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창 시절 빨리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고 나서 우리는 실망스럽게도 예전에 마냥 동경했던 어른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한 진짜 어른은 누구길래?
연예인으로 비유해 남들에게 국민 MC에 미담 제조기인 유재석 씨를 우리는 어른이라고 부를까?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유재석 씨는 내가 생각하기에 진짜 어른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온 어른의 기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적당히 돈을 벌며 주변 사람들에게 적당히 존경받고 가정에는 충실한 그런 사람일 뿐인데 그런 어른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가장 가까운 은행이 어디인지 묻지만 여러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서 무시하고 지나가거나 피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상을 sns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을 어른이라 부르지 않는다.
내가 성인이 되고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비교적 많이 만나보았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이나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어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 우울증으로 삶이 많이 힘든 사람 등 우리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내가 배운 사회복지는 그런 사람들을 취약계층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취약계층에게 어떤 식의 접근으로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그 사람들에게 진정 도움이 될까를 고민했고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여러 사회복지사들이 모여 회의도 하고 봉사활동도 수행했다. 그래서 난 그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일했기에 뿌듯했고 정말 내가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직장에 들어가 수급자라는 저소득층의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내가 아직 어리다는 것과 가짜 어른들의 세상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간단하게 수급자에 대해 말해보자면, 수급자는 세 가지 종류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기초생활수급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근로능력이 떨어져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이 가진 재산이나 본인을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 국가에서 최저생계비와 다른 여러 가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조건부수급자
기초생활수급자와는 조금 다르게 가진 재산은 없으나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에서 근로를 하며 생계비를 벌고 그 금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한 만큼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다.
세 번째, 일반수급자, 차상위계층
그 외의 사람들이며 국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등 여러 혜택 중 몇 가지 혜택만 선별적으로 받는 일반인보다는 저소득, 타 수급자들보다는 고소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내가 들어간 직장은 그중에서도 조건부수급자들이 일해야 하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 중 하나인 지역자활센터였다. 그곳에서 나는 사업을 만들어 수급자들을 채용해 운영해야 했고 다른 가게들과 경쟁해야 했다. 그래서 20대 중반이었던 그 당시의 나는 부모님 뻘이 되는 사람들을 데리고 사업을 운영해나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담대한 포부를 가진 사업가가 아닌 힘든 사람들을 도울 사회복지사로 취업한 것이었기에 적응이 쉽지 않았고 내가 채용한 사람들은 이런 나의 모습이 만만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분들은 근로능력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아 부업장을 따로 만들어 공동작업을 수행하셨는데 하루가 다르게 별 것도 아닌 일들에 시기하고 질투하며 싸운 뒤 나를 찾았다. 그리고는 "저 사람들 좀 말려달라, 나는 저 사람들이랑 일 못하겠다"며 우는 소리를 했고 처음엔 그 사람들의 말을 다 들어주고 화해시키려 했다.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사람들은 바뀌지 않았고 난 질려버렸다.
이후 나는 사람이 싫어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이 일이 나에게 사명감을 주지 않았다. 그리 많지 않은 월급에 워라밸도 거의 없고 끝이 없어 보이는 일들을 버틸 수 있게 해 줬던 사명감을 가짜 어른들이 빼앗아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퇴사를 했다.
가짜 어른들 속에서 버티지 못한 아직 한없이 어린 나를 탓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