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Jul 13. 2022

사 먹는 피자보다 만들어 먹는 것이 더 맛나

지난주 토요일 파브르 동아리 아이들과 피자 만들기 체험을 했다. 다행히 학교 근처에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하는 곳이 있었다. 체험비는 1인당 1만 원, 체험비도 적당했다. 피자를 만들고 굽기까지 대략 40~50분 걸린다고 해서 더 고민하지 않고 바로 예약했다. 알고 보니 동네 맛집이었다.


전 날 애벌레에서 성중이 된 수컷 장수풍뎅이와 지마켓에서 산 성충 암컷과 합사를 했다. 먼저 사육통에 발효톱밥을 10cm 정도 깊이로 담았다. 발효톱밥에 수분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하듯 섞었다. 발효톱밥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놀이목과 곤충젤리를 넣을 수 있는 먹이 접시를 놓았다. 드디어 암수 장수풍뎅이가 만났다.  


아이들과 함께 암수가 짝짓기 하는지 관찰했다. 숙맥인 건가 수컷은 암컷을 봐도 반응이 없다. 연신 흙속에만 비집고 들어갔다. 반면에 암컷은 뭐가 불만인지 예민하게 굴었다. 자기 몸에만 닿으면 두 앞다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나라도 위축되겠다. 서로 관심이 없고 곤충 젤리를 먹느라 바빴다. 어디 그래서야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겠나 싶다. 암수 장수풍뎅이의 반응을 보고 살짝 걱정됐다. 수컷, 용기를 내봐.

어쨌든 장수풍뎅이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었으니 약속한 피자를 먹어야지. 지난주 금요일 방과 후에 아이들을 교육복지실에 모았다. 사실 피자 가게에 가서 사 먹으면 그만인 것을, 무엇하려고 어려운 일을 선택했을까 고민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사 먹이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 먹는 피자보다 만들어 먹는 것이 더 맛나."


아이들은 파자 가게에서 먹는 것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사 먹는 것보다 만들어 먹는 것이 더 맛있다고 에둘러서 말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사 먹느냐 만들어먹느냐보다 "피자 먹는다"에 꽂혀있었다.


양파와 초록색 파프리카, 살짝 구운 감자와 베이컨을 동강동강 썰었다. 서툴지만 제법 칼질을 했다. 준비된 피자 도우를 접시에 올려놓았다. 양손으로 피자 끝부분을 조심조심 눌러가며 틀을 잡았다. 숟가락으로 토마토소스를 떠서 도우에 바르고 재료를 보기 좋게 올려놓았다. 마지막으로 치즈를 뿌리고 피자를 구웠다.


"피자를 처음 만들어봐요."


평소 주의 산만하고 과잉행동으로 학교생활 적응이 힘든 아이들이다. 하지만 피자 만들 때만큼은 집중했다.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으며 피자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들 모두 피자는 처음 만들어본다며 좋아했다. 사실 걱정했지만 신난 아이들을 보고 피자 만들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역시 직접 만든 것이 더 맛나.


장수풍뎅이 한살이가 아이들의 성장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합사가 성공해 암수 장수풍뎅이가 꼭 알을 낳기를 바란다. 하지만 알을 낳기 위해 주로 흙속에서 지내는 암컷은 밖에 나와있고 수컷은 흙속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니 걱정이다. 왠지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한 예감이 틀렸으면.


https://brunch.co.kr/@socialworkers/104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