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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ug 09. 2022

교육복지사는 학교에서 베이스캠프 같은 존재다

교육복지사는 완충 역할을 한다

부르르 엊그제 카톡 알람이 울렸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이름만 보고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 8년 전 중학교에서 근무했을 때 만났던 학생이다. 직히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놀랐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하면서도 잊지 않고 연락한 것에 고마웠다.


"반갑다. 어떻게 지냈어?"

서로 간단한 안부를 묻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졸업생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지난 일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었다. 학교 생활 내내 교사들 사이에서 꼴통, 문제아라고 낙인찍혀있었다. 무리 지어 다니는 친구들과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졸업할 때까지 혹여나 일이 터질까 봐 걱정하고 애가 탔던 것이다. 잦은 무단 외출과 교실 이탈로 매년 유예를 걱정해야 했고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어른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던 아이가 성인이 돼서 연락이 온 것이다.  


"샘 학교에 계시죠?" 며칠 뒤에 다시 연락이 왔다. 답장 쓰기 무섭게 오늘 쉬는 날이라며 다짜고짜 지금 출발한다고 했다. 여전하구나, 시원시원한 성격에 다시 한번 놀랐다. 일단 교육복지실로 오라고 했다. 교육복지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 먹을 생각이었다. 어서 와, 여기까지 오는데 샘이 밥 사줄게.


지금은 어머니 일을 도와준다고 했다. 곧 군대 간다고 말하는 것이 군대 가기 전에 사람들만나 인사하는 모양이다. 말하는 내내 "중학교를 졸업한 지 엊그제 같다."라며 아쉬워했다. 열심히 살지 않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듯 보였다. 8년 만에 만난 그 아이는 여전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걱정했다. 안심하라고 마흔이 된 샘도 늘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이라고 말해주었다.


"여전히 상담사가 되고 싶은데 지금 대학에 갈 상황이 아니라 포기했어요."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한숨을 푹 내쉬며 현재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만약 중학교 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금세 "지금 하나하나 해결해가야죠."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덤덤하게 말했다. 중학교 때 볼 수 없었던 긍정적인 태도에 반가웠다.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하는데 뭐라도 할 것만 같았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머니 일 지금처럼 도와드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응원했다.  


"매일 교육복지실에 왔었는데 기억나니?"

아이들은 매일 같이 교육복지실에 왔다. 수업을 받지 않고 학교 주변을 방황하거나 교육복지실에 와서 자기 집 안방처럼 누웠다. 교실에 안 들어가는 날보다 들어가는 날을 손꼽는 것이 빠를 것이다.


솔직히 그때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무기력하게 지내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실에 나와 어디 안 가고 교육복지실에 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교육복지실은 갈 때가 없으면 터덜터덜 슬리퍼를 찍찍 끌고 오는 편안한 곳이며, 짬 날 때마다 잠깐잠깐 들러 먹을 것을 찾 부엉이 곳간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사고더라도 학교 안에서 치라는 심정이었.


"교육복지실이 아지트였죠."

"상담실에 갔다가 하두 잔소리를 해서 교육복지실에 간 거잖아요."

"선생님께서 먹을 것도 잘 챙겨주셨어요."

"매일 교육복지실에 갔었던 것 같아요."


교육복지사는 학교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 학생 당사자의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를 살핀다. 즉 친구, 부모, 교사들과 겪는 갈등을 조정해 타협하고 화해시킨다. 당사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는 것이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결코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말이다.   


최근 교실 붕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시형 저자 [내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는 부모라면 자기 조절력부터] 책에서 주의력결핍장애, 행동과다, 폭발성, 충동공격성 등 교실 붕괴의 원인인 자기 조절력 결핍으로 생기는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보다 자기 조절력 결핍된 아이들이 증가함에 따라 부모뿐만 아니라 교사와의 갈등이 점점 늘고 있고 심해지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교실 붕괴 주범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그만큼 학교에서 보다 세밀하게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살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실붕괴 주범이라고 불리는 친구들에게 교육복지실은 완충제 역할을 해주었다. 가정, 학교와의 갈등 상황에서 서로 극한으로 치달을 때 중재했다. 학생과 교사 사이와 학생과 부모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학생들의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서로 얽히고설켜 있어 분명 교육자 역할만으로는 아이의 욕구와 문제를 살피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학교 안에 베이스캠프 같은 존재가 있어야 한다.

다음 이미지

학교에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들어보고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존중해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들의 잘못된 비난으로 더는 학교 안에 있을 자리가 없어지고, 낙인찍혀 자기부정으로 자존감이 바닥 칠 때 기댈 사람과 잠깐 머물 곳이 존재해야 한다. 비록 문제를 일으키지만 아이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옹호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되돌아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있기 때문에 험한 히말라야 정상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야"

몸 잘 챙기라고 어깨를 두드리며 작별 인사했을 때 차마 묻지 못한 말이 있다.


이 글을 빌어 그 아이에게 묻고 싶다.

"샘은 너에게 어떤 존재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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