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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05. 2021

교육복지사는 일으켜주는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이 무기력하다. 초롱초롱 빛나야 할 아이들의 눈빛은 초점을 잃은 지 오래다. 보통 시선 처리가 부자연스럽고 상대방 눈을 피한다. 계속되는 실수, 실패 경험으로 더는 시도 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실패하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생기가 넘쳐야 할 나이에 남의 눈치를 살피고 어떤 일 시작하는데 주저하고 자기 문제와 책임을 회피한다.


무기력한 아이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어떤 질문을 해도 '몰라요' '싫어요'이다. 생각하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 좋고 싫음의 표현도 없다. 자기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모른다. 자기감정은 물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과제 앞에 '나는 할 수 없다'라고 단정하고 회피한다. 그렇다고 그 일에 전혀 관심 없는 것은 아니다. 일이든 관계든 또다시 실패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기력해진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학교 시스템은 아이들이 호기심을 품고 모험하는 것을 방해한다. 학교에서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어른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되고 하면 안 되는 행동이다. 또한 아이들의 생각과 기분, 태도는 학습 능력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와 과제를 해결할 학습 능력 부족은 포기하게 만든다. 


무기력한 아이들 중 오랜 시간 부모로부터 방임과 학대받은 아이가 많다. 그들과 관계 맺는 것이 가장 힘들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의 결핍은 정체성 혼란은 물론 적절한 시기에 발달 과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무능력해지는 경우다. 부모로부터 받은 방임과 학대는 아이의 성장을 방해한다. 타인과 바람직한 관계 맺는 법을 모르거나 새로운 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그런 아이들은 '나는 뭘 해도 안돼' '나는 쓸모없는 존재야' '나는 잘하지 못해' 입버릇처럼 말한다. 무심코 뱉은 말은 어느새 내면에 새겨지고 결국 그렇게 믿게 된다.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진다. 


지난해 어느 학생이 상담하기를 포기하면서 한 말이 비슷한 맥락이다. 이제 상담을 받고 싶지 않다며 '어차피 엄마는 변하지 않는데 내가 노력하면 뭐해' 희망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부모의 태도에 분노했다. 


잦은 결석, 친구들과의 잦은 갈등으로 학교 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학생이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과제가 계속 남아 자기 문제를 볼 수 없었다. 무기력의 비밀 책의 김현수 작가는 '아이는 처음에는 요구하고 저항하고 공격하고 불쌍한 척하면서 온갖 감정을 표출하지만 그래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무덤덤하고 무감각하게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 머무르는 것을 자기 삶에 고착화시킨다'라고 말했다. 감정이 메말라버린 상태라고 했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교육복지사는 아이들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을 한다. 무기력의 비밀, 김현수 작가의 말을 빌러 교육복지사와의 관계 자체가 심폐소생술이다. 요즘 저마다 다른 이유로 무기력해진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김현수 작가가 쓴 무기력의 비밀] 책은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이야기다. 심리적 심폐소생술은 비난과 비교, 혼내고 잔소리하는 것을 멈추는 일이다. 진심 어린 태도로 걱정하고 우려되는 부분을 표현하는 일이다. 늘 부정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들에 긍정의 힘을 불러 넣는 것이다. 환대해주고 다시 심장이 뛸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공헌과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참여시키는 것이다. 무기력해진 그럴만한 이유를 찾아 이해하고 공감하며 존중하는 일이다. 공감과 존중은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변화를 일으킨다고 했다.

