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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Aug 31. 2016

장진우 vs 홍석천 vs 백종원

#3. 요식업의 미래를 보다. -장진우편

 장진우 거리, 장진우 식당이 뜨기 전까지 그를 전혀 알지 못했다.

알려진 쉐프도 아니고 셀럽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전까지 언론플레이를 한 것도 아니기에, 게다가 이태원이란 곳은 내가 접근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와 이질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신문에서 처음 그에 관한 장문의 기사를 보고 '하. 희한한 사람도 있네'했었다. 사진속의 그는 너무 어려보였고, 이태원이란 곳과는 어울리지 않게 촌스러워 보였고, 기사내용은 조금 뜬금없어 보였다. 하지만 무척이나 신선했다. 지인들을 위해 밥해주던 집에서 시작한 식당의 태생부터 특이했고, 같은 골목에 다른 컨셉의 식당들을 하나둘씩 늘려나간 것도 흥미로웠으며, 국악신동으로 출발해 중학교를 퇴학당하고 포항에서 상경하여 사진가로 활동했던 개인의 이력도 파격적인데다 무엇보다 매년 말일이 되면 통장잔고를 '0'으로 맞춘다는 그의 철학은 다분히 극적이었다. 부를 축적하지 않으려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한다 했었다. 그의 철학은 당시 어떻게 하면 식당을 통해 좀 더 편하게 살아볼까, 좋은 집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갖고 누리며 살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던 내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 더이상 잃을게 없는 사람이 사업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더 높다. 가진 자들은 잃을까 두려워 저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점을 일찍이 간파하고 실천하는 '장진우'란 사람, 참 대단하다 싶었다. 


 그럼에도 승승장구하는 그의 사업이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거둘수 없었다. 

내가 경험한 이 요식업의 시장은 그랬다.

있는 걸 다 털어 가게 하나는 열 수 있다.

성심을 다해 그 가게를 나름 성공시킬 수는 있다.

이후 그 가게를 담보로 두개까지는 어찌 열 수도 있다. 아마도 같은 아이템과 업종의 분점 형태로. 

다른 아이템을 실행하기에는 검증되지 않은 자리와 반응들로 인해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식자재등도 한 곳보다는 두 곳에서 쓰는게 양이 답보되니 조금 더 싼 가격에 흥정을 해볼수 있는 것이고. 그런데 그 메뉴가 전혀 다른 거라면 두번째 가게는 첫번째 가게와 똑같이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시작되는 거다. 그래서 섣불리 하기가 쉽지 않다.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장진우는 해내는 거다. 나이도 어린, 가진것도 없다는 사람이 학연도 지연도 딱히 내세울게 없는, 아니 오히려 일반인보다 훨씬 열악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이 말이다. 분석하기 좋아하는 남편과 나는 나름 우리끼리 결론을 내렸다. 분명 누군가 도와주는 투자가가 있다고. 그렇지 않고서는 점점 올라가는 이태원 임대료를 지불해가며 다른 아이템의 가게들을 연달아 열고 백화점까지 입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아무리 축적하지 않고 반지하에 살며 은행잔고를 년말마다 제로상태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얼마 전, 그가 써낸 책을 보게 됐다.

궁금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며 그동안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책은 사업얘기뿐만 아니라 그의 지인들, 영화와 사진, 음악과 문학등에 관한 자신의 느낌들이 아우러진 에세이 형식을 띠고 있었다. 처음 가게를 하게 된 계기, 알고 지내는 셀럽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었다. 책장을 덮고 난 후 난 한숨을 쉬었다.


 짜식, 멋진 놈이네!

 책을 통한 그에게서 향기가 났다. 돈에 눈이 먼 장삿꾼의 모습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던 만큼, 그의 일관된 철학이 읽혀졌다.

처음 시작한 '장진우식당'은 원테이블 식당이라 했다. 내가 직접 가본 것은 아니지만, 원테이블이란 건 정말 웬만한 자신감과 배려심 없이는 할 수 없는 형태다. 한식뿐만 아니라 일식, 양식등 전반적으로 내공이 있어야만 주문을 받을 수 있고 고객에 대한 배려심이 있어야만 원하는 메뉴를 상황에 맞게 정해줄 수 있다. 정식 요리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항상 그런 점이 어찌보면 컴플렉스로 작용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음식을 하고 가게를 운영할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으리라 짐작할수 있었다. 또한 제철요리를 활용하는 그의 센스도 돋보였다. 제철 메뉴들은 정말 앞으로도 식당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외국에서 맛있던 음식도 우리나라에 그 재료가 수입되어 같은 요리를 한다해도 그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재료의 신선함 때문이다. 가장 좋은 식재료는 제철에 나는 재료임을 요리를 하면 할수록 절감하게 된다.


 처음 식당을 시작할때부터 나 역시 나름 추구한 것이 있었다.

식기는 좋은 걸 쓰자.

식자재는 신선한 걸 쓰자.

내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손님보다 직원이 왕이다.라는 것이었다.

