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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타벅스 말고 맥심이요

by hohoi파파

어제오늘 4학년 남학생과 실랑이를 하느라 기운을 다 뺐다.


"스타벅스 커피 있는데..."

"오늘은 맥심 마시려고요, 달달한 게 땡기네요"


"스트레스받았구먼"


"선생님 은수를 교육복지실로 데려가 주세요."

"도저히 참을 수 없네요, 수업을 할 수가 없어요."


담임 선생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했다. 교실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오늘 건희는 괜찮아요?" 나도 모르게 건희 상태부터 확인했다. 사실 어제는 건희가 수업 방해를 해서 교육복지실에 데려왔었다. 두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담임 선생님의 속을 썩이는데 어찌 정신이 온전하겠는가. 한 반에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가 두 명이나 있으니 골치가 안 아플 수 없다.


두 학생 모두 수업 방해가 심하고 담임 선생님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거나 기분이 상하면 책상을 두드리거나 이상한 동물 울음소리를 낸다. 며칠 전에는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음악 수업 시간 내내 리코더를 빽빽 불렀단다. 평소에는 수업 시간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앉아서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데 전형적인 주의 산만한 아이다.


"지금 갈게요."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비장했다. 소매를 걷어 올리고 심호흡을 했다. 어떻게 하면 교육복지실로 잘 데려올까 생각하며 4층 계단을 올랐다. 교실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은수가 창가에 서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수업을 방해하고 있었다.


"은수야, 은수야, 은수야." 이름을 부르며 은수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췄다.


"은수야 수업시간에 노래를 불러서 다른 친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어"

"노래를 멈춰야 교실에 있을 수 있어, 아니면 교육복지실로 가야 해"


아무 말 없이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는 은수를 보고 오늘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잠깐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교실로 오는 것은 어때?"


버팅기는 은수를 아무리 달래 보아도 소용없었다. 교육복지실에 가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몸을 뒤로 누우며 힘주어 버티다가 이리저리 도망 다녔다. 술래잡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마냥 은수를 잡으려 쫓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코너에 몰린 은수를 번쩍 들어 안았다. 손등을 꼬집으며 몸부림치 은수를 억지로라도 교육복지실에 데려와야 했다. 은수의 마음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라도 교실이 아닌 곳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을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는 없지 않은가.


(조금 과격해진 아이의 모습은 생략하겠습니다.)

은수를 안으며 차분해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KakaoTalk_20221102_154527867_01.jpg 아이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4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40분 사투의 시간이 흐른 뒤...


"마음이 진정되면 다시 교실로 가자"

하지만 은수는 입을 꾹 다문채 고개를 휙 돌렸다.


(건희에게 먹힌 비장의 한마디를 던졌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하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속상했던 이유를 말하던 건희와 달리 은수는 묵묵부답했다.


"은수가 지금 선생님과 말하고 싶지 않구나"

기다리면 아이가 말할지 몰라 기다리고 기다렸다. 하지만 은수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사실 은수와 오늘의 일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하지 않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억지로 교육복지실로 데려와서 미안해"

힘을 써서 교육복지실로 데려온 은수에게 사과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해서 데려온 거라고 말해주며 이해시켰다. 진심으로 사과하니 은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씩씩거리며 분노에 찼던 눈빛이 사르르 녹았다. 어떤 마음이 좀 누그러졌는지 차분해졌다.


"교실로 가고 싶으면 선생님에게 알려줘"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은수에게 교실로 가고 싶으면 고개를 끄덕여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표현에 서툰 은수가 쉽게 감정을 풀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되었다. 교실로 돌아가는 은수를 꼭 안아주면서 토닥였다. 이렇게라도 하면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질까 싶었다.


두 아이가 또다시 수업 방해를 하면 전화 달라고 했는데 담임 선생님의 전화가 언제 또 올지 모르겠다. 교무실에 가서 맥심을 두둑하게 챙겨 와야겠다.


오늘 쏟아부은 에너지와 받은 스트레스라면 토피 더더더더더더더 샷을 마셔야 할 판이다. 사투를 치르고 나서 나도 모르게 교무실 한편에 마련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연가시에 감염된 좀비마냥 달달한 커피부터 찾았다. 오늘은 스타벅스 말고 맥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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