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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Aug 23. 2016

홍석천 vs 장진우 vs 백종원

요즘 가장 핫한 이들에 대한 시선 2. - 홍석천편

#2. 집념과 노력의 산물. 홍석천


 방송인으로 홍석천을 알기 전, 개인적으로는 한장의 사진을 통해 홍석천을 알고 있었다.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이었던 곳에서 친했던 입사동기가 있었다. 나보다 한살 많은 지방에서 올라온 남자사람이었는데 피부도 하얗고 선이 고운, 곱상하게 생긴 외면만큼이나 마음도 여려 상처도 잘 받는 사람이었다. 당시 기획실 소속으로 입사동기였던 우리는 점심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동기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도 서로를 챙겨주는 스스럼 없는 사이였는데, 남자동기가 워낙 많았던 나의 대학시절 내내 같이 밥먹고 술마시던 남자동기들과는 달리 함께 있으면 너무도 편하게 느껴지던 여성성이 좀 강한 사람이었다. 패션에 관심많고 스튜어드를 꿈꾸었던, 목소리톤까지 가늘어 직속상사였던 마초적 기질이 강했던 과장님의 미움도 많이 받았었다. 일도 잘하고 사람도 참 착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과장님은 이 동기를 보면 답답해 하셨다. 남자가 그렇게 여리여리해갖고 어디에 써먹느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전라도 출신으로 당시 대표이사에게 특유의 친화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총애를 받던 그 분으로서는 섬세하고 여렸던 그 동기의 면면이 맘에 들지 않았었던 듯하다.

점심시간에도 나와 둘이 가서 밥을 먹으면 다른 여자친구들처럼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놓고 서로 맛을 보던,(대학 남자동기들은 밥먹으러 가면 하나같이 자기음식은 따로 시켰고 상대편 음식에 대해 궁금해 하지도 나눠먹는 법도 없었다.) 참 스스럼없던 동기였다. 

어느날 상사들이 모두 외부 출장으로 사무실이 비어있던 날, 그 동기와 나는 도란도란 회사 험담부터 각자 학교생활들을 얘기하며 수다를 떨었다. 친구 이야기가 나와서 내 남자친구 얘기도 하고 상대편 친구도 물어보니 양복 주머니에서 소중하게 꺼내어 보여주던 사진..

"지금은 연극영화 전공하고 있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야."

사진속의 남자는 머리를 박박 민 민낯에 어딘가 낯익어 보이는 얼굴을 한 채 웃고 있었다. 그가 바로 홍석천이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때 그 동기와의 사이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소중하게 품안의 사진을 꺼내 너무도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애정이 뚝뚝 묻어나던 그의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후로 그 동기는 5개월만에 회사를 때려친 나보다 한달 정도를 더 버티다 그만두었다 했고, 당시 자취를 하고 있던 신사동 집까지 평소 그렇게 구박했던 과장님이 찾아갔지만 연락을 알 수 없더라는 소식만 들었다. 회사 다닐때 다른 팀이었던 그 과장님과는 거나하게 술을 마실 일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그를 미워하시냐는 나의 당돌한 질문에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글쎄. 나도 그 놈을 보면 안스럽고 같은 고향 후배라 잘해주고 싶은데 이상하게 그 허연 얼굴하며 지지배같은 목소리며 나긋한 몸짓도 그렇고 보면 화가 나. 사내놈이 좀 박력도 있고 그래야지 뭐라고 하면 어쩔줄 몰라하고. 옷에 관심 많은 것도 맘에 안들어. 그러지 말아야하지 하면서도 보면 답답하니까 좋은 소리가 안 나오네."

아마도 남자들의 마음은 다들 이와 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그때만 해도 20년 전이니 다양성이나 개인취향을 존중해주기를 바라는 건 무리였을까?



