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연년생 하면 쌍둥이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는 친구를 보면 뼈저리게 실감한다. 얼마나 힘들면 만날 때마다 두 아들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겠는가.
둘째는 40개월, 셋째는 19개월이다. 연년생 남매다. 연년생을 키워보니 왜 둘이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알겠다. 둘째는 가뜩이나 가운데에 끼어 위아래에서 이리저리 치인다. 그마저 받고 있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뺏긴다고 생각할 것이다. 셋째는 그런 부모의 애정과 돌봄을 믿고 둘째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듯 기어코 이기려고 애쓴다. 한마디로 연년생은 서로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관계인 것이다.
그나마 남매 연년생인 것이 얼마나 당행인지 모른다. 연년생 딸은 키워보지 않아서 모르겠고, 연년생 아들이었다면 불 보듯 뻔하다. 피 튀기게 싸웠을 것이다. 하마터면 아웅다웅 매일 울고불고 난리 날뻔했다.
"소이 이뻐"
"소이 이뻐"
"소이 이뻐"
동생을 이뻐하는 둘째가 신기하다.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부터 다르다. 놀다가 동생의 머리와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란히 누워 이마를 맞대며 그윽하게 쳐다본다. 셋째도 싫지 않은지 오빠의 장난을 받아준다. 하지만 주로 장난을 거는 쪽은 셋째다. 셋째는 오빠 배 위에 올라타 함께 뒹굴며 논다. 자기 몸무게와 비슷한 둘째가 버거울만한데 동생을 밀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동생을 이뻐하는 둘째가 고맙고 대견하다.
주말 아침 작은 방에서 자고 있는 둘째와 셋째가 안방으로 들어왔다. 우당탕탕 쿵쿵 두 아이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했다. 아이들 발걸음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바로 일어나지 않고 자는 척했더니 둘이 배 위로 올라타 앉아 껑충껑충 뛰었다. 두 아이 장난에 결국 눈을 떴다.
"아빠가 사진 찍어줄게"
"벽에 나란히 서봐요."
셋째는 오빠 따라쟁이다. 둘째는 사진 찍자는 말을 듣고 바로 벽에 붙어 자세를 잡았다. 셋째는 둘째 옆에 나란히 섰다. 셋째는 오빠 따라 손가락으로 V 모양을 만들어보지만 잘 되지 않았다. 한참을 둘째가 웃으면 셋째가 따라 웃었다. 안방과 작은방을 왔다 갔다 하며 오빠를 졸졸 따라다녔다.
(깔깔, 까르르, 하하 아이들의 웃음소리.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알람 소리다.)
사실 둘째보다 셋째 때문에 아웅다웅 다툼이 일어난다. 매번 둘째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말도 없이 가로채서 울린다. 둘째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는 것밖에 없다. 화나는 마음에 밀칠 수 있고 때릴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 차마 때릴 수도 없는 것이다. 미운 마음보다 이뻐하는 마음이 큰 것은 아닐까.
매일 아웅다웅 싸우다가도 둘이 좋아 까르르 웃는다. 연년생이지만 사이좋다. 앞으로도 사이가 좋은 남매로 자라길 바란다. 동생을 이뻐해 주고 오빠를 잘 따르길. 오늘도 둘은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