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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24. 2022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감성을 깨우고

출근길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이내 바람에 흩날렸다. 우산 쓰기도 그냥 걷기도 애매한 빗줄기다. 오랜만에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우산을 쓰고 걷다. 어딜 가는지 바쁘게 걷고 있다. 일부로 비 맞는 것일까. 그 와중에도 꿋꿋하게 손에 든 우산을 펴지 않고 걷는 사람도 있었다. 깊이 숨을 들이마셨더니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 먹은 축축한 흙냄새가 올라왔다. 시원하고 청량했다. 늘 지나가는 출퇴근길인데 평소와 달리 느껴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잊고 지내던 감성을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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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비 내리는 날씨를 좋아했다. 하지만 어른, 아니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부터 비가 내리면 성가시다. 그리움, 시원함, 기분 좋음이 아닌 쓸데없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출근길 유치원에 데려다줄 때 평소보다 서둘려야 해서 조급한 마음이 들고 아이들을 재촉하게 되더라. 주말에 비라도 내리면 옴짝달싹 못 하고 집에만 있어야 한다. 희한하게 평일에는 쨍쨍하다가도 주말만 되면 비가 온다. 애꿎은 날씨만 원망한다. 어른이 되었더니 이런저런 상황에 오롯이 비 내리는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빗소리 들으며 생각에 잠긴 적은 언제였는지. 가슴 뛰는 감성을 꽁꽁 감추고 잊혀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서글퍼졌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감상에 젖고 싶다. 슬레이트 집 처마 끝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좋아했던 어릴 때가 그립다. 가끔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를 맞고 싶을 때가 있다. 온몸이 흠뻑 비에 젖을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뛰어놀고 싶다. 친구들과 빗소리 들으며 자장면 먹었던 그때로.


커피 한잔 마셔야겠다. 얼른 일어나서 복지실 바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바라봐야겠다. 시원하고 청량한 흙냄새를 더 맡고 싶다. 언제 비가 그칠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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