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작은 식물원이 생겼다. 어머니가 어디선가 오밀조밀한 화초들을 얻어오실 때마다, 차가운 시멘트 위에 새로운 생명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은 낯선 집의 공기에 잠시 몸을 떨다가도, 이내 화분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분홍빛 꽃을 터뜨린 키 작은 동백나무와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로즈메리를 보고 있으면, 돌봄이 한 존재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한 달 전쯤, 현관 신발장 서랍에서 다이소에서 산 상추 씨앗을 발견했다. 어머니가 지난겨울 대파를 심었던 낡은 화분을 비우고 그 씨앗들을 심었다. '잘 자라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으며 거의 매일 아침 화분을 들여다봤다. 그 사이 어머니 몰래 내가 몇 번 물을 더 주었다. 더 잘 자라라고.
하지만 오늘 아침, 상추 싹이 올라와야 할 자리에서 작고 검은 날파리들을 발견했다. 싹은 보이지 않고 벌레들만 들끓는 화분을 보여 당혹감을 느꼈다. 그대로 두었다간 베란다 전체가 이 작은 소동에 휘말릴 것이 뻔하다.
원인은 단순했다. 과습. 흙이 마를 틈도 없이 물을 들이부은 탓이었다. 계피나 구연산을 물에 타 뿌리거나 흙을 통째로 갈아주라는 처방을 찾아냈다. 더 잘 돌보겠다고 한 행동이, 도리어 씨앗이 숨 쉴 자리를 빼앗았다. 과유불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