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장밋빛이기만 할까

딜레마

by jiwu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 아마존, OpenAI 같은 빅테크와 손잡고 AI 인재를 키워낸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 상황을 자세히 모르니 처음엔 부러웠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저렇게 국내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서 AI 인재를 키우고, 제대로 된 토양을 만들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사를 반쯤 읽었을 때, 불편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게 정말 좋은 일이기만 할 걸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사실 AI 시대를 맞아 대학이 변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학생들은 이미 ChatGPT로 과제를 하고, AI 도구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AI를 사용한 부정행위 논란이 있는 걸 보면, 학생들이 AI를 적극적으로 쓴다는 건 사실이다. 어차피 학생들이 AI를 쓰고 있다면,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쳐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실제 기업에서 쓰는 최신 AI 도구를 학교에서 배워서, 졸업하자마자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게 대학의 역할이니깐.


그런데 기사를 읽으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는 기술만 쫓는 게 아니라 진짜 사람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문장에 꽂혔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AI라는 반짝이는 기술에 현혹되어 있다.


대학이 기업 맞춤형 인력 양성소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만 가르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만 키워내는 게 과연 대학이 해야 할 일일까? 대학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학원이 아니지 않나.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장기적인 안목을 기르는 곳 아닌가.


정작 중요한 걸 잃어버릴 수 있어서 걱정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AI가 준 답을 그냥 받아들이는 게 익숙해지면, '이게 정말 맞는 답일까?'라고 의심하는 능력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극단적이지만.


물론 AI는 분명 유용하다. 반복적인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 주고, 이제는 추론까지도 해낸다. 하지만 AI를 보조 도구가 아니라 대체재로 쓰게 되는 순간, 우리는 생각하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릴 수 있다.


아마존이 최대 3만 명에 이르는 직원을 해고했다는 소식은 아마존이 대학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보다 더 충격적이다. 그것도 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란다. 아이러니하다. AI로 미래를 만들겠다면서, 정작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는 것이다.


이게 바로 AI 시대에 우리가 맞이할 수 있는 진짜 모습일 수도 있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해도, 언젠가 AI를 비롯한 기술이 내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불안.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럼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AI 기술을 배우는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과 기업의 협력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그 협력에는 안정장치 내지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뉴욕타임스 기사(10월 26일 자)의 한 문장처럼, 반짝이는 기술 그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진짜 사람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능력도 함께 길러야 한다. AI가 준 답이 정말 옳은지, 어떤 편향을 담고 있는지, 인간적인 관점에서 적절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학이 기업의 논리에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I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 예를 들어 일자리 감소, 사회적 불평등, 알고리즘 편향 같은 이슈들을 누군가는 제대로 짚어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니까 이런 걸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대학도 연구 자금이나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AI 인재를 키워내는 건 좋다. 적극 찬성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업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 AI 시대에도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을 키워내야 한다. AI(기술)을 다룰 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AI를 언제 믿지 말아야 하는지, 언제 인간의 판단이 더 중요한지를 아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어떻게 하면 인간의 가치를 지키면서 AI(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학과 기업의 협력은 좋다. 하지만 그 안에 명확한 경계와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기업의 필요만 채우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우리는 AI 시대를 맞이하는 게 아니라 AI에게 잠식당하는 시대를 살게 될지도 모른다.


AI가 가져올 미래는 기술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는 뭘까? 난 뭘 해야 할까? 전문가 칼럼을 읽고 늘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해 봐'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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