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자주 새벽에 깼다. 컴컴한 방에 누워 눈만 멀뚱멀뚱. 잠에서 깨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했다. 출근할 생각에 다시 자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또랑또랑 정신만 맑아졌다. 며칠 동안 선잠만 잤다. 그렇게 아침이 밝으면 뭔지 모르게 꺼림칙하고 개운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이 든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재우고 TV라도 봤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있다. 일찍 잠들어서 새벽에 깨는 것일까. 아님 나이 먹어서 그런 걸까. 새벽에 깨 우두커니 천장만 보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웠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글이라도 쓸까. 한참을 글 쓸까 말까 고민했다. 마침 마감해야 할 기고문이 있었다. 이제 일어나자 글을 쓸 명분이 생겼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했다. 옷방에 처박혀 있는 새 노트북을 꺼냈다. 드디어 식탁에 앉았다.
꿈에 그린 미라클 모닝 새벽 글쓰기다.
김훈 작가님은 글쓰기 전에 연필을 깎는다고 한다. 나름 글쓰기 전 의식을 치렀다. 일단 노트북을 켰다. 커피포트에 물을 붓고 컵을 꺼냈다. 새벽부터 커피는 마실 순 없었다. 마실 것을 찾아 찬장을 뒤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홍차라도 사둘걸. 그냥 대충 마시자 냄비에 끓여놨던 보리차를 커피포트에 부었다. 노트북이 부팅되고 보리차가 우그르르 끓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탁탁거리는 키보드 소리에 몰입됐다. 고요한 시간이라 집중도 잘됐다. 무엇보다 시끌벅적한 다섯 식구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굳이 글을 쓰기 않아도 새벽에 깨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앞으로 새벽에 일어날까 생각도 했다.
쉬지 않고 써 내려갔다. 속으로 이래서 사람들이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구나. 한창 글쓰기에 심취해 있을 때 정막을 깨고 둘째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아빠"
"아빠 어딨어?"
6시에 기상한 아이들이튿날도 둘째가 깼다.
"아빠"
"아빠"
"아빠 어딨어?"
그다음 날은 셋째가 깼다. 식탁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해맑게 웃으며 아장아장 걸어왔다. 아이가 반갑지 않을 때도 있구나. 더 쓰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떨궜다. 조금만 더 자지 일찍 일어난 아이가 야속했다. 지금 막 물이 올랐는데 노트북을 꺼야 하는 심정을 아는가. 그렇게 새벽 글쓰기 체험은 3일 만에 끝나고 말았다.
새벽 글쓰기, 짧았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 고요한 시간의 몰입감, 새벽이라 그런지 영감이 불쑥불쑥.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래서 미라클 모닝을 하는구나.
그렇지만 새벽 글쓰기는 못할 것 같다. 아침 6시면 일어나는 세 아이들 때문이라도 못한다. 아무리 좋아도 당분간 맞지 않은 루틴이다. 아이들이 커서 아침 7시에 일어날 때만을 기다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