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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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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Dec 06. 2016

우리가 사랑했던 제주도..

씁쓸함은 나만이길..

짧지만 2년 동안 제주에 살았던 사람 중에 한 명일뿐이다.

제주에 혹해서 떠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히 제주의 자연환경에 감탄하며 경탄하며 그렇게 자연이 주는 위로의 혜택을 받았던 사람임엔 틀림없다.


제주에서는 나름 번화하다는 제주시 한가운데 살았던 사람이다.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카페 창으로 내다보이는 하늘과 한라산만으로도 만족했던 사람이다.

대신, 주말이면 바닷가든 산중간이든 곳곳을 쏘다니며 자연이 주는 영험함을 가슴에 새기며 벅차했던 사람일 뿐이다.


그런 제주를 먼저 떠나온 건 분명 나였다.

먹고 살고자,

도시에 살겠다는 외면할 수 없는 아이의 간절한 희망을 들어주기 위해 제주를 떠났을때,

사람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자연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커서 한동안 망설여야 했다.

바다와 하늘이 내 옷자락을 잡아끌었기 때문에.

제주를 어느새 난 너무도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처음 제주에 내려가면서 정보를 얻기위해 블로그 이웃추가를 했던 이들이 있었다.

대부분 까페나 게스트하우스등을 운영하며 그때 막 제주이민이 바람불기 시작했던 초기세대라고 할수 있는 이들.

그들 역시도 많지 않은 그들의 전 재산을 들고 제주라는 연고도 없는 곳에 정착하여

오래된 농가를 개조하고 게스트가 묵을 방을 꾸미고

바깥채나 1층에 그들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까페를 함께 가꾸고 그렇게 손님을 맞았다.

비록 블로그상이었지만, 난 그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이 좋았다.

처음 농가를 개조할 때부터 시작된 낡은 집이 예뻐지는 과정속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옛것에 대한 존중과

이후 달라져가는 인테리어에서 점차 묻어나는 그들의 개성이 흥미로웠고

카페에서 판매하는 차나 식사의 메뉴에서 그들의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진 맛이 좋았고

무엇보다 크게 욕심내지 않으며 제주의 자연을 즐기고 사람사이의 관계에 공을 들이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서 욕심내지 않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문득문득 올라오는 그들의 글과 사진들을 보면서

비록 나는 먼저 제주를 떠나왔지만, 그들에겐 아직도 지속되는 제주에서의 삶이

도시생활에 지친 내게는 잔잔한 위안이 되었었는데

얼마 전 그중에 한 집이 제주의 집을 처분하고 태국으로 떠난걸 알게 되었다.

곧 이어 다른 집도 집을 팔아 이번달이 마지막 숙박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

참 서글펐다.

이미 이전 글에서 지금의 난개발중인 제주가 낭만과 개성으로 일군 초기 이주민 세대들을 밀어내고

자본과 권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밀물같은 투자로 그 개성을 잃을 것을 염려했었다.

그런데 그게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니 뭐랄까 비참하고 씁쓸했다.

안면이 없던 그들이었지만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같은 시기에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해봤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그들보다는 기대가 적었고 꿈이 적었고 낭만이 적었던 나였다.

그러니 나보다 더 젊고, 더 많은 기대와 더 많은 재주와 더 많은 낭만을 품었던 그들이

결국은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이 나로서는 너무 마음 아팠다.


우리가 사랑했던 제주는 이제 없는 걸까?

제주에 다녀온지도 벌써 2년여가 흘렀다.

불쑥 다녀오고 싶다가도 망설이게 되는 이유...

더이상 내가 알던 그 제주가 아닌것 같아서.

지난번 마지막으로 제주를 찾았을 때도 많은 실망을 했었다.

이주 초기, 내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었던 월정리 해변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지난번 다시 찾은 그곳은 고즈넉했던 해변은 커녕 현란한 불빛과 가득찬 자동차, 곳곳에 들어찬 자본의 냄새로 이미 그 느낌을 잃은지 오래였다.

제주는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우리가 살았을 적에도 그러했는데 지금은 더하다 했다.

구석구석 공사판이 아닌 곳이 없고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곳이 없다 했다.

한가했던 도 빌라가 들어서고 끝임없이 공사하는 소리가 들린다했다.

그로인해 좁은 도로는 정체되기 일쑤고 주차를 위해 애를 먹는다 했다.


그래..

아름다운 경관을 좀더 가까이서 보고 즐기며 먹고 잘수 있다면

관광객으로서는 더할나위 없겠다. 참 편하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그렇게 편하게 먹고 즐기고 보고 있을때

자연은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버거워하다

결국은 우리가 보고 싶어도 볼수 있는 자유를 빼앗아버릴 때가 온다는 거다.


무계획, 무개념으로 얼룩진

무분별한 개발의 현장.

그곳이 제주가 된 것은 아닌지...

그리하여 또 결국은

돈 가진 자들만이 배불러지는 곳이 되어

없는 자들에게 주었던 자연의 위로와 낭만의 감수성마저 사라진 곳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비단 나만 느끼는 문제였으면 차라리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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