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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숙 Oct 02. 2016

이야기 들려주기

이야기 듣고 그림 그리기


누구에게나 필요한 이야기
하늘에서 사과 세 개가 떨어졌다.
하나는 이야기하는 사람을 위해
하나는 이야기 듣는 사람을 위해
또 하나는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인 사람을 위해....

(아메리칸 속담)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듣고 그린  그림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잘 들려준다.

아이들은 내가 '이야기보따리 선생님'이라고 하며 

'선생님은 그 많은 이야기를 어떻게 다  알아요?" 하고 묻기도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내 흥에 겨워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뿐이기도 하다.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초등학교 3,4 학년 아이들도 아주 귀를 쫑긋하고 흥미롭게 듣는다.


하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여자 아이가 부탁했다.

"선생님,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말고 

다음에는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들려주세요!"


그래서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로 고른 이야기가 있다.

바로 내가 많이 좋아하는 서정오 선생님의 옛이야기 책에 나오는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 > 이야기이다. 

하루는 그 이야기를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들려주었다.




어느 날 새어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금강산에 가서 돌아오지 않은 오빠들을 구하러 

여자아이가 용감하게 떠났다.

그 아이는 배고픔도 참고, 그 힘든 길을 걸어 몇 날 며칠에 걸려 산봉우리에 다 달았을 때 ~~~라고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에 몰입한 아이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평소 진중한 초등 4 학년 남자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그럼 물도 안 먹었어요?"

"물도 안 먹고 어떻게 살았어요?"

................................................


나중에 이야기를 다 듣고 난 그 남자아이는 

맑은 샘물을 아주 심혈을 기울여 정성스럽게도 꼼꼼히 그려내었다.


아이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그린 그림들이다.


아이들은 모두 금강산에 갔는데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하는데 뒤를 돌아보다가 바위로 변한 사람들을 깨어나게 해 준 맑은 샘물들을 정성스럽게 그려냈다.

아이들에게는 이야기 속의 맑은 샘물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나 보다.


옛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산과 맑은 샘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 어른들에게는 무뎌진 감각이 살아있는 아이들은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잘도 알아낸다.




아이들마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각자 자기 마음속에서 그려낸 이미지가 다 다르다.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참 독특하게 표현한다. 아이들이 직접 책을 읽거나 그림책을 읽고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다른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그려내는 이미지는 많이 다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에도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그리고 남편과 나는 우리 어렸을 때 경험했던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교과서에서 한 페이지를 골라 한 가지 실험을 해 보았다. 
그 페이지에는 글자, 도표, 그림이 있었다. 사람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똑같은 내용을 세 가지의 다른 매체로 각각 설명해 주었다. 한 그룹은 인쇄된 페이지를 직접 보여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그 페이지를 영화화한 것을 보여주고, 마지막 그룹에는 TV를 통해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20분 뒤 그들이 정보를 얼마나 이해하고 기억하는지 그룹별로 알아보았다. 내용을 지면으로 본 그룹은 85%의 내용을 기억해냈다. 영화로 본 그룹은 25~30% 정도의 내용을 기억해냈고, TV를 통해 본 그룹은 3~5%의 매우 낮은 수준에 그쳤다고 한다. 참 놀라운 연구결과였다.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이다. 그래서 흔히 우리들은 종이보다 TV나 영화로 본 것을 더 인상적으로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룹을 섞어서 다시 실험했을 때도 결과는 같았다고 한다.
나는 집에서 부모들이 아이들과 눈을 서로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력을 발휘해 자기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야기 속에서 받은 영감을 그림으로 그리며 커 나갔으면 한다.

또한 엄마, 아빠들이 짬을 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재미난 경험을 나눌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아이들의 표정을 바라보라!  

여러 흥미진진한 다양한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호기심 어린 표정, 놀라운 표정, 즐거운 표정을 짓다가 때로는 숨을 멈춘 듯이 움직임이 없다가 행복한 결말에서 아이들은 “휴유 ~~” 하는 긴 숨을 들이 마쉬면서 아주 행복해한다.


내가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바라보다 보면 나는 항상 아이들의 상상력에 놀라고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된다. 그 순간 아! 하는 경이로운 만남, 발견과 함께 아이들의 세계를 만난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가슴 시리게 공감하는 가운데 항상 따뜻한 울림이 내 안에서 잔잔하게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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