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도서관의 마우스 줄이 말해주는 것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실에서 왼손으로 마우스를 사용하려고 했다가 움직이지 않아서 당황했다. 아마도 케이블타이로 줄을 책상 뒤 칸막이 부분에 묶어 놓은 것 같았다. 줄을 당겨봤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왼손잡이에게 세상은 원래 조금씩 불편하다. 왼손잡이를 배려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일을 여전히 겪으니 화가 난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선이 널려 있는 것보다 묶어두는 게 관리하기 편하고 보기 좋았을 것이다.
마우스 줄 하나가 사소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도 사용자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는 어떨까? 돋보기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안내문, 키 작은 사람이나 어린이에게는 너무 높은 검색대. 경우에 따라서 왼손잡이가 되는 내가 느끼는 불편이 짜증 수준이라면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불편은 배제로 이어진다.
문제는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공공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관리의 효율성을 먼저 생각한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그들은 사용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관찰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서비스의 질은 화려한 건물이나 최신 컴퓨터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마우스 줄을 넉넉하게 풀어두는 작은 배려, 사용자가 왼손을 쓰든 오른손을 쓰든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
진정한 공공서비스는 가장 약한 고리를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왼손잡이가 편하면 오른손잡이도 편하고,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은 더 편하다. 이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핵심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묶인 마우스 줄은 우리가 공공서비스가 여전히 사용자라는 사람이 아닌 관리라는 시스템을 중심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줄을 풀어주길 요청한다. 그것이 국민의 편익을 묶고 있는 관료주의의 매듭을 푸는 작은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