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저질화

천지개벽의 시대, 요지부동의 권력

by jiwu

오늘자 조선일보 태평로 칼럼에서 양승식 논설위원은 올해 국정감사를 저질이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부인하기 어려운 진단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몇몇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는 구조적으로 이런 인물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정치 시스템 안에 갇혀 있다.


양당 체제의 폐쇄성은 유권자에게 진정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여당이 실망스러워 야당을 찍고, 야당이 실망스러워 여당을 찍는 진자운동의 반복. 진자는 좌우로 흔들릴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런 선택은 변화가 아닌 교체일뿐이다. 새로운 정당의 진입장벽은 높고, 능력을 갖춘 참신한 인물들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문턱은 더욱 높다. 결국 유사한 정치 문법에 익숙한, 유사한 부류의 사람들이 순환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와중에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국회의원들마저 매도당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성실한 의정활동은 뉴스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막말과 망언, 몰상식한 발언들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이는 언론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자극적인 소재로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언론 환경에서,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의 등장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들 역시 광고와 구독자라는 생존의 조건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독자가 원하는 기사, 독자의 확장 편향을 강화하는 기사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디어 환경은 다원화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여론은 더욱 파편화되고 극단화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은 진화하고, 세대는 교체되며, 가치관은 유동한다. 그러나 정치 시스템, 언론 생태계, 권력 구조는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듯하다. 기득권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정작 바뀌어야 할 것들은 더욱 단단하게 굳어지고 있다는 역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딜레마의 본질이다.


변화는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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