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출장을 갈 일이 생겨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탔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40분 정도의 거리라서 오전 7시 33분 기차를 타기 위해 여러 변수를 감안하여 예정시간보다 1시간 일찍 집에서 나섰다. 평소보다 몇 시간 겨우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발가락부터 정수리까지 피곤함이 밀려왔다. 다행히 지하철을 놓치지 않고 환승에 성공한 나는 예정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7시가 겨우 지난 기차역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울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에도 몇 번 출장 차 서울을 방문했었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출발한 적은 처음이었던 나에게는 새로운 광경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기차 안 내 옆자리에는 이미 어떤 여성분이 앉아계셨는데 목적지인 대전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녀는 잠에서 깨지 못했다. 창가 자리인 내가 탑승한다고 깨운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그리곤 대전역 도착 알림에 부랴부랴 나서는 걸 보며 얼핏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교대로 대전역에서 탑승한 남자분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머리도 깔끔하게 가르마를 타고 은은한 향수 냄새까지 났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서류를 몇 장 꺼내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는 다른 책을 하나 꺼내 비교한 뒤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자리를 뜨더니 도착역까지 10분이 겨우 남았을 때가 돼서야 자리에 돌아왔다. 한숨을 크게 푹 쉬면서 자리에 앉는 그의 모습은 탑승할 때의 멀끔한 모습보다는 조금 지쳐 보였다. 얼마 뒤 기차에서는 종착지인 서울역에 도착한다는 알림이 울려 퍼졌고 그는 벗어뒀던 재킷을 다시 입고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 다행히 출장 일정에 여유가 있었던 나는 천천히 기차에서 내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다들 시간을 체크하며 혹여나 지하철이나 버스를 놓칠세라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다음 날 출장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나는 서울역을 찾았다. 퇴근시간이 겨우 지난 서울역은 아침 일찍 마주한 서울역과는 조금 달랐다. 가족들과 쇼핑하는 사람들, 기차 시간이 남았는지 저녁을 먹는 사람들, 간단하게 닭강정이나 김밥을 들고 야외 대기공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비교적 여유가 있어 보인다. 얼마 뒤 집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기 1분 전 옆자리에 부랴부랴 어떤 남자분이 탔다. 우연히도 옆자리 남자분도 정장을 입고 기차에 타자마자 가방에서 서류를 여러 뭉치 꺼내 고개를 갸우뚱하며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듯했다. 도착역인 오송역까지 서류 뭉치와 휴대폰을 번갈아보던 남자분의 뒷모습은 어쩐지 씁쓸해 보였다.
평소 나는 퇴사를 하고 비교적 시간의 여유를 갖고 살고 있다. 점점 게을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단기 알바로 지역 출장을 다니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서울에 방문할 때면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면서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다들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건지 하면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있는 나 또한 그들처럼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이번 출장을 통해 또 한 번 자극을 제대로 받고 돌아간다.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와 스쳐간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