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기까지 달려볼게!"
아들이 이야기하다 말고 내달렸다. 쏜살같이 놀이터 한 바퀴를 돌더니 내 옆에 앉아 재잘재잘 떠든다. "내가 달리기 해서 형을 이겼어!" 며칠 전 자신보다 한 살 많은 형과 달리기 해서 이겼다는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아들에 질세라 "아빠도 초등학생 때 늘 마지막 계주 선수였어!", "아빠랑 달리기 해볼래?", "유호가 저기 주황색 미끄럼틀까지 가면 아빠가 출발할게! 우리 시합하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들이 출발했다.
내달리는 아들은 진심이었다. 아들은 어금니를 꽉, 주먹을 꽉 쥐고 있는 힘껏 달렸다. 주황색 미끄럼틀에 가까워지자 나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 "아빠 달린다." 승부욕에 있는 힘껏 달렸다. 아들도 봐주는 게 없다. 이기려고 기를 쓰고 달렸다.
"아빠가 졌다."
"중학생 되면 진짜 못 이기겠는데?"
"아빠 나이 먹으니까?"
어느새 어릴 적 아버지의 나이대가 되었다. 어떻게든 기를 쓰고 자신을 이기려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마냥 귀여웠겠구나 싶다. 팽팽하게 힘을 겨루다 매번 져주는 아버지의 배려. 그때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한다.
아빠가 되어보니 나의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아들에게서 어릴 적 나를 발견하고 아버지에게서 현재의 나를 마주한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인 게 틀림없다. 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