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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타인에 대한 신뢰

타인에 대한 믿음으로 피어오르는 행복

by hohoi파파

아이들과 에버랜드를 가기 위해 25인승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창밖을 멍하니 보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에 순간 긴장됐다. 혹여나 승용차가 끼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했고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막연하게 걱정되었다. 45인승 버스를 탔으면 그런 마음도 덜 했을 텐데 하필 오늘은 장거리 이동을 25인승 버스로 했다. 25인승 버스는 달리는 속도가 오롯이 느껴졌다. 덜덜거리는 차 소리와 차 틈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으로 긴장된 마음과 몸을 더 굳어졌다.


타인을 신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까운 이웃 하물며 가족, 친인척 사이에도 무조건적인 신뢰를 했다가 상처를 받고 배신감에 속앓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한 일이 됐다. 이런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매번 불신의 눈으로 모든 일을 신경 쓸 수 없다. 불신은 근거 없는 불안감을 만든다. 모든 일에 대해 의심하고 걱정하는 태도로 나와 주변을 긴장하게 만든다. 예민해진 내가 스스로 자신의 목을 조이는 격이다.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불안한 마음을 들게 했고 이유 없는 걱정으로 마음이 불편했다. 설마라는 생각으로 불안을 무시하거나 괜찮은 척해보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작은 불씨가 산을 삼키듯 작은 불안은 나의 잔잔한 마음에 돌을 하나둘 던지는 것 같았고 나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신경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무례한 말일 수 있으나 작은 불안이 나를 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경험이었다.


내가 고속도로를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은 각자 자신의 차선을 지킬 것이고 차선 변경을 할 때는 깜빡이를 켜고 움직일 거란 신뢰가 있어서다. 그 믿음으로 내 갈 길 가는 것이다. 신뢰는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기만을 기대해서는 성사되기 어렵다. 신뢰는 서로 주고받는 관계다. 그래서 누군가를 신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만큼 공들여야 한다. 신뢰를 얻기 위해 내가 먼저 상대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신뢰 없음은 곧 불안한 마음이고 행복하지 않은 상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먼저 믿음을 줘야겠다고 생각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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