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과 현실부정 사이에서

진짜 성장의 시작

by jiwu

누군가를 낮춰보는 일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누군가를 탓하면서 안도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혐오가 그렇듯,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비슷한 심리가 작동한다.


나도 그랬다. 누군가가 나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날 훌쩍 성장해 나타나면, 처음에는 놀라다가도 이내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가 운이 좋았을 거라고,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 거라고 합리화한다. 사실 그 순간 불편한 건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내가 멈춘 동안 누군가는 나아갔다는 사실, 그 단순한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고백하자면, 중년이 된 지금도 다르지 않다. 세월이 지나면 마음이 성숙해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릴 때가 있다. 후배나 지인이 여러 면에서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볼 때면,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씁쓸했다. '나는 그동안 뭘 한 걸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최근 읽은 한 칼럼이 떠올랐다. 한겨레 신문에 실린 최필수 교수의 글이었는데, 일본이 한국을, 한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글이었다. 성장의 속도가 역전될 때 사람들은 상대의 발전을 부정함으로써 자기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 했다. 국가 간의 일이지만, 개인의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부정하는 동안 진짜 위기는 자신 안에서 자란다. 남을 깎아내리는 일은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 된다.


생각해 보면 성장의 본질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어제보다 나아졌는지를 묻는 일이다. 누군가의 발전을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성장의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타인의 성취 앞에서 이유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건 여전히 내 안의 현실부정이 작동하고 있는 신호일 것이다.


결국 불편함을 마주하는 일은 성장의 시작이다. 누군가의 발전을 기꺼이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 역시 한 걸음 나아간다. 마음속의 불편암을 들여다볼 수 있을 때, 그때서야 성장이라는 단어가 남의 것이 아닌 나 자신의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