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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Oct 18. 2015

발효의 시간들 #1

작은식당 사장의 좌충우돌 창업일기 #2

"음식이 요리가 되고

요리가 철학이 되기까지는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하고 있는 가게는 저의 세번째 가게입니다.

어쩌다보니 요식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거쳐 무엇보다 '이 죽일놈의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세번째 가게, 세번째 아이템을 시작했습니다.


음식이 요리가 되기까지 필요한 발효의 시간들.

어쩌면 지난 시간들은 모두 제가 선택한 이 분야에서 음식이 요리가 되기 위한 발효의 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을 알수 있다"고 했던가요..

저는 서점에서 책을 볼때 저자의 약력을 보고 목차를 본후 읽기를 시작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던 사람인지 알아야 그 책의 무게를 나름 짐작해볼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라는 사람과 제가 써나갈 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나온 저의 '발효의 시간'들을 먼저 짚어나가는 것이 순서인것 같아 시작합니다.

(거론되는 가게이름은 지금은 다른 이에게 양도하여 잘 운영되고 있는만큼 실명이 아닌 이름으로 올립니다.)



첫번째 발효의 시간 '제주 아일랜드'

 저의 첫번째 가게는 아름다운 섬 제주의 조용한 주택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육지에 있을때까지 저의 직업은 주로 인사쪽으로 인재채용과 교육, 컨설팅 분야였습니다.

사실 제가 가게를 낼줄은, 게다가 식당을 할줄은 상상해본적이 없습니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면 무언가는 기술이 있어야 작은 가게라도 운영할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또 교육영업을 하다보면 외근이 잦아 항상 걸어다녀야했고, 점심때는 누구와 무얼 먹을까가 고민이었던 시절,

환승하기 위한 지하철 환승구를 걷다 주르륵 놓여있는 가판들을 보며

"저 작은 공간이라도 맘 편히 앉아 밥을 먹는게 부럽다"라는 생각도 해보았었죠.


사람일은 항상 그렇듯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일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남편을 만난 덕분에 아무 연고도 없던 제주도라는 섬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산물 가공품 판매를 하던 남편은 또 축산물로 갈아탔고 그렇게 운명과도 같이(?) 제주 흑돼지를 알게 되었지요.

흑돼지의 맛을 알게 된후부터 사실 그 전까지의 돼지고기는 뭐랄까, 그저 싱거운 고깃덩어리로 전락하게 되더군요. 그 맛있는 흑돼지를 남편이 부위별로 가져다주니 저는 이렇게 저렇게 조리법을 연구하며 음식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질좋은 고기를 공급해 주겠다는 회유와 꼬드김(?)에 빠져 덜컥 흑돼지를 이용한 식당을 차려보자 마음을 먹게 되었던 것이지요.


당시 년세로 살던(제주도에서는 일년치 월세를 선납하는 년세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택지지구인 제주시 이도동은 개발이 한창인 곳으로 곳곳마다 3층짜리 다세대 주택들이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어려 보육을 함께 해야 했고, 지인이 없는 외지인 까닭에 누구에게 집안일과 아이들을 맡길수도 없어 집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게를 얻었습니다.

그때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냥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공간, 그리고 평소 아이들에게 해먹이던 그 재료와 조리법으로 내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접대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겁없이 뛰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굳이 다른 식당에 가서 배울 생각도 일해볼 생각도 안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무식하면 용감하다'란 말이 그래서 나왔겠죠?

제 컨셉은 그렇게 심플했습니다.

"질좋은 흑돼지로 푸짐하게 차려낸 집밥"...


그 가게 이름이 '제주아일랜드'였습니다.

저의 첫 가게는 8월중순경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라는 험난했던 과정을 한달의 예상기간보다 길어진 10월 마지막날 그렇게 오픈을 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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