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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l 20. 2021

교육복지사는 아이들의 꿈과 동행합니다

올해는 아이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다. 작년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모든 교육복지 프로그램이 멈췄다. 그래서 아이들과 무얼 할 수 없었다. 다만 위기 학생 가정 대상으로 긴급지원을 했다. 도시락 배달, 식품과 생필품 지원, 마스크와 손 소독제와 같은 코로나 예방 키트 전달이 주를 이루었다. 재작년은 등에서 초등으로 온 첫 해였기 때문에 사실 상 초등학교 근무 적응하기 바빴다.


어느새 초등에서 근무한 지 3년 차가 되었다. 특히 올해는 정서적 방임 가정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이혼 가정이 해마다 는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 상황도 무시 못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사실상 방임되는 것이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 무조건적인 사랑이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다양한 어려움을 발견한다.


보통 정서적인 방임,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의 특징은 무기력하다. 정서가 메말라버렸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에게 조차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부정적인 생각과 말에 사로잡혀있다. 부모가 '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비하와 자기부정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나 문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차피' '몰라요' '싫어요' '할 수 없어요'라는 말로 회피한다. 타인에게 받을지 모르는 비난에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포기가 빠른 것이다.


점차 아이들은 소외된다. 아이들 스스로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끊는다. 친구들도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학급 안에서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한 아이'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꼴통'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낙인찍혀있다. 결국 타인과 정서적 교감, 교류가 없으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게 한 가지 이유로 일어나지 않으며 복합적인 원인으로 악순환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악순환과 대물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아직 어려서 스스로 끓기 어렵다. 교육복지사가 아이들과  함께 동행하는 이유다. 교육복지사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구출한다. 저마다 달리 보내는 sos 구조 신호를 알아차리고 위급하고 위기인 상황에서 더는 홀로 퍼붓는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이 되어준다.


중요한 것은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넌 왜 그 모양이니' 비난할 수 없다. 모든 문제를 아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른과 부모의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어떻게 도울 것인가?


무기력한 아이들도 차마 말하지 못한 관심사가 있다. 처음부터 무기력하지 않았으니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단지 부모나 친구들에게 거절과 거부당하고 비난받을까 봐 움츠러들어서 말하지 못한 것뿐이다. 저마다 개성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교육복지사는 아이들의 대표 강점을 발견하고 지지한다. 자기 비하, 자기부정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약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탁월함,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성장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김주환 저자 회복탄력성 책에서 강점의 발견과 발휘는 또한 멘토가 멘티에게 해줘야 할 핵심적인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곤충을 좋아하고 파충류에 관심 있었다. 실제로 멘티 학생 중에 사슴벌레를 키워 본 적이 있었고 또 다른 학생은 사육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곤충과 도마뱀에 관심은 없었지만 친구를 따라온 학생도 있었다. 어쨌든 아이들의 강점은 곤충과 파충류였다.


직접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좋아하고 하고 싶은 활동을 계획 세웠다. 전주에 곤충 박물관과 파충류 샵이 있다는 것을 이때 알았다.

  https://blog.naver.com/insect_campus

곤충 캠퍼스에 가서 표본으로 전시된 곤충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1시간 정도 관람을 하고 사슴벌레 표본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알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을 직접 보며 신기해했다. 호기심을 보이며 활동하는 내내 즐거워했다.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만져보고 좋아했다. 아이들과 함께 설명을 들으면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완전 변태와 불완전한 변태, 나비와 나방의 차이에 대해 떠올랐다.

https://blog.naver.com/alfoekt42/222324144073

과연 도마뱀을 키울 수 있을까. 사실 일이 이렇게 까지 커질 줄 몰랐다. 한 아이가 도마뱀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몰라요' '싫어요' '못해요'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이가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꺼냈다. 그 아이 입장에서는 위대한 사건의 한 순간이다. 안 된다고 거절할 수 없었다. 다만 생명이라는 것은 책임질 수 있을 때 키우는 거라고 설명해줬다. 직접 먹이를 주고 키울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할 수 있어요' '키우고 싶어요' 말하는 아이의 눈이 반짝거렸다.


결국 파브르(가칭) 동아리를 만들었다. 일단 이름은 계획서를 위한 것으로 떠오르는 대로 지었다. '곤충이니까 파브르' 참 단순하다.


곤충과 파충류에 관심 있는 학생이 직접 운영하는 학생 자치 동아리. 사슴벌레 한 쌍과 도마뱀 한 마리를 분양하기로 했다. 먹이와 물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알에서 성충까지 1년 볼 수 있는 사슴벌레와 달리 17년 사는 도마뱀은 올해만 키워서 될 일이 아니었다. 매년 동아리가 운영될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교육복지사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의지하고 복지실을 찾는지 모른다. '놀아주는 사람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선생님이 아빠가 돼주면 안 돼요?' 했었던  아이의 말처럼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꿈과 동행한다. 이번 주 교장 선생님 결재가 끝나면 사슴벌레와 도마뱀을 분양받아 교육복지실 창가에 놓을 계획이다. 이제 출근하면 화분에 물 주는 대신 도마뱀에게 물을 주겠구나. 어쨌든 기대되는 아이들의 꿈이자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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