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시작되는 소통

자기 돌봄

by jiwu

소통은 다른 사람을 향해 손을 내미는 일 같지만, 시작은 언제나 나다.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모르면 말은 자꾸 엇갈린다. 요즘 나는 어떤 뉴스레터에서 읽은 아이디어를 참고해서 책 읽기, 글쓰기, 명상이라는 세 가지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다. 누구의 글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세 가지가 서로 보완하며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대단한 건 아니다. 지하철에서 한 정거장, 밤에 30분, 아침에 10분. 그런 짧은 시간들이 하루를 바꾼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책 읽기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나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작가의 문장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글을 통해 나타난다. "다른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면, '내 생각이 무조건 맞다'는 마음이 조금 누그러진다. 중요한 문장에 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는 순간, 다른 사람의 경험이 내 말로 바뀌고 내 경험도 정리된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글쓰기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다 보면, '나'라는 주인공이 슬며시 '그 사람'이 된다. '나는 왜 이렇게 행동했지?' '그래서 뭐가 달라졌지?' 같은 질문들이 떠오른다. 글은 거울이면서 지도다. 거울로 표정을 확인하듯 문장을 다듬고, 지도로 길을 찾듯 생각의 순서를 정리한다. 글을 고치면서 불필요한 말들을 빼내다 보면,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이 남는다.


명상

아직 명상은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만, 곧 시작해보려 한다. 아침에 핸드폰을 끄고 숨 쉬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어지럽던 생각들을 천천히 가라앉혀보고 싶다. 배가 오르내리는 것을 느끼고, 딱딱했던 턱과 어깨가 풀리는 감각을 확인하면서 "지금 화가 났구나", "인정받고 싶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냥 이름만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달라질 거라 기대한다. 충동적인 마음이 들 때 휩쓸릴지 한 번 생각해 볼지 선택할 시간을 갖고 싶다.


시너지 효과

레터에서 읽었던 대로, 책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면 글이 그 새로움을 내 말로 정리하고, 명상이 그 말들이 자리 잡을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래서 대화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속도일 것 같다. 예전 같으면 바로 반박했을 때 한 박자 쉬게 되고, 회의에서 동료가 날카로운 말을 해도 '저 사람이 지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궁금한 게 먼저고, 판단은 나중이다.


일상의 작은 것들도 바뀔 것이다. 메시지 답장을 급하게 보내지 않고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본다. 괜한 추측은 지우고 사실만 남긴다. 이모티콘 하나로 분위기를 조절하고, 전화로 감정이 상할 것 같으면 일단 글로 정리해 본다. 반대로 글로는 더 멀어질 것 같으면 짧게라도 직접 만나 이야기한다. 기준은 간단하다. 지금의 나를 가장 솔직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인가.


이런 경험이 쌓이면 사람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건 이래'라는 결론을 '이럴 수도 있겠네'라는 가능성으로, 내 주장을 상대방 이야기 듣기로, 빠른 반응을 여유 있는 간격으로 바꾸는 연습이 될 것이다. 낯선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글로 길을 만들고, 호흡으로 그 길을 다듬고 싶다. 소통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걸 매일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다.


하루가 힘들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큰 위로다. 한 줄에 그은 밑줄, 한 문단 고친 글, 그리고 앞으로 시작할 10분간의 호흡. 그 세 가지가 내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창구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이 세 가지를 통해 나를 점검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내가 나를 먼저 바라보는 시간만큼, 상대방을 향한 말도 정확해질 거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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