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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Nov 30. 2016

너무 힘들다..

이러려고 시작했나 자괴감이 들고..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닌,

진심으로 자괴감이 듭니다.

필리핀에서의 또다른 시작이 이렇게나 힘든 일이었나 싶어

하루하루가 한숨과 무기력함의 연속입니다.

무엇보다 현지에서 보면서 느끼는 것이 아닌,

한국이란 시공간의 차이에서 오는 어쩔수 없는 막연한 기다림이

아마도 저를 더욱 지치고 우울하게 만드는가 봅니다.


매일매일 보이스톡과 카톡을통해 남편에게서 현지 사정과 진행상황을 전해듣고 있음에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지출과

이사와 가게오픈을 앞두고 이곳 한국에서 무언가를 벌릴수도, 어딘가에 취업할수도 없는 상황속에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금전전 영향이 저를 더욱 참담하고 지치게 합니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

말한다해도 온전히 이해해줄수도 없을거 같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구차해 집니다.

처음부터 왜이렇게 됐느냐부터 시간순대로 설명해야 하는 팩트와 요소요소와 인간관계와 감정적 변화까지

설명하고 부연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또 지쳐 버렸습니다.


항상,

떠나기 좋아하고 일 벌리기 좋아하는 엄마 아빠덕에

언제나 떠남이 싫고 불안정함이 미웠던 딸아이.

그 아이의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저 또한 초등학교 5학년부터 대학교까지 수많은 이사를 했고

그때마다 다른 동네의 학교를 다녔고

또 매번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었으니까요.

지금 제 딸아이가 그동안 겪었던 이사와 전학에 비하면 제 경험은 양호한 것이었음에도

그때는 한 동네 오래 살아 언제나 동네친구와 어울려 다니는 제 친구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의 친구로서 함께 어울렸지만, 그들에게선 제가 가지지 못한 서로간에 공유하는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 공유되지 못하는 추억이 못내 아쉬워 참으로 오랫동안 잦은 이사를 감내한 부모님을 원망했던 기억이 분명 저에게도 있었네요.


그런데 딸아이는 오죽할까요?

잦은 이사와 그로 인한 낯선 환경에의 적응, 친구들과의 만남과 이별도 못내 서러운데

이제는 자기를 한국땅에 두고 가족 모두 다른 나라로 떠나겠다고 하니 말이죠.

원망할 만도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이 아빠보다도 어찌보면

그 원인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결정하여 짐을 꾸리면서

저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는 이 엄마라는 사람이 더 밉고 원망스러울 겁니다.

이번에는 묵과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 이후

딸아이와 저는 근 한달동안 침묵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말 안하기, 눈 안마주치기, 각자의 공간에서 나오지 않기.

저를 다 이해해줄 것만 같았던 딸아이의 모습에 저 역시 서운함을 감출수 없어 맞불을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어떤 이야기를 해보려 해도 저에대한 원망으로 시작해 원망으로 끝나는 맥락에는

저 역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더군요.

원망하기로, 미워하기로 작정한 사람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며 무슨 행동을 해야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서입니다.


이래저래 참 외롭네요.

어차피 인생살이 외롭고 고독함을 숙명으로 가져가야 하는 명제이지만,

딸아이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모든 탓과 원망을 받아야 하는 지금,

매일 남편이란 사람과 전화로 안부를 묻고 사업이야기를 의논하지만 결론은 곁에 없고 핵심은 돈 보내는 게 주업무인 지금,

학교에서 돌아온 후부터 한시도 제곁을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제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작은아이를 돌봐야 하는 지금,

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한바탕 수다라도 떨고,

소주라도 한잔하고 싶어도 아이때문에 나갈수도 없고 마땅히 만날 사람도 없는 지금의 이 현실이

참 갑갑하고 외롭습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 원래

막연한 두려움, 오지 않은 비극에 대한 불안감을 동반하는 것은 마땅할진대

그럼에도 그 모든걸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만 같아

외롭고 쓸쓸해집니다.

사는 건, 참 왜 이리도 힘이 드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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