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사랑은 세월에 따라 온전해진다

by hohoi파파

출근길, 어느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내 손길은 남편의 옷매무시를 다듬어 주고 있었다. 주름이 깊어진 손이었지만 아내의 손길 하나하나 지나가는 곳마다 남편에 대한 관심, 사랑이 느껴졌다.

아내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어르신, 무던해 보였고 지나치게 말하면 무심해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전혀 어색하거나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랑의 감정이 서로를 향해 있는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사랑과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배려, 존중의 깊음이 느껴졌다.


연애를 하다 혹은 결혼생활 몇 년이 지나면 흔히들 이런 말을 한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사랑이 식었나 봐!"


주로 과거와 다른 모습에 상대에게 핀잔을 주거나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과거와 다른 모습에 투정일 수도 있겠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한결같은 모습이 사랑의 온전한 모습일까? 한마디로 의할 수는 없지만 오늘 어느 노부부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청춘일 때야 눈빛만 봐도 불꽃 튀고 온 신경세포가 상대방을 향하고 반응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나이 듦에서 전해오는 사랑은 청춘 때와 다르다. 청춘 때처럼 금방이라도 서로를 삼킬 것 같은 뜨거움은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 그에 따른 깊이는 나이 듦을 따라오지 못한다. 서로에 대한 희생, 존중이 몸에 밴 나이 듦은 서로를 더욱 온전하게 만든다.


우린 사랑에 대해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사랑은 여러 가지 모양인데 우리는 뜨겁고 인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닐까 여러 가지 모양 중 상대에게 한 가지 만을 기대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게 된다. 그것도 내가 기준 삼은 사랑의 모양으로 말이다.

사랑은 때에 따라 다르고 변한다. 한 가지 모습만 사랑이라 정의한다면 우린 그 사랑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은 온전한 사랑의 일부분이지 전체는 아니다. 상대에 대한 책임감도 사랑의 일부이고 희생도 사랑의 일부다. 때론 우정 같은 사랑도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현재 어떤 사랑을 하는지 들여다본다면 과거의 모습과 비교해서 달라졌다고만 말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세월에 따라 사랑하는 방법, 온도, 모양이 달라졌지만 상대에 대한 사랑, 진심은 더욱 숙성되고 진화되어 아름다다. 오늘 무심해 보이던 어느 노부부의 서로를 향한 눈빛은 세월에 익은 온전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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