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따뜻함을 나누는 성 마틴 (St, Martin) 이야기
가을이 깊어져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11월!
서구문화에서는 매년 11월 11일 ‘성 마틴(St. Martin)의 날’을 기념한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에서는 그날 밤 부모들이 학교 마당 한가운데 큰 모닥불을 피우고 건초 더미로 만든 의자들을 놓으면서 축제를 준비한다. 보통 금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한다.
아이들은 그동안 이 축제를 위해 각자 마련한 등불을 들고 나온다. 습식 수채화를 그려 말리고 밀랍 칠을 해서 직접 만든 등불도 있고, 밀랍으로 만든 등불도 있고, 유리병을 예쁘게 꾸며 만든 등불도 보인다.
조심스럽게 손에 각자 들고 있는 예쁜 등불에 촛불을 점화한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큰 소리로 따뜻한 빛을 나눠 갖자는 노래를 같이 부르며 학교 근처 이웃들의 집으로 향한다.
나는 등불과 함께,
등불은 나와 함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땅에는 우리들의 등불로 세상을 비추자!
Glimmer, lantern, glimmer
Little stars a-shimmer
Over meadow, moor and dale
Flitter, flutter, elfin veil
Pee-wit, pee-wit, tikka-tikka-tik
Rucoo,rucoo.
I go outside with my lantern, my lantern goes with me
Above the stars are shining bright, down here on Earth shine we.
The cock does crow, the cat meows, la bimmel,la bammel,la boom.
‘Neath heaven’s dome till we go home, la bimmel,la bammel,la boom.
이웃집 문을 두드렸을 때 이웃이 나와 반겨 주면 아이들은 공손하게 인사하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나서 다 같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과자와 빵을 선물한다.
이렇게 이웃집들을 방문하면서 학교 근처 동네 한 바퀴를 크게 돈다. 그리고 다시 학교 마당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부모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고, 선생님께 성 마틴의 이야기를 이야기로 듣거나 인형극으로 듣는다.
성 마틴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4세기경 프랑스의 어느 추운 겨울밤이었다.
마틴이라는 군인이 성문이 닫힐 시간이 임박해서 말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문 앞에서 웬 가난한 이웃이
허름한 누더기로 몸 반쪽만 겨우 가리고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이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외투와 칼뿐이었던 마틴은
말에서 바로 내렸다.
그리고 칼로 외투를 잘라 절반을 이웃에게 주었다.
반 토막 난 옷을 걸친 그는
이웃이 미처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전에 서둘러 떠났다.
그날 밤 그의 꿈에는
반쪽짜리 외투를 걸친 하느님이 나타났다.
축제의 시작은 마틴의 이타심과 헌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사람들이 마틴의 나눔 정신을 잊지 않고, 어둡고 추운 겨울에 이웃들과 따뜻함을 나누며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초롱불을 들고 이웃집을 방문하여, 소박하게나마 노래를 나누고 빵을 나누는 것은 마틴의 삶과 형제애를 기념하는 의식이었다. 부모들 또한 이를 기념하기 위한 방법으로 각자 집에서 가져온 음식, 통조림, 옷, 휴지 따위 생필품을 모아 지역의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Homeless Shelter)에 갖다 주기도 하였다.
이웃과 나누는 가운데 더욱 큰 따뜻함을 느끼고 자기 내면의 빛을 만나게 되는 성 마틴 축제!
이 빛 축제가 우리 전통문화의 축제는 아니지만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축제로 해 나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