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노트북을 켰지만

by hohoi파파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옆에 누워 있는 셋째는 아직 꿈나라 여행 중이다. 자는 모습을 보니 금방 잠에서 깨지 않을 것 같았다. 안방에서 아내와 첫째, 둘째마저 자고 있어 집안은 고요했다. 글을 쓸까 운동이라도 할까 누워서 한참을 고민했다.


멀뚱멀뚱 천장만 바라보다가 순간 시간이 아까웠다. 누워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옷방으로 갔다. 노트북을 꺼냈다. 노트북이 켜지는 동안 찬장에서 루이보스 티백을 찾았다. 냉장고에 생수를 꺼내 머그잔에 따랐다. 물 끓일 시간도 아까워 루이보스 티백을 찬물에 우렸다.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클릭해 들어갔다. 다음에 발행할 글을 고칠 겸 틈틈이 메모해둔 글을 다시 읽었다. 글의 제목을 짓고 몇 자 적었다. 찰각찰각 고요한 거실에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만 울렸다.


끼익


정적을 깨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순간 얼음. 안방 문이 열리더니 빼꼼 누군가 얼굴을 내밀었다. 둘째가 눈이 부신지 눈을 찌푸리며 "아빠"라고 부르며 다가왔다. 잠결에 엉덩이를 빡빡 긁으며 거실로 나온 것이다. 반가운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순간 노트북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깜박거리는 커서만 멍하니 쳐다봤다.


인기척에 잠이 깼는지 첫째와 막내가 연이어 거실로 나왔다.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앵겨 붙는 아이들 덕분에 하는 수 없이 노트북을 꺼야 했다. 컵에 가득 따라 놓은 루이보스 차는 마시지도 못했다. 찻잔을 가리키며 "아빠 이거 뭐야?" 궁금해하는 아이들. 홀짝홀짝 마시더니 빈 주전자만 남겨놨다.


글 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어렵게 잠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몇 자 끄적거린 것이 전부였다. 좌절감과 허탈감으로 언제 다시 노트북을 켤지 모르겠다. 그래도 글감이 되어 하나의 글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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