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을 연애따위' 4회를 보고 나서
혹시 당신은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까지 같이 보내며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고 같이 목욕탕도 갈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의 친한 이성친구가 있는가? 일단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없다. (과거가 일반적이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의 한 교수는 20년 동안 사랑에 관해 연구했고 그 결과 약 66%의 연인이 친구 사이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과학적으로 아니 확률적으로 내 애인의 오랜 이성친구를 경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우리는 단 한 번도 서로가 남자 혹은 여자로 느껴진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채널 ENA에서는 드라마 '얼어죽을 연애따위'가 방영 중이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과거 '그녀는 예뻤다'에서 단무지를 아주 맛있게 받아먹는(?) 캐릭터를 소화한 가수 겸 배우 최시원 님이 주인공인 것을 보고 리모컨을 내려놓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내가 본 회차는 4회였고 상세한 인물관계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알고 지낸 이성친구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설렘을 느끼고 연인으로 발전할 것 같으면서도 크고 작은 사건들로 둘 사이에 애매한 감정들을 섞어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운다는 것 까지도.
드라마뿐만 아니라 밸런스 게임 콘텐츠를 운영 중인 유튜브 '바퀴 달린 입'이라는 채널에서도 내 애인의 이성친구라는 주제가 언급됐는데 이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오킹(오병민)'은 사람들에게 일명 '유교 보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 이유는 이성 간의 친구사이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인데 처음에 나는 너무 극단적으로 반대하면서 오히려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고 주입시키려는 태도 때문에 좋게 보이지 않았다.(내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들을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나 또한 그런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이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런 사이를 믿지 않는다. 믿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이성친구가 있지도 않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불편해하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상황을 계속 보인다는 것은 애인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자 결정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결혼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설사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길어도 몇 년 만난 애인 때문에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관계를 놓치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유유상종. "사람은 다 다르다. 모두가 그렇지 않으니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누군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처입지 않도록."이라고 말할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존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겨우 한 회차를 보고서 이런 글까지 쓰게 되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논쟁 중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뜨거운 감자인 주제니까 괜찮을지도..?
남녀 사이에 친구가 존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