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허락한 휴가 200% 즐기기

by hohoi파파
오빠 주말에 잠깐 나갔다 와!


아내가 휴가를 줬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시달렸으니 빽다방이든 영풍문고든 나갔다 오라고 했다. 아내의 말에 표정 관리가 안됐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실룩실룩. 어떻게 내 마음을 귀신 같이 알았을까. 얼마 만에 혼자만의 시간인지 마음이 들떴다. 아내의 배려에 고마웠다.


어떻게 하면 200% 즐길 수 있을까. 갑자기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에 허둥댔다. 빽다방에 가서 빽's 라테를 마실까, 더리터에 가서 토피 더 샷을 마실까 고민했다. 아니면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는 영풍문고에서 책을 읽을까. 어디로 갈지 고민하는 순간에도 시간이 흘렀다. 이러다가 하루가 지나가겠어.


마침 스스로 정한 마감해야 할 원고가 있었다. 강원국 작가가 마감 날짜를 정하고 쓰라고 한다. 데드라인을 정해야 글 쓰는 일을 미루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세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글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고 마감 날짜가 임박했다. 언제 퇴고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단 1분도 아까웠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드디어 노트북이 빛을 발할 때군. 옷방에 처박혀 있는 새 노트북을 꺼냈다. 주섬주섬 노트북을 꺼내 들었고 파우치 안에 넣었다. 형광펜 두 개와 3색 볼펜도 챙겼다. 아내가 준 2만 원을 들고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집 앞에 있는 빽다방에 갔다. 빽's 라테를 시키고 창가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노트북을 켜고 원고를 썼다. 앉은자리에서 2시간 동안 글을 썼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몰입감인가. 기분 탓인지 술술 써 내려갔다. 글을 쓰면서 제발! 오늘만 같아라.


시간은 참 빠르다. 벌써 오전이 지나갔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남은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 카페에서 나왔다. 어디로 갈지 거리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우두커니 서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책에서 강원국 작가는 다양한 방식과 환경에서 퇴고한다고 한다. 모니터로 보면서 고치고 종이로 출력해 고친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직장에서 카페에서 고친다고 했다. 집 앞 천변을 걸으면서 원고를 읽기로 했다. 읽으면서 생각하고 떠오른 생각을 적었다.

솔솔 부는 바람에 부르르 떨리는 나뭇잎, 앙증맞게 핀 노란 야생화, 클로버에 앉아있는 무당벌레는 나를 멈추게 했다. 어느 노부부와 연인들이 한가로이 산책하고 있었다. 대교 밑에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5월 눈부신 오후, 굳이 무엇을 안 해도 좋은 날이다. 출력한 종이 원고를 노트북 파우치에 넣었다. 강원국 작가가 말하듯 글을 쓰고 글 쓰듯 말하라고 해서 그냥 브런치 서랍장에 녹음하면서 걸었다. 지금은 그 글을 퇴고 중이다.

야속하게도 오후는 시간이 더 빨리 갔다. 곧 아이들 하원하는 시간이 가까웠다. 결국 언제 오냐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허락한 달콤한 휴가가 끝났다.


이쯤 하면 200% 즐겼나요? 언제 또 있을지 모를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낸 것 같아 뿌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저녁 늦게까지 있고 싶었지만 염치가 없는 남편은 아니다. 7시간 외출도 감지덕지 충분하다. 다시 세 아이 아빠로 다시 출근했다. 또 언제 있을지 모를 시간을 위해.


이 글을 읽을 여보야, 또 휴가 주면 안 될까? 하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일 동안 새벽 5시 글쓰기를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