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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ug 05. 2022

첫 시도

초등학교에 일하면서 방학 프로그램을 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을 모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4학년 남자아이들과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기"라는 주제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다. 매주 화요일 교육복지실에서 만난다. 지난주 화요일에 첫 회기가 시작되었다.


6명이 참여하는데 많지도 적지도 않다. 소그룹 활동하기 적당한 인원수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매일 대여섯 시간 이상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방학이 되니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다는데 기본 생활 습관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아이들은 주의 산만하고 과잉 행동을 보이거나 무기력하다. 그중에 ADHD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들은 ADHD와 유사한 성향을 보인다. 주의 산만하기 때문에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1분도 못 견디고 지루함에 짜증을 낸다. 학교에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니 학습 부진은 당연한 결과다. 어른들의 지도를 따르지 않고 반항한다. 때론 적대적이며 공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구 관계가 좋을 리 없다. 낮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원인과 결과다.    


부모들은 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지 못한다. 처음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한다. 하지만 자녀와 실랑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돌려주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부모들은 인내심을 잃고 만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거나 감정적으로 화를 내고 때리기도 할 것이다. 참다못해 강제로 스마트폰을 가져가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반응을 보고 더 반항한다. 자녀와 갈등이 생기고 관계가 틀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그러면서 강화한다.


"어떻게 하면 게임을 줄일 수 있을까?"

"네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자."


그러다가 방학 중 집단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적극적인 참여는 고사하고 모임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아이들에게 모이는 이유와 모여서 무엇을 할지 알리고 이해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모이는 목적을 공유해야 동기와 계기가 생기는 것인데 섣불리 "우리 이번에 스마트폰 게임을 줄여보자"라고 말했다가 자칫 아이들이 튕겨져 나갈까 봐 두려웠다. 그간 공들였던 관계마저 잃을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집단프로그램 인원 구성이 적합하지 않다. 구성원 중에 본보기가 될만한 모델이 없다. 사실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한 아이들만 모아 집단을 구성했기 때문에 역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고 배우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 행동만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고 하지 않으면 안 됐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다른 재밌는 거리를 경험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아이들의 문제 행동,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표적 행동을 다루기 위해 공들였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아이들과 친해졌으니 따라오겠지.


"밑밥을 깔다=관계를 맺다"


밑밥의 사전적 의미는 물고기나 새가 모이게 하기 위하여 미끼로 던져 주는 먹이라고 정의한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미끼 주변에 뿌리는 먹이다. 원하는 목적과 결과를 이루기 위해 사전에 준비하는 작업이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사전 작업을 의미한다. 아이들의 표적 행동을 다루기 위해 그동안 밑밥을 깔았다.


올해 아이들 파브르 동아리에 참여시켰다. 곤충박물관에서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사다가 키웠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어 성충이 되면 피자 파티하자고 약속했고 피자 만들기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마뱀 먹이 주는 당번을 정해 교육복지실에 자주 올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토요일에 만나 축구도 했다. 밥 세 번은 족히 먹었으니 정들었을 거야. 제 시작해도 되겠니.


"내일 모임 잊지 않았지? 내일 보자"

"모임 끝나고 방학 중에 영화 언제 볼지 날짜 정하자."

"네"


모두 오겠다고 했지만 첫 모임을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긴장되었다. 아이들이 말만 하고 안 나올까 봐 걱정되었다. 약속을 잘 지키다가도 종종 약속 당일 전화기를 꺼놓고 연락되지 않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못 오니?"

"지금 게임하고 있는데 조금 늦게 가면 안 돼요?"

 

게임이 문제가 되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인데 게임 때문에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울화가 치밀러 올랐다. "내일 보자"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네"라고 대답했던 아이라서 더 배신감이 들었다. 다른 한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왔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싫다며 엄마 손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정작 가장 필요한 두 명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6명 중에 4명이 참여했으면 성공적이야라며 스스로 위로하지만 씁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오지 않은 두 아이를 참여시킬 수 있을까. 첫 시도는 실패인 듯 실패 아니게 시작되었다.  


https://brunch.co.kr/@socialworkers/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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