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의 질문에서 다시 살펴보는 코칭 스킬
제가 코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2년입니다. 첫 아이가 4살이 되어 점점 말을 하게 되고, 둘째는 두 살이 되었죠. 이제 말을 하게 된 예쁜 딸에게 아빠로서 따뜻한 대답은 하지만 '진짜 대화'를 하는 것인지, 혹시 이상한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국영수는 열심히 배웠지만 막상 아빠로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문화 센터에 가서 아빠 수업도 들어보고 심리학 책도 읽어봤지만 명확하게 보이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때 회사 선배의 소개로 코칭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죠. 명확한 이론적인 고민과 고객에 따라 달라지는 유연함이 맘에 들어 수년간 열심히 쫓아다녔습니다. 덕분에 수년이 흘러 부모 교육, 리더십 과정, 진로 코칭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난주 오랜만에 코치나 강사의 입장이 아닌 다시 교육생으로 코칭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고가의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하는 귀한 시간이었지요. '초심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메모하면서 옛날 기록들을 메모장에서 꺼내 함께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뛰어난 동료들의 의미 있는 질문을 가볍게 넘겨버리는 강사님의 태도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좋은 글감을 잊어버리기 전에 남겨 놓으려고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습니다. 덕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코칭을 시작하기 전에 '윤리적 실천과 상호 간의 합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코칭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여정을 함께할 것이고 어떤 관계인지를 상세하게 다룹니다. 여기서 고객이 궁금해하는 질문과 코치가 요구하는 사항을 나눕니다. 이 과정은 전체 코칭 세션을 진행할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상호 신뢰와 안전감'을 조성하는 좋은 출발점이 됩니다.
막연히 의미와 구제적인 내용을 계속 묻다 보면 최초의 목표를 잃을 때가 있습니다. 고객이 말하는 내용을 따라가면서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머물러주기'가 필요한데 코칭에 막 입문을 하면 자신이 던질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돕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서 고객의 말에 따라 깊은 질문을 하기보다는 준비된 질문이 발사되는 경우가 있죠. 또한 어느 정도 탐색이 진행된 후에는 이를 정리하는 초점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대화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코칭 세션은 명확한 목표와 과정이 합의되어 있는 구조화된 프로세스입니다.
코치라면 누구나 거치는 과정 중에 하나입니다. 코치로서 경험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도움이 조금 될만한 마인드 셋이 있다면 코치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 ‘호기심’입니다. 저는 이 부분 때문에 코치는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한 관심, 호기심이 있을 때야 비로소 맥락 있는 질문, '진짜 질문'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역량 있는 코치가 되었을 때 '강력한 질문'으로 진화하죠. 이 부분이 정리가 되지 않으면 코칭 스킬을 아무리 배워도, 코치라는 이름을 달고 수년을 활동해도 여전히 질문을 고민하며 의도가 내재되어 있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는 고객이 피상적인 탐색을 하거나 코치와 코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상담 교육을 전공하면서 코치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떤 부류에 섞이는지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 전공 선생님들과 수업을 하면 다들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씀을 하셨죠. 그러다 주말에 코칭 모임에 참여하면 '할 수 있다'라는 업비트의 하이파이브 분위기를 가진 코치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은 상담을 전공한 박사님이 운영하는 코칭센터에 갔을 때, '상담과 코칭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별다른 심리적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의 수준을 0으로 볼 때, -100, -200으로 떨어져 있는 심리 상태는 코치가 아니라 상담센터로 안내해야 합니다.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상태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 더 나은 목표 성취와 자기 발전이 필요하여 100, 200 수준을 원하는 사람들은 코치를 만나야 합니다. 이 부분은 질문 01에서 다뤘던 '윤리적 실천과 상호 간의 합의 시간'에서 명확하게 고객과 소통이 되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국제코치연맹 ICF에서 정의하는 코치의 8가지 핵심역량 중 7번째는 Evokes Awareness, 알아차림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코치로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불일치를 벌써 감지한 것은 좋은 코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불일치는 알아차림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재료가 됩니다. 이러한 불일치를 느꼈을 때 고객의 언어로 조심스럽게 고객에게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부분과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은 고객이 자신의 잠재 욕구를 되돌아보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평범한 대화에서 보다 코칭적인 대화로 전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지요.
전반적인 교육 운영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내가 왜 코칭을 좋아했더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을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강사, 퍼실리테이터, 코치가 모두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죠. 회사에서는 인공지능 직무 전문가도 강의를 시작하게 되면 교수 설계와 강의 스킬을 별도로 배웁니다. 지식을 아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분명 다른 분야입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 코치로서 대중 앞에서 이야기했던 경험이 많았던 사람도 자신이 아는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강의 스킬을 꼭 별도로 익힐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이렇게 배웁니다. 진정 회사는 배움의 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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