관계 회복의 절정은 새로운 삶의 방향을 일깨워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다. 무기력한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중요한 계기도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이루어진다. 친구, 멘토, 선생님, 친인척 또는 책에서 만난 사람일 수도 있는 이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일으켜주는 사람'의 역할은 아이를 수용해주고, 지금까지 아이가 삶에서 받은 상처나 아픔을 다르게 해석해주고, 살아나갈 힘을 주는 데 있다.(김현수 저자, 무기력의 비밀)

교육복지 프로그램 중 꽃은 사제 멘토링이다. 사제 멘토링은 '관계'를 중요시하는 교육복지 프로그램에서 뺄 수 없다. 사제 멘토링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과 교사를 1:1로 연결한다. 학생에게 긍정적인 관계를 이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6월 19일, 6학년 학생과 모악산을 등반했다.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었다. 사실 건지산을 염두했다가 모악산에 가고 싶다는 말에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는 힘들어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곧 도착이라는 말'에 기어코 정상에 올랐다. 학생은 역시 학교 밖에서 봐야 하는구나 새삼 느낀 날이다. 아이와 함께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알지 못한 아이 모습에 새로웠다. 도전하고 모험하길 좋아하는 새로운 면을 발견했다. 아이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힘들었지만 정상에 올라 뿌듯했다던 아이

2주 전 금요일, 4학년 학생 두 명과 건지산에 갔다. 사실 4학년이 오르기에는 뒷동산 같은 건지산 정상도 벅찬 거리다. 하지만 정상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다.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은 이어졌다. 돌아오는 길 쓰레기 줍자는 아이 말에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함께 주웠다. 한 번의 뿌듯한 경험은 매주 건지산에 가자는 새로운 도전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7월 10일, 모악산에 가기로 했다. 

6월 26일 토요일에는 6학년 네 명과 함께 놀토피아에 갔다. 이날은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과 섞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함께 클라이밍을 하며 빨리 오르기 시합을 했다. 


이날 꼭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메시지를 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어진 시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2시간 함께 재밌게 놀았더니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 뒤로 결석을 자주 하던 아이가 매일 복지실에 들러 자신의 안부를 알린다.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누구니?' '너를 따뜻하게 해주는 어른이나 의지하고 싶은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니?' 아이들에게 교육복지실에 가면 편안해지고 선생님이나 교육복지사 선생님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면 사제 멘토링, 관계의 목적은 이룬 것이다. 

7월 3일, 6학년 학생들과 곤충 캠퍼스에 갔다. 전시된 나비, 사마귀, 거미 등의 곤충 표본을 관람하고 해설을 들었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애벌레와 성충을 직접 만져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마지막으로 사슴벌레 표본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교육복지사는 아이들의 탁월함, 재능, 강점을 함께 찾아 발견한다. 한 아이는 사슴벌레에 관심이 있고 한 아이는 사육사가 꿈이었다. 다른 아이는 곤충에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 따라왔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 관심사와 연결된 활동은 무기력한 아이들도 움직였다.  

루카 에니매이션을 보러 영화관으로 갔다. 공교롭게도 바다 괴물 루카가 인간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바다 괴물 루카도 딱 초등학생 같은 소년이었다. '모험을 즐겨라'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라' '꿈을 가져라' 같은 메시지를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였을지는 의문이지만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경험만으로 무기력한 아이에게는 새로운 시작, 모험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닥쳐, 브루노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혼잣말로 '닥쳐, 브루노' 자기 암시하던 괴물 소년 루카. 어쩌면 아이들이 무기력하게 지낸 이유는 어려운 일, 과제, 힘든 일을 경험할 때 옆에서 '닥쳐, 브루노'라고 말해줄 진정한 부모, 어른, 친구가 없어서 주저하고 망설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교육복지사는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나는 쓸모없어요' '나는 할 수 없어요' 나는 못난이예요' 나는 왕따예요' 나는 루저예요' 자기 비하, 자기부정을 할 때 '닥쳐, 브루노'라고 외쳐주는 존재다.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소중해' '너는 사랑스러워' '너 자신을 믿어봐' '너는 옳아' '괜찮아' '너의 잘못이 아냐' '그것으로 충분해' '존재만으로 감사해'라고 끊임없이 말해준다면 아이의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뛰고 잠자는 거인이 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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