나름 실천하려 노력했지만 항상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일단은 자금의 한계가 항상 있었고, 시간의 부족, 또 개인적으로는 어린아이가 딸린 주부이다보니 신경이 분산되어 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아직 젊고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그러한 점에서는 자유롭게 본인이 추구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본인도 얘기했듯 이태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본인이 추구하는 컨셉을 이해하고 받아준 단골들이 많았던 점과 사진작업을 통해 형성된 셀럽과의 인맥도 홍보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그라는 사람이 가진 철학과 취향이 확고했기에 그 향기에 끌려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예전 '택시'라는 프로에서 홍석천과 함께 나와 이야기할 때, 점포의 위치나 창업의 시기등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점포는 대로변 1층이 좋으나 자금의 한계상 약간 들어간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낫다거나 겨울은 비수기라 이왕이면 봄에 오픈하여 여름과 가을동안 올린 매출로 한겨울을 버틸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홍석천의 의견이었다면, 그는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본인이 생각한 때에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사실 홍석천의 의견은 식당을 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공감할만한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와는 다른 의견을 내는 장진우를 보면서 나는 저 사람이 정녕 가게를 해본 사람이 맞나 의심을 했었다. 그런데 그의 책을 보면서 그의 지나온 행보를 보면서 그때 했던 그의 이야기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에게 가게평수나, 상권분석이나, 대중적 메뉴나, 멀끔한 직원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자신이 그렇게 가게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가게를 사랑하고 홍보해주며 그가 내민 동업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원을 뽑을때 가장 자신감 없고 부끄러움 많은 직원을 뽑는다는 그.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그런 이들이 역시나 꿋꿋하게 성실히 일을 잘한다고. 사실 나 역시도 많은 직원들을 채용하고 함께 일해봤지만, 면접당시 끌리는 멀끔하고 말 잘하고 반듯해 보이는 얘들중에 오래 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름 인사채용 분야에서 오래 일했고 기업교육업계에서도 몸담았던 경험상 면접스킬이나 교육컨텐츠를 통해 인사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판단하는 모습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이가 하는 것을. 이후로는 신분만 확인되고 일할 의사만 있다면 일단 일을 시켰다. 일은 같이 해봐야만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반듯하고 멀끔하고 말 잘하고 주관 뚜렷한 아이들은 고백하자면 대부분 오래 일하지 않았으며 일하는 동안에도 트러블을 일으키곤 했다. 그렇다고 사장이 폭군처럼 억압적이었다고 의심한다면 억울하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꼭 강한 자존감은 아닌 것 같다라는 얘기다.


 책을 읽고 난 후, 난 그에게 반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들. 가게를 내려면 기본적으로 요리를 배워야 하고 상권을 분석해야 하고 유동인구를 세어야 하고 테이블은 몇개여야 하고 간판은 커야 하고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메뉴를 짜야 하고 등등은 사실 나 역시도 가게를 해보면서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적이 없었다. 가장 애정이 많았던 제주도 첫 가게의 경우 몰랐기에 그저 집에서 가까운 곳에 가게를 얻었고, 내가 하고 싶은 메뉴를 했고, 감귤과 흑돼지가 맛이 있었기에 소스와 재료로 썼고, 재즈를 좋아했기에 재즈를 틀었으며, 유채꽃이 한창이라 후레지아 대신 유채꽃으로 테이블을 장식하며 즐거워했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였고 단골이 되었다.

 서울로 올라와서 전략적으로 접근했던 아이템들. 상권을 분석하여 감당하기 힘든 임대료에도, 집과의 먼 거리에도, 회전율을 감안한 단품 위주의 메뉴선정에도 사실 그리 성공적이진 않았다. 처음에는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후의 지속성에서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우선 내 자신이 재미가 없었고, 찾아주는 손님들과의 유대관계도 약했으며, 장삿속이 뻔히 보였다.


 그가 해왔던 방식에 대해 경영학적 관점에서, 창업 컨설턴트의 관점에서는 빗나가는 가설이 많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점점 더 느끼는 건, 어떤 이론도 연구결과도 영원한 건 없으며 예외없는 건 없다는 것. 특히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다른 이들이 정한 이론대로 따르기엔 그에 따르는 리스크와 변수들이 너무 많다.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지만, 남편과 나는 궁극적으로는 간판이 없는, 있어도 아주 작게 있는, 정해진 메뉴가 없는, 제철재료와 근처 텃밭에서 일군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재즈가 흐르는, 석양을 보며 와인잔을 부딪치고 음식과 이야기가 있는 커다란 식탁이 있는 그런 식당을 원한다. 재능있는 예술가들의 연주와 전시와 공연이 있는, 나무와 꽃이 있는 그런 공간을 실현하기 위해 꿈꾼다. 그것이 이 포화상태의 요식업에서 진정 살아남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은 이론과 확률과 논리속에서 허우적댈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것이 짧은 인생을 사는 지름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실천하고 있는 젊은 피, 장진우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젊다는 건 그만큼 앞으로 성공할 확률도 실패할 확률도 더 많다는 의미, 앞으로 펼쳐질 그의 실패와 성공을 지켜보고 싶다. 그가 일군 '장진우거리'를 뒤로 하고 최근 소격동과 한남동에 다른 컨셉의 식당들을 차리고, 젊은 창업가들을 위한 강연과 컨설팅을 하며, 지방과 다문화 가정, 장애인까지 그가 가진 능력과 지식을 나눠주려 애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축적하지 않겠다는 그의 소신이 변함없이 지켜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제 가정을 가졌으니 아이도 태어날 것이고 가장으로의 무게도 얹어질텐데 그 소신을 지켜내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어지겠지만 변치않는 신념으로 요식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멋지고 즐겁게 살수 있다는 걸 그가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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