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를 재우고 거실로 나오니 저녁 10시가 조금 넘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거실을 둘러보니 그림책이 널브러져 있었다. 주섬주섬 그림책을 다시 책장에 꽂았다. 거실을 치우고 아내가 잠든 작은 방으로 갔다.
아내 역시 두 아들을 재우고 잠든 모양이다. 새근새근 자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짠한지 깨우기도 미안했다. 조심히 아내 어깨를 흔들어본다.
"여보! 일어날 거야?"
아내는 잠결에 뭐라고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조용히 작은 방을 나왔다.
아내도 나도 아이들을 재우다가 잠들어버리면 다음날 허탈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아니면 자정에 깨는데 차라리 다음날에 깨는 게 낫다. 버티지 못하고 잠든 것을 탓하기 때문에 허무해진다. 아내도 나도 육퇴 후 뭐라도 해야 시간이 아깝지 않다. 멍하니 TV라도 봐야 한다.
한동안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꺼진 TV를 바라봤다. 순간 리모컨을 찾았다. 20분 후에 시작하는 [나는 솔로]를 볼까 고민한 것이다. [나는 솔로]를 볼까,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쓸까 그것이 문제로다.
마침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30분 남아있었다. 건조기 남은 시간을 보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30분이라도 글을 쓰자고 마음먹었다. 어차피 [나는 솔로]는 건조된 빨래를 개면서 보면 된다.
마침표를 찍는 지금,
"띠딩" 건조기 알람이 울렸다.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급하게 글을 마무리하는 나를 발견한다. 글 하나 발행했으니 어서 빨리 빨래 개면서 [나는 솔로]를 봐야지. 그래도 30~40분 동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아니, 빨래까지 개니까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인가. 그나저나 현숙은 외과 의사와 치과 의사 중에 누구를 선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