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글을 쓰려고 마음 먹지만 작심삼일로 끝날 때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 쓰는 일이 고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쉬고 싶은 마음에 미루거나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매 순간 '다음에 쓰라'는 유혹을 이겨야 노트북을 켤 수 있었다.
야마모토 노리야키 저자 [아침 1시간 노트] 책에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9가지 필승 전략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즐거운 밤 생활(술자리)과, 두 번째는 텔레비전과 인터넷과의 작별이라고 했다. 저자는 술자리와 텔레비전, 인터넷을 아침형 인간의 '공공의 적'이라고 불렀다. 어쩌면 글 쓰는 사람에게도 '공공의 적'일 것이다. 한마디로 즐거운 밤 생활의 유혹을 끊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술자리는 꿈도 못 꾼다. 가끔 육퇴 후 거실에 앉아 동치미 국물에 막걸리 한 병이나 과자 한 봉지에 맥주 한 두 캔 마시는 것이 전부다. 술이라면 진저리 치는(건강 걱정하는) 아내 덕분에 그마저도 눈치 보인다. 유일한 낙, 밤 생활은 육퇴 후 거실 방바닥과 하나가 되어 드라마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매일 밤 유혹에 빠진다. 노트북을 켤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텔레비전을 켜고 만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두세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이제 자볼까 싶어 시계를 보면 꼭 자정이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보라고 하면 자신 있게 볼 수 있는 나로서는 텔레비전은 유혹 그 자체다. 사탄의 유혹보다 더 무섭다.
재밌는 드라마가 너무 많다. [소방관 옆 경찰서]는 이미 본방 사수하고 있었고 동시간대에는 jtbc에서 [재벌집 막내아들]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첫회부터 챙겨보던 [소방관 옆 경찰서]를 보지만 이성민의 연기력에 빠져 평일 저녁에 재방송을 챙겨보게 되었다.
문제는 예전에 본방 사수했던 드라마가 시즌2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김혜수의 [슈룹]이 끝나고 지난주부터 [환혼2]를 한다. 왜 재밌는 드라마는 주말에 하는지. 하필 방영 시간이 겹쳤다. 결국 이번 주 월요일에 연속 2회 재방송을 보고 말았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재방송을 챙겨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은 뭐지.
수요일에 하는 [나는 SOLO]는 어찌할꼬.
쓰고 남은 돈으로 저축하면 못 모은다고 하지 않았나. 즐길 것은 다 즐기고 남은 시간에 글 쓰려고 하니 골치 아프다. 어찌하면 즐거운 밤 생활과 작별할 수 있을까.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기다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더 재밌는 새 드라마가 하겠지. 왜 세상에 글 쓸 이유보다 쓰지 못하는 이유가 많은지 모르겠다.
10시간 후에 어제 홈플러스에서 산 꿀막걸리를 마시며 [소방서 옆 경찰서]를 보고 있는 나를 마주하겠구나. 그래서 급하게 글 하나 발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