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의 풍경

부모님 세대의 연대

by jiwu

어제 오랜만에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내 손님은 아니었다. 부모님과 친구분 아홉 분이 식당에서 점심을 드신 후 집으로 오셨다. 집들이 같은 분위기였다. 거실에는 화투판이 벌어졌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세 시간쯤 그렇게 놀다가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잔치국수를 한 그릇씩 드시고 일어나셨다.


부모님과 친구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시간, 나는 판교 교보문고를 거닐고 있었다. 신간 코너를 돌며 책 제목과 목차를 훑고, 눈에 띄는 문장 몇 줄을 메모했다. 현대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은 뒤 기흥도서관에 들러 영어북클럽에서 읽기로 했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었다. (책을 다 읽지 못해서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북클럽 자체도 처음인데 심지어 영어북클럽에 가입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생각이 든다. 탈퇴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원래는 저녁때까지 도서관에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혼자 많은 손님을 챙기고 계실 어머니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혼자서 음식을 준비하실 모습이 그려지니 안쓰러운 마음이 생겼다. 마침 도서관도 문을 닫을 시간이어서 집으로 향했다.


거실 문을 열자 부모님과 친구분들이 화투를 치며 웃고 계셨다. 세월이 흐르고 겉모습이 달라졌어도 그분들의 말투와 웃음소리에는 30년 전 50대의 생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일어설 때 무릎을 짚거나 앉을자리를 찾는 모습에서 신체의 변화가 느껴졌다. 누군가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라고 웃으며 말했고, 다른 분이 "우리가 예전이었던 적이 있었나?"라고 받았다. 하지만 그 불편함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람들 사이의 연대감을 해치지는 못했다. 나이조차 농담거리가 되는 사이였다.


어머니를 친구분들 사이로 떠밀고 난 주방에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거실에서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이게 마지막 모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슬픈 것은 아니었다. 관계란 결국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반복되는 평범함 속에서 단단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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