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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Oct 18. 2015

발효의 시간들 #1_2

작은식당 주인의 좌충우돌 창업일기 #3

나의 첫 가게_ 아일랜드의 쥔장이 되다..


인테리어에 관해서는 정말 할말이 많아지죠.

첫 가게였던 만큼 욕심도 많았고 여러모로 힘겨운 일들도 많았습니다.

가게 창업에 있어 인테리어는 빠질수 없는 중요한 항목인만큼 따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0월의 마지막날.


간단하게 개업식 같지 않은 개업식을 했습니다.

제주도라는 타지에서 그나마 알던 얕은 인맥의 정겨운 몇몇 지인들을 초대해 간단하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습니다.

거창한 머릿고기도 고사떡도 없고 화환도 없는

그냥 지인들에게 가게 보여주고 식사 대접한다는 생각이었기에 별로 부담을 안 가졌더랬습니다.

그래서 준비도 당일 아침 장보고 오후부터 주섬주섬 시작을 했더랬죠.

지금도 제가 스타일이 오픈하기전까지도 거의 무사태평한 편입니다.

한 이틀전에야 아이템 실험한다고 가게 나와서 소스 만들고 육수 끓이고 그러는 성격이죠..<<<,,,


그날은 몇가지 요리를 탁자위에 늘어놓고 뷔페형식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가게에서 팔 메뉴도 있었고 없는 메뉴도 있었지요.

그 메뉴라는 것도 집에서 주로 해먹던 음식들이었기에 전 너무도 심플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두어가지 샐러드와 드레싱, 흑돼지 돈까스, 흑돼지 고추장 불고기볶음, 샌드위치와 새우스프, 과일과 맥주 정도..


예상보다 조금은 많은 분들이 오셔서 당일 음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난 후에도 전 제가 가게주인이며 다음날부터 요리를 해야 하는 주방장이란 실감이 나질 않았더랬지요.

손님접대를 겨우 끝냈다는 안도감만으로 다 끝난것만 같았는데 다음날 가게로 출근해보니 사실 무엇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손님이 온다는 보장도 없고,

오픈한 첫날인데 누가 여기까지 알고 올까 싶었고,

또 온다해도 무얼 시킬까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죠.


"첫날인데 오늘 무슨 손님이 오겠어? 오늘은 그냥 쉬엄쉬엄 앞으로 할일이나 생각해보자"

그런데 이런...

공사때부터 궁금했던 몇몇 손님이 식사하시러 들어오시더라구요.

저는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었고 준비가 안 된 까닭에 무서워서 주문을 받으러 갈 자신도 없어

알바에게 주문을 맡기고는 주방 쪽문에서 눈만 빠꿈히 내놓고 신기한듯 바라봤죠.


첫 손님이 시킨 돈까스 2인분...


아.. 정말 제 생애 최악의 요리가 되었죠.

소금과 후추로 밑간만 해놓은 안심덩어리를 꺼내고

떨리는 손으로 그제서야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투하했습니다. 

급조한 시판 돈가스 소스를 그냥 부어 내었고,

역시 급조한 시판 오이피클을 곁들였으며,

양배추를 투박하게 채쳐 역시나 급조한 시판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을 올렸죠.

그것만 하는데도 손이 떨리고 진땀이 나더군요.

알바를 시켜 음식을 내놓고는 역시나 자신이 없어 손님쪽은 쳐다보지도 못한채 주방으로 들어온 알바생한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손님들 반응이 어때? 맛없게 먹지?"

서울 이태원에서 오랜 시간 요식업에 종사했던 그 친구는 새침한 얼굴로 말해주더군요.

"네. 맛없게 먹고 있어요. 뻑뻑해 보이구요. 표정도 안 좋아요."

"...................."

부끄러워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 숨어버리고만 싶었습니다.

자존심도 너무 상했고 이 지경이 될때까지 준비도 안한 제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이대로 문 닫고 들어가 버리고만 싶었죠.


그렇게 첫 손님을 보내고 그 다음 손님도 또 돈까스.

역시나 자신없이 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첫날의 매출은 어느덧 10만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실력으로 음식을 내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견딜수가 없는데

또 꾸역꾸역 돈은 받아 매출이 찍혔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부지런히 인터넷을 검색하고 식자재를 찾아 꼼꼼히 재료를 골랐습니다.

이미 내가 전문 요리사의 과정을 밟은 것이 아닌 이상, 간단하면서도 쉽게 할수 있는 레시피를 골랐고

그렇게 고른 레시피대로의 소스와 피클은 시판되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았습니다.

어차피 나는 많이 모자란 주방장이었기에 손님에게 용기있게 다가가 맛이 어떤지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다 똑같지는 않아 누구에게는 맛있기도, 또 누구에게는 맛없기도 하는 차이가 없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입맛이란 것은 기준점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손님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였고, 또 저의 첫 알바생이었던 이태원 바텐 출신의 그녀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아 레시피를 개선해 나가고 업그레이드해 나갈수 있었습니다.

모든 소스는 가능하면 직접 만들었고, 제주도라는 특성을 이용해 감귤을 불고기 소스와 샐러드 드레싱에 접목했습니다. 고기는 생고기만 썼으며 빵가루도 육지에서 공수받아 생빵가루만을 고집했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던 제주아일랜드 쥔장이자 주방장은 조금씩조금씩 발전해 나갈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최소 3개월은 걸렸던 것 같네요.

그때까지 하루 매출은 10만원을 오갔고 한달의 결산날이 오면 계산기를 두드리는 제 몸과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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