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교육복지실에서 키우는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성충이 되었다.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언제 허물 벗을지 모를 번데기였다. 주말 사이 탈피한 것이다. 한 마리는 애벌레 때 죽고, 다른 한 마리는 번데기 때 죽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한 마리가 설마 성충이 될까 싶었다.
애벌레에서 성충이 될 때까지 처음으로 키워본 것이라 허물 벗은 모습을 보고 감격했다. 애벌레가 성충이 되면 파브르 동아리 아이들과 피자 파티하기로 했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동아리 아이들과 시켜 먹어야겠다.
반려 동식물을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다. 반려라고 생각하는 식물은 키워 본 적 없고 곤충은 혐오스럽고 징그러워서 만지지도 못한다. 꿈틀꿈틀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소름 돋는다. 아이들 보라고 메뚜기나 사마귀를 아무렇지 않게 덥석 덥석 잡는 아빠들을 보면 부럽다. 겁 많은 아빠에게 곤충 채집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반려식물은 그렇다 하더라도 내 생애 도마뱀을 키울 줄이야,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키우는 것 역시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내 생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생명을 키우는 일에는 책임감이 따른다. 출근하자마자 창가에 놓인 반려식물과 도마뱀, 장수풍뎅이를 살피는 게 일이다. 잘 자라도 걱정, 시원치 않게 자라도 걱정. 알아서 크는 것이 아니기에 손이 많이 간다.
토마토와 해바라기는 열흘 간격으로 물을 줘야 하고 햇볕과 바람을 맞으라고 볕이 드는 쪽으로 화분을 옮기며 더운데도 창문을 열고 지냈다. 도마뱀은 이틀 간격으로 슈퍼푸드를 먹인다. 사육통 습도 조절을 위해 수시로 물을 뿌려야 한다. 작년에 키웠던 넓적사슴벌레 역시 이삼일 한 번 꼴로 곤충젤리를 챙기고 사육통 안에 물을 뿌려 발효톱밥을 촉촉하게 유지시켰다. 어쨌든 반려 동식물 키우기는 보통 일이 아니다.
생명은 세심하게 돌봐야 잘 큰다는 것을 깨닫는다. 육아도 그렇지만 반려 동식물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시기에 맞는 적절한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아이 발달 시기에 맞게 키워야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장수풍뎅이 한살이는 보통 알에서 2주가 되면 애벌레가 된다. 1령, 2령, 3령 애벌레를 거치면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 상태에서 약 2주가 지나면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시기에 따라 신경 써야 할 게 다르다.
성충이 되기 위해 번데기 방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주로 벽면 아래에서 관찰할 수 있다. 유충병이 투명색이라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성충이 되는 우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번데기가 배를 들썩거리며 꿈틀거렸다. 이때 번데기 방이 무너지면 애벌레가 폐사할 수 있다고 해서 눈으로만 관찰하도록 했다.
정보만큼이나 경험도 중요하다. 경험한 만큼 보인다. 애벌레는 처음 키우는 거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유튜브에 "장수풍뎅이 키우기" 키워드를 검색하고 동영상을 찾아봤다. 경험자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종이컵으로 인공 번데기 방 만들 생각을 하다니 신박했다. 키친타월을 한 움큼 뜯어 물에 흠뻑 적셔 종이컵에 넣으면 된다. 애벌레가 비스듬하게 누울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주면 끝. 꽃꽂이할 때 쓰는 플로랄폼으로도 만들 수 있다니 신기했다. 다음에는 꽃꽂이 오아시스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작년에 키웠던 넓적사슴벌레가 먹고 자란 곤충젤리와 사육통에
원래 암수 한쌍 애벌레를 성충으로 키워 다시 알을 낳게 해 부화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애벌레 두 마리가 죽어 고민했다. 수컷 혼자 쓸쓸히 생애를 마감할 수 없어 암컷 성충을 샀다. 암수 성충을 함께 키울 사육통도 준비 끝. 이제 발효톱밥만 배송되면 성충 암수 한쌍을 합사 할 수 있다. 내일이 되면 암수가 합사 하는 역사적인 날이 되겠지. 보통 20개 정도 알을 낳는다는데 부디 장수풍뎅이 한살이를 계속 반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