에도 너무 촌시러움으로 끝발 날리던데 원래 컨셉이겠지만 새마을운동이 뭐냐? 새마을운동이. 메뉴가 뭔데?"

"원래 컨셉이 그런거예요. 그래도 김치찌개 맛있어요. 저를 믿고 가보세요."

둥그런 고깃집 탁자도 탐탁치 않은데 점심시간의 식당은 시장통처럼 분주하고 왁자했다. 앞치마를 두른 알바생들은 연달아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돌며 가운데 끓고 있는 납작한 냄비에 가위를 넣고 사정없이 가위질을 해댔다. 우리 테이블도 고민없이 김치찌개 3개를 주문했고 준비한듯 바로 나오는 찌그러진 양은 냄비가 휴대용 가스버너위에 올려졌다. 불이 켜짐과 동시에 위에 매달려 있던 스탑워치를 누른채 알바생은 바삐 다른 테이블로 이동했다. 7분이 지나자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고 재빨리 돌아온 알바생은 손에 가위를 들고 뚜껑을 연 채 안에서 끓고 있는 김치를 향해 사정없이 가위질을 시작했다. 어떤 형태의 규칙이나 크기의 일정함 따위는 없이 그야말로 사정없이 '조사버렸다'. 갈가리 찢겨진 김치조각들을 앞에 놓인 커다란 국그릇에 담긴 밥 위에 국자로 떠서 털퍼덕 얹어 숟가락으로 비벼먹으면 된다고 했다. 후배가 떠 준 밥그릇의 비쥬얼은 아름답지 않았다. 조사진 김치조각들과 자작한 벌건 국물, 그 밑에 담긴 밥. 숟가락을 들고 밥위에 이루어진 산들을 무너뜨리며 밥과 함께 비볐다. 그야말로 비쥬얼은 개밥과 더욱 근접해졌다. 주변을 보니 다들 그렇게 비빈 밥들을 허겁지겁 입안으로 우겨넣었다. 한 끼를 초스피드로 입안으로 쑤셔넣으며 급하게들 일어서고 있었다.

비쥬얼은 비쥬얼대로, 맛은 맛대로 아름답지 않았다. 맛에서 그 어떤 향기나 우아함, 깔끔함이나 고급스러움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대놓고 드러내는 설탕과 MSG의 맛들이 입안에서 김치와 별개로 춤을 췄다. 가게의 인테리어부터 그릇들, 음식의 재료와 맛까지 내가 느낀 새마을 식당의 첫 감상은 '무례함'이었다. 이후로 새마을 식당은 나의 기피대상이 되었고 그럼에도 어린 후배들은 그 인스턴트맛이 중독적이라며 나를 뺀채 즐겨 몰려가곤 했다.

 


 제주도에서 첫 가게를 준비하면서 요리책을 정말 많이 봤다.

고즈넉하면서도 장서가 많았던 한라도서관의 왠만한 요리책은 거의 다 빌려봤다.

그렇다. '난 요리를 책으로 배웠다.'

쓸만한 내용도 있었고 정말 이런 레시피로 어떻게 책을 냈나 싶을 정도의 허접한 책들도 많았다. 서가 안쪽으로 두꺼운 요리책들이 몇권 있었다. 무게감도 상당한 이 요리책들은 호텔 쉐프들이 낸 거의 전공서적에 가까운 책들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따라하기도 힘들고 구하기도 어려운 식자재와 복잡한 절차를 거친 레시피들이 많았다. 그 책들 사이에 백종원의 요리책이 있었다. 과정샷까지 친절하게 담겨있었던 그 책의 메뉴에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한식반찬들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먹는 맛이 아닌, 식당에서 먹는 맛을 표방하고 있었고 레시피에 반드시 미원이 들어가 있었다. 일반인 대상이 아닌, 자영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책 표지에도 씌여져 있었다. 그 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정말 궁금했다. 식당에서 먹던 그 음식맛은 어떻게 내는 건지, 왜 내가 집에서 했을때는 그 맛이 안나는 건지, 수많은 요리책을 섭렵해도 가정식 맛에 충실할 뿐 업소용 맛을 알려주는 레시피는 왜 없는건지. 업소용 맛을 알기 위해 요식업 종사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까페에 가입하고 정보를 찾아보아도 제대로 레시피를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영업비밀'이라는 이름하에 두루뭉실 넘어갈뿐 자신이 알고 있는 레시피를 공개할 경우 장사는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그 레시피들이 다 있었다. 미원이나 다시다를 넣는다고 대놓고 레시피에 공개하는 요리책은 그전까지 본적이 없었다. 다들 어떻게 육수를 내고 양념장을 만드는지 계량부터 적어놓고 하나부터 열까지 시작하곤 했다. 그런데 백종원, 그는 자신의 얼굴을 책표지에 대문짝만하게 걸고 상세페이지에도 본인이 빠짐없이 등장하여 과정샷을 찍으면서, 마약과도 같은 하얀 그 가루를 요리재료에 천연덕스럽게 찍어 준비하라 일러주고 있었다. 거의 모든 반찬과 주메뉴에 설탕과 미원이 들어갔다. 기존에 알던 요리순서와도 달랐다. 항상 설탕으로 먼저 단맛을 입히고 나중에 간을 했다. 몇번이고 그 책을 들춰보며 그에게 너무 감사했다. 정가 10만원이 넘었던 그 책을 소장할 요량으로 몇번이나 인터넷 서점을 들여다보곤 했다. 가격의 무게와 당시 내가 추구했던 식당의 메뉴와는 맞는 부분이 거의 없어 나중에 필요하면 사자하고 도서관에 반납하고 말았지만 뭐랄까, 그건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나만의 보물같은 거였다. 언제든 내가 다시 다른 컨셉으로 식당을 한다면, 주메뉴를 바꾼다면, 나는 더이상 레시피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그 책을 통해 얼마든지 식당을 창업할 수 있다라는 믿는구석,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보물창고였다.


 한편으로는 백종원이란 사람이 흥미로웠다.

어떻게 그는 모두들 꽁꽁 싸매고 밖으로 새어나갈까 전전긍긍하는 식당 사장들의 비법을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하고자 했을까? 그 역시도 식당을 몇십개나 운영하고 있는 사장으로서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던 걸까? 책값이 비싸긴 하지만 어디 다른 주방에가서 레시피를 구걸하며 어깨너머로 배운다해도 그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한없이 싸기만 한 이 비법들을 일반인들에게 알림으로써 그는 무얼 얻으려 했던걸까?

어쨌든 난 그가 고마웠다. 그리고 언젠간 그 비법대로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당장 집에서 실험이 이뤄졌다. 그가 알려준 레시피와 순서대로 자신있게 고기를 볶고 나물을 무쳤다. 완성된 비쥬얼은 내가 식당에서 먹었던 딱 그 모양과 빛깔이었다. 맛도 비슷했다. 집에서라 미원이나 다시다를 쓰지 않았지만 알려준대로 미원만 좀 넣어준다면 그 맛과 똑같을 것 같았다. 신기하고 뿌듯했다. 자신있게 가족들에게 음식을 내놨다. 흐믓한 표정으로 먹는 아이들을 지켜봤다.

그런데, 아이들이 몇술 뜨질 않았다. 평소 엄마가 해준 음식이라면 잘 먹는 아이들이었다. 그닥 호응이 없었다. 이유를 물으니 너무 달단다. 그냥그런 맛이란다. 내가 먹어봐도 맛은 달고 고기는 흐믈거렸다. 이후 몇번의 다른 메뉴도 시도해봤지만 이상하게도 가족들의 반응은 차가왔다. 결국 그 레시피는 내 맘 속에서 다음 식당창업을 위한 안심의 용도로만 저장됐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그가 TV에 나오기 시작했다.

'집밥'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그는 만능양념장을 만들고 누구라도 따라하기 쉬운 간단한 요리법으로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터넷에는 그의 요리법이 넘쳐났고 그의 프로가 방영된 날에는 그 메뉴가 검색어 상단을 차지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에 힘입어 광고계에서도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됐다. 냉장고, 세제, 그릇, 카드사까지 온갖 분야에서 그를 광고모델로 모시기 위해 분주했다. 어느순간 쏟아지는 그의 광고에 시청자가 피곤해질만큼.

그의 레시피는 내가 예전에 본 그 책속에 레시피와 똑같았다. 미원과 다시다만 빠졌을 뿐이다. 그는 분명 우리 주부들에게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고 익숙한 맛을 찾아 식당까지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게 해주었다. 더 많은 메뉴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냉장고의 식재료들이 쓰레기통으로 직진하는 불상사를 줄여주었다. 한편으론, 그는 전 국민의 입맛을 통일시켰다. 과도한 설탕맛으로 조화로운 미각의 균형을 상실하게 하였으며 평준화된 조리법을 맹신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그는 분명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 이는 분명 다른 요리사들은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요식업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난 그에게 신뢰를 가질수가 없었다.

그가 알려준 요리법들은 사실 크게 대단한 건 없다. 그 자신도 이야기하듯이 '차~암 쉬운~' 요리법들이다. 누구라도 할 수 있고 시판되고 있는 식자재들로 충분히 만들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만천하에 레시피는 공개되었고 익숙한 맛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는 거기서 멈춰야 했다. 식당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 가맹점은 내지 말았어야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요리법을 만천하에 알리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소스와 재료들을 돈을 받고 가맹점주들에게 판다. 가맹점주들은 소비자들에게 그 특별할 것 없는 요리법으로 식당에서 돈을 받고 음식을 내어준다.

유명한 맛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그 맛을 집에서 낼 수 없어서다. 유명한 맛집에는 그 비법을 배워보겠다고 보수도 받지 않고 허드렛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워가거나 비싼 로얄티를 지불하고 가맹점 계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는 그런 점주들을 배려하기는 커녕 레시피를 알려주고 요리법을 친절히 알려주며 본인의 이름을 알리는 홍보효과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내가 먹어 본 그의 다른 식당들도 TV를 통해 알고 있는 레시피 외 특별한 맛은 없었다. 사실 식당에서 그 레시피에 그 재료들을 쓴다는 건 정말이지 조잡하기 그지 없는 맛이다. 물론 가격 낮춰 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의도는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좀더 정성을 쏟았다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본다.


 나혼자 알고 나혼자 잘되겠다고 하는 생각자체가 정보가 만연한 이 시대에서 통용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나눔으로서 더 많은 걸 얻게 되는 것이 사는 이치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그가 보여주는 소통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요리를 즐겨하는 시민의 한 사람이 아닌 엄연한 먹는 장사로 연매출 1000억을 버는 회사의 대표로서 그의 행보는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방송출연 이후로 그 회사의 가맹점수가 더 늘어나고 더 많은 분야의 식당을 런칭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가맹을 하기 위해 돈을 싸들고 줄을 서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다음은 '홍석천'편으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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