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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어떻게 살고 있을까

by hohoi파파

예비 중학생 모임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써 봤다. 허황될지라도 꿈을 적는 것은 가슴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행동하게 만든다.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꿈을 닮아 간다. 과연 10년 후, 2032년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2023년 새해가 밝으면 어김없이 다이어리를 사서 한 해 계획을 세우겠지. 몸짱을 꿈꾸며 헬스 6개월치를 한 번에 결제하기도 하고, 새벽 5시에 글을 쓰겠다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기도 하고, 자격증을 따겠다고 이론서를 사기도 한다. 작은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부터 매일 꾸준하게 실천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꿈을 꾼다.


아마도 1월에 뜨는 저 달은 꿈꾸는 달이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 우연히 다이어리 표지 안쪽에 꽂혀있던 '2022년 인생 계획표'를 발견했다. 1월에 올해 목표를 세우고 다이어리에 꽂아두었던 모양이다. 자고로 인생 계획표는 눈에 잘 띄는 화장실이나 냉장고 문에 붙여놓기 마련인데 다이어리 안에 처박아 놓았다. 이러니 작년과 다를 바 없지.


문제는 목표만 세워 놓고 꺼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꿈만 꿨지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생 계획표를 보면서 진짜 꿈만 꿨구나 싶었다.


"맞아! 이런 계획도 세웠었지"


올해 세운 목표를 보자마자 민망해서 웃음이 터졌다. 그래도 나름 멋들어지게 만들었다. 오타니 쇼헤이 야구 선수가 중학교 1학년 때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위한 세부 목표를 적은 '만다라트'를 따라 했다.

1537227975079.jpg 출처: 홍현수 작가 블로그

'매일 팔 굽혀 펴기 100개 하기'

'청소년상담사 2급 자격증 따기'

'퇴고하기'

'매일 1시간 책 읽기'

'사례 유형별 프로그램 기획하기'

'책 쓰기'


거창하기만 한 인생 계획표를 보고 부끄러웠다. 꾸준한 노력이나 번뜩이는 전략은 없었다. 계획 세우는 것에만 만족한 것은 아닌지. 아니,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한 것만으로도 위안 삼는다. 그러고 보면 계획 세우는 것에 진심인 것도 성격이다.


10년 후,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올해 마흔을 맞이했고 벌써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한 달만 지나면 30대 끄트머리에서 확실한 40대에 들어설 텐데 걱정이다. 올해 세운 계획도 제대로 이룬 것 하나 없는데 10년 후 모습을 그린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앞으로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10년 뒤, 20년 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10년 뒤면 50대이다. 중년의 나이가 돼도 교육복지사의 일을 하길 바란다. 아니면 신규 교육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길 바란다. 그것도 아니면 교육복지 사례집을 집필하는 작가의 삶도 괜찮다. 할 수만 있다면 작은 책방이나 심리 센터도 운영하고 싶다.


하지만 부쩍 몸과 마음을 먼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아이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감정 노동자로서 소진될게 불 보듯 뻔할 테니 말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은가.


누구나 꿈을 꾼다. 문제는 목표를 향해 매일 꾸준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다. 10년 후, 20년 후 어떤 꿈을 꾸더라도 매일 조금씩 움직여보자. 2023년이 되기 전에 꼬깃꼬깃 접은 꿈을 다시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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