 이태원에서 홍석천이 자리를 잡은 건 오래전부터다. 그의 책을 몇 권 읽었었는데 초기 가게를 시작하면서 겪었던 고생은 글에서도 그 어려움이 뚝뚝 묻어났다. 초짜가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 자체도 어려웠을텐데, 그것도 잘 오지 않는 건물 꼭대기층에, 동성애자라는 편견속에서 음식업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저 어림잡아 짐작해볼 뿐. 초기 적자를 메꾸기 위해 밤업소를 몇군데씩 뛰며 쪽잠을 자고 식당으로, 시장으로 뛰어다녔다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를 정말 존경하게 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틸수 있었던 건 절박함, 자기확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게 하나가 잘 되고 같은 거리에서 또 하나의 다른 컨셉의 가게를 내고, 그 다음부터는 좀더 수월하게 또 다른 컨셉, 또 하나의 컨셉 이런식으로 가게를 늘려나간 것 같다. 이태원이란 곳이 그가 지내왔던 생활터전이었기에 더 큰 애정이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그의 판을 벌여나갈수 있었을 것이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음식,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하지만 주로 현지에서 쉐프를 섭외해 가게를 맡기는 형식은 다분히 사업가적 기질이 있어보인다.


사실 아직 그의 식당을 가보지 못했다. 지인들을 통해 맛에 대해서는 대충 들었다. 호불호가 좀 갈리기도 하고 방송이나 언론을 많이 탄 만큼 맛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의견들도 많은 것 같다. 가격대도 좀 있고.  하지만 그는 분명 요식업에서 잔뼈가 굵은 요리사요 사업가다. 음식을 모르면서 사업만을 위해 달려든 사람도 아니고 본인이 메뉴컨셉부터 인테리어, 요리, 직원교육까지 모두 관여하고 책임진 사람이라 그의 말과 글에서는 진정성이 묻어난다. 물론 방송인답게 본인의 위치를 이용해 많은 셀럽들을 통한 홍보를 했기 때문에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음을 부인할순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감내해야 했을 수많은 어려움, 그 끈기와 열정, 집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전에 택시라는 프로에 이태원의 막강쉐프로 홍석천과 장진우가 함께 나란히 출연하여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다. 창업에 대한 조언을 묻는 질문에 그의 대답들을 무척 현실적이었다. 음식장사를 해본 나로서도 격하게 공감하는 얘기들이면서 또한 무척 일반적인 얘기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또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진정성 있게 할 수도 없었던 얘기들이었다. 반면 그 옆에 앉아있던 장진우는 대부분 반대의 의견을 냈다. 무척이나 일반적이지 않았던, 어찌보면 진짜 장사하는 사람 맞아? 라고 생각할만큼 색다른 의견을 냈다. 둘이 스타일이 완전 달랐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는 나의 경우는, 또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는 홍석천 스타일의 사업을 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가 더 치열하고 더 끈기가 있었다는 건 인정한다. 형태적인 면에서 그러하다는 거다. 음식업을 시작했고 잘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했고 운영을 맡고 또 다른 사업구상을 하고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사업적 마인드가 강한 것도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우후죽순 가맹을 주고 가맹비를 받겠다는 의도는 아닌것 같아 그 자세가 참 좋아보인다. 가게 좀 된다하면 주변에서 많은 유혹들이 있다. 특히나  알려진 연예인의 경우 이름만 빌려주고 수익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널렸다. 가맹사업을 하자, 가맹점을 내달라, 전국에 깔면 몇개이며 거기서 나오는 인테리어비, 물류비만 해도 충분히 먹고 산다라는 것이 좀 된다하는 음식점의 일반적 수순이다. 그 제의를 받을지 거절할지는 본인의 소신과 가치관에 따른 것이고. 그런 면에서 그는 나름 소신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이지만 내실이 있고 정말 성실히 하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랄까?

2% 부족한 그것은 좀 뻔히 보이는 장사를 한다는 느낌? 그냥 음식장사한다는 당연하면서도 뻔한 느낌이긴 하다.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일들, 방송이나 드라마 등의 업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음식업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일 테니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그 사이에서 적절한 분배를 하는 요즘 그의 행보는 분명 본받을 만 하다. 



------------------------------------------------------ '장진우'편은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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