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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네임입력 Oct 08. 2022

우리는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일찍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 침대에 누워있는데 시끄러운 총성과 포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 어머니께서는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아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전원일기>였기 때문에 의아한 마음에 다시 거실로 나가 TV를 확인해보니 영화채널에서 방영 중인 <고지전>을 시청 중이셨다. 우리의 아픈 역사인 6.25 전쟁 당시 서로 뺏고 뺏기는 양상이 반복되던 애록고지(AERO-K)에서 있었던 악어중대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거실에 나갔을 때는 이미 영화의 후반부였는데 김수혁 역을 맡은 배우 고수가 북한 저격수에게 당해 죽어가면서 친구인 강은표 역을 맡은 배우 신하균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여서 지옥에 가야 하는데 우리를 데려가지 않고 살려두는 건 이곳이 더 지옥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수혁이 저격수에게 총을 맞아 죽어가면서 한 말이다.




부대 초소에는 정전협정 소식이 들려오고 냇가에서 휴식을 가지던 부대원들 앞에 얼마 전까지 싸우던 북한군이 지나가는데 그들은 싸우지 않고 인사를 하며 서로의 물건을 하나씩 건네준다. 하지만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정전협정이 22:00에 효력을 발생하는 12시간의 시간을 이용해 최대한 영토를 넓히기 위한 마지막 총공격 명령이 떨어진다. 그렇게 다시 전장에 총을 겨누고 진격 명령을 기다리는 국군. 전장에는 안개가 짙게 껴있고 한 병사가 싸우기 싫다며 울기 시작하고 건너편 북한군 진영에서는 전선야곡이라는 노래가 들려온다. 야속하게도 안개는 걷히고 다시 싸우게 된 국군과 북한군. 전투 중 연합군 측 폭격으로 인해 전장의 모든 군인들이 죽고 마지막 남은 남한 군인과 북한 군인이 치명상을 입고 술을 나눠마시다 22:00부로 정전이 되었으니 전투를 멈추라는 통신을 듣고 실소를 터뜨리며 북한 군인이 죽는 장면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나는 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배우진이 정말 탄탄하다. 배우 캐스팅 비용이 어마어마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영화가 끝이 나자 가슴 한편이 찡해오는 것을 느꼈다. 병사들은 무슨 죄가 있었을까... 왜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 했을까... 서로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민족이면서 왜 그렇게까지 싸워야 했을까... 지금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이고 북한은 여전히 우리에게 도발을 해온다. 되돌아보면 결국 남는 건 상처뿐인 전쟁